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이란 핵시설 공격 작전을 위해 미국에서 이란까지 쉬지 않고 37시간을 왕복한 미 공군 B-2 폭격기 조종사들의 극한 임무가 주목받고 있다. 이들의 장시간 작전 수행 과정을 전하는 내부 증언도 외신을 통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1일(현지시간) '한밤중의 망치(Midnight Hammer)' 작전에서 B-2 폭격기 7대를 동원해 초대형 벙커버스터인 GBU-57 폭탄 14발을 처음으로 실전에 투입했다.
24일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B-2 전용 격납고가 위치한 미주리주 화이트먼 공군기지에서는 이번 작전을 대비해 24시간 연속 비행을 시뮬레이터로 훈련하는 과정이 길게는 몇 주 동안 진행됐다.
B-2 폭격기가 30시간 이상 비상 임무를 수행한 최초의 사례는 1999년 코소보 전쟁 당시의 '얼라이드 포스' 작전이다. 당시 조종사들은 미주리주에서 코소보까지 왕복 31시간을 비행했다.
화이트먼 공군 기지의 의료진은 이번 B-2 출격을 앞두고 조종사들이 장시간 비행을 견딜 수 있도록 미리 수면 일정을 조정하고 탈수를 막기 위한 다량의 수분 섭취 훈련 등 신체적 준비를 시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1999년 코소보 작전에 참여했고 9년간 B-2 폭격기 조종사로 복무한 스티브 바샴 전 유럽사령부 부사령관(퇴역 중장)은 "이번에 투하한 벙커버스터는 워낙 무거워서 투하 순간 비행기가 잠시 상공으로 솟구쳐 올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소 B-2 조종사들이 주로 투하하는 폭탄이 2천파운드(약 900kg) 정도의 정밀 유도탄이었던 만큼, 평상시 훈련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을 것이란 의미다.
CNN도 이날 2001년 아프가니스탄 침공 당시 44시간 동안 B-2를 조종해 역대 최장 비행 임무 기록을 세운 미 공군 퇴역 대령 멜빈 G. 디아일의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보통은 출격 직전까지 정확한 작전 시간을 통보받지 못한다"며 자신도 당시 출격 서너 시간 전에야 잠에서 깨어 브리핑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출격 후에는 조종사 두 명이 조종석 뒤에 마련된 1인용 간이침대에서 3~4시간씩 번갈아 가며 쪽잠을 잔다. 다만 이착륙과 공중 급유, 적국 영토 상공 비행 중에는 반드시 좌석에 앉아 있도록 규정돼 있다. 디아일 대령은 과거에는 의사들이 '고필'(go pill)이라고 부르는 (각성제) 암페타민의 사용을 승인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조종석 뒤에는 음식을 데울 수 있는 소형 전자레인지도 준비돼 있지만 조종사들은 대부분 샌드위치처럼 가열할 필요가 없는 간단한 식사를 선호한다고 NYT는 전했다. 바샴 중장은 로이터통신에 조종사들이 수면과 영양교육을 받는다며 자신의 단골 메뉴가 통밀빵에 칠면조 고기를 넣고 치즈는 뺀 저염 샌드위치였다고 말했다.
조종석 뒤에는 화학물질로 냄새를 차단하는 간이 화장실도 한 개 설치돼 있다고 한다. 하지만 조종사들은 화장실이 넘칠 것을 우려해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아일 대령은 대신 고양이 모래가 담긴 기저귀 형태의 장비, 이른바 '소변 주머니'를 사용했다며 "주머니가 얼마나 쌓이는지를 세어가며 수십 시간의 비행시간을 견뎠다"고 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