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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호 출범에 선감학원 '첫 국가 사과'+특별법 제정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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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경기지사 시절 SNS 공개 사과글
공권력 책임 강조하며 적극적 태도
尹정부에서 무산된 '국가 사과' 관심↑
"李 대통령, 선감학원 아픔 잘 알아"

지난 2019년 1월 31일 경기도청 접견실에서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선감아동피해대책협의회 김영배 회장 등과 만났다. 경기도 제공지난 2019년 1월 31일 경기도청 접견실에서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선감아동피해대책협의회 김영배 회장 등과 만났다. 경기도 제공
"도정 최고책임자로서 피해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과거 '선감학원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5년여 전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SNS 사과문에서 이 같이 적었다. 관할 기관이었던 경기도의 책임을 통감한다는 것.
 
이는 반백년 묻혔던 공권력의 역사적 과오에 대한 공공기관 수장으로서의 첫 공개 사과였다.
 
사과에 앞서 처음으로 피해자들과 면담도 가졌던 그는 피해자신고센터 설치와 희생자 추모사업, 치료 지원 등의 후속 조치에도 여느 지도자보다 적극적이었다.
 
이런 기조에 맞춰 후임자인 김동연 지사도 위로금과 의료비 지급 등 지원을 다각화했다. 김 지사 역시 지난 2022년 10월 진실화해위원회(진화위)의 진실규명 결정에 따라 공식 사과했다.
 

尹정부 때 무산된 '국가 사과', 李정부는 다를까

지난 1970년대 선감학원 원생들의 모습. 선감역사박물관 제공지난 1970년대 선감학원 원생들의 모습. 선감역사박물관 제공이처럼 선감학원 사건에 '진심'이었던 이재명 전 지사가 '대통령'이 됐다. 윤석열 정권 때 무산됐던 '국가'의 사과가 이행될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고령의 피해자들과 유족들은 대통령의 사과에 따른 중앙정부의 전향적 태도가 제대로 된 명예회복과 신속한 피해 구제로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1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그간 이재명 대통령은 선감학원 사건과 관련해 공권력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보이며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
 
이에 피해자들과 유족들은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지난 정권에서 지켜지지 않은 국가의 공식 사과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현장 등을 찾아 국가 지도자로서 고개를 숙이는 등 전 정권과의 차별화에 나선 것도 과거사에 대한 이재명 정부의 전향적 태도를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2년 전 진화위가 선감학원 사건에 대해 "권위주의 시기 위헌, 위법적인 부랑아 정책으로 아동 인권침해가 초래됐다"며 '국가 사과'를 권고했으나, 끝내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4일 행정안전부 장관이 사과를 하려다 하루 전 비상계엄이 선포되면서 무산됐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 2022년 10월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에서 선감학원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한 뒤 눈물을 훔치고 있다. 황진환 기자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 2022년 10월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에서 선감학원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한 뒤 눈물을 훔치고 있다. 황진환 기자이는 관련 법에도 어긋난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34조)에는 '권고사항을 소관으로 하는 국가기관은 권고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애초 선감학원 사건의 핵심 가해자는 이른바 '윗선'으로 불리는 국가였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군인 양성을 위해 설립한 선감학원은 해방 후 1946년부터 1982년 폐쇄되기까지 경기도의 부랑아 수용소로 쓰였다. 이때 부랑인 문제 해소와 도시환경 정화를 명분으로 아동들의 신병 확보에 나선 주체가 정부였다.
 
실제로 1956년 국무회의에 오른 '부랑아 근절책 확립의 건' 문서에는 법무부, 내무부, 보건사회부 등 정부 부처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국가 사과는 전국적 '피해 회복' 위한 첫 단추"

선감학원 피해자 이모씨가 발굴 현장에서 발견된 친구의 유품을 만지며 오열하고 있다. 진실화해위 제공선감학원 피해자 이모씨가 발굴 현장에서 발견된 친구의 유품을 만지며 오열하고 있다. 진실화해위 제공이 같이 사건 최고 책임자인 국가의 사과는 단순한 선언적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대통령 사과는 피해 회복을 위한 여러 사후 조치 과정에서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게 피해자들 시각이다.
 
그간 피해자들과 유족들에게 국가 사과의 기약 없는 지연은 또 다른 상처가 돼 왔다.
 
중앙정부가 공식적인 책임 인정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국가 차원의 신체·심리 치료 지원은 물론 금전적 배·보상 등이 보편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경기도가 지원해오고 있는 사업들은 도내 거주 중인 피해자에 한정돼, 전국적인 지원은 물론 고령의 생존자와 유족들이 복잡한 소송 절차 없이 보상을 받으려면 특별법 제정이 필수다.
 
이는 정부가 과거사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정치권과 함께 뜻을 모아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기존에도 '선감학원 피해사건의 진상규명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안' 등이 발의된 적이 있지만, 자동폐기로 빛을 보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는 올해 대통령선거 국면에서 전국적인 선감학원 피해 지원과 명예회복, 특별법 제정 등을 대선후보 선거대책본부에 정식 건의하기도 했다.
 
피해자들도 사건 당시 정부 지침에 따라 강제구금과 가혹행위가 자행된 만큼, 사과와 지원은 국가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해 오고 있다.
 
피해 생존자인 김영배 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 회장은 "선감학원의 아픔을 잘 아시는 분이 대통령이 됐다"며 "이미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국가적 사과가 있어야만, 멈춰진 피해자들의 시계를 다시 돌릴 첫 단추를 꿸 수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유족들이 나이가 많아져 이제 남은 사람(380여 명)도 얼마 없다"며 "개별 소송 과정에서 지난 정부가 계속 항소를 해 손해배상이 늦어져 왔다. 대통령 사과가 큰 물결이 돼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소년판 삼청교육대'로 불려온 선감학원의 인권 침해 사건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유해 시굴이 시작된 지난 2022년 9월 26일 경기도 안산 단원구 선감동 희생자 유해매장 추정지에서 한 피해 생존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황진환 기자'소년판 삼청교육대'로 불려온 선감학원의 인권 침해 사건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유해 시굴이 시작된 지난 2022년 9월 26일 경기도 안산 단원구 선감동 희생자 유해매장 추정지에서 한 피해 생존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황진환 기자앞서 선감학원은 국가의 부랑인 문제 해소와 도시환경 정화 등을 명분으로 아동들을 강제 수용하던 시설이다. 1956년 정부 문서에는 '부랑아 조기발견, 수용보호, 본적지 송환, 부랑행위 방지'가 목적으로 명시됐지만, 실제로는 부모와 주거지가 있고 범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복장이 남루하거나 주소를 모른다는 이유 등으로 끌려가는 사례가 잇따랐다.
 
진화위 조사에서 원생들은 염전, 농사, 축산, 양잠, 석화 양식 등 강제노역에 동원되는 것을 비롯해 급식 양이 부족해 열매, 들풀, 곤충, 뱀, 쥐 등을 잡아먹다 불의의 사고를 당하거나 시설 내 가혹행위로 심각한 신체·정신적 후유증을 앓았던 사실이 확인됐다.
 
또 아동의 인적 사항을 임의 변경해 실종자가 발생하고, 가족관계를 잃은 사례들도 조사됐다. 이는 CBS노컷뉴스를 통해 피해자들의 인터뷰와 관련 문서 등을 토대로 보도된 바 있다.
 
[관련기사: 2022년 10월 14일자 CBS노컷뉴스 ""조작이었다" 허위이력으로 선감학원 채운 '국가'[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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