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27일 학살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합동위령제'가 열렸다. 정세영 기자"이름조차 없이 흙 먼지 속에 묻히셨고, 사랑하는 가족들은 죄인의 낙인이 찍혀 70여 년을 피눈물로 살아왔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올해도 학살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합동위령제가'가 열렸다.
지난 2000년 7월 학살현장에서 처음 합동위령제가 열렸고, 이날은 26번째 위령제이다. 이날 위령제에 참석한 유족들에게는 '진실'에 다가가지 못하는 70여 년의 세월이 한스럽기만 했다.
산내학살사건 유족회 전미경 회장은 "진실이라는 단 하나의 염원을 품고 이 긴 세월을 버텨왔다"고 말했다. 정세영 기자전미경 (사)대전산내사건 희생자 유족회장은 "우리는 오직 한 가지, 진실이라는 단 하나의 염원을 품고 이 긴 세월을 버텨왔다"며 "그러나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행태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회장은 "군.경 관련 사건에 대해 유독 편향적이고 과도한 진실 규명 기준을 적용해 진실 규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이는 명백히 과거사 정리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며, 국가 폭력의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안기는 잔인한 처사"라며 울먹이며 말했다.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27일 학살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합동위령제'가 열렸다. 정세영 기자
위령제에 참석한 시민들도 소리 없이 눈물을 닦았다.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와 제주4·3희생자유족회 대전위원회, 대전산내골령골대책회의 등이 주최한 위령제에는 골령골 학살 피해자 660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 앞에 제사상을 차려놓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대전산내사건 희생자 유족들은 축문을 통해 "부디 영령들이시여, 저희의 간절한 목소리를 들으소서. 저희는 단 한 분의 희생자도 빠짐없이 진실 규명을 통해 명예를 회복하실 때까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위령제에는 시민 1천여명이 참석했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박희조 동구청장은 추도사를 보내왔다.
희생자 유족들은 "내년이면 이 곳 골령골에 평화공원이 첫 삽을 뜨게 되었다"며 "영령들의 안식처가 마련되는 첫걸음을 내딛게 돼 한 줄기 위안을 얻는다"고 말했다.
대전 산내 골령골은 지난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까지 20여 일간 보도연맹원과 대전형무소 재소자 등 최소 1800명, 최대 7천여명의 민간인들이 집단 학살당해 암매장된 비극의 현장으로,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으로 불린다. 지난 2016년부터 이 곳에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평화공원 조성 사업이 시작돼 내년에 첫 삽을 뜰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