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옌타이에 위치한 쥔딩 와이너리. 옌타이=CBS노컷뉴스 임진수 특파원한국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1시간 30분, 중국 베이징 수도공항에서 1시간 20분 거리에 있는 옌타이(烟台·연태)는 한국과 가장 가까이 위치한 중국 도시 가운데 하나이다.
이곳을 방문하기 전까지만 해도 옌타이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바로 '고량주'였다. 한국에서 유행을 탄 '연태 고량주' 탓인데 실제로 옌타이는 고량주가 예로부터 유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옌타이에서 소비되는 고량주의 대부분이 쓰촨성 등에서 들여온 것이라고 한다.
고량주를 대신해 옌타이의 대표 주류로 자리잡은건 '와인'이다. '중국에서 웬 와인?'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옌타이는 1892년 중국 최초의 근대적 와인 양조장이 세워진 곳으로, 옌타이를 중심으로 한 산둥성은 중국 와인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최대 와인 산지이다.
옌타이 와인은 이미 1915년 파마나 태평양박람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최근 중국 내에서 중앙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닝샤가 와인 산지로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원조는 옌타이인 셈이다.
옌타이와 닝샤 등 중국의 주요 와인 산지는 위도상 프랑스 보르도나 미국 나파밸리와 유사해 포도 재배에 적합한 환경을 갖고 있다. 옌타이는 포도의 성장을 돕는 미네랄이 풍부한 토양까지 갖췄다.
지난 17일 와인의 도시 옌타이시 펑라이 지역에 위치한 쥔딩(君頂) 와이너리를 방문했다. 국제 와이너리 기준에 따라 설립된 중국 최초 와이너리이며 총면적은 12㎢, 총 투자액만 10억위안(약 1909억원)이 넘는다.
왕이얼 쥔딩 와이너리 대표는 "와이너리 대신 부동산에 투자했으면 엄청난 갑부가 됐을 것"이라고 농담을 던진 뒤 "100년 앞을 보고 세계가 인정하는 와인을 만들기 위해 이곳에 투자했다"고 경영 철학을 밝혔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쥔딩 와이너리 와인 숙성고. 옌타이=CBS노컷뉴스 임진수 특파원양조장에서 10m 정도 지하로 내려가자 약 8천㎡ 규모의 와인 숙성고가 눈에 들어왔다. 아시아 최대 규모 와인 숙성고라고 한다. 온도 15도, 습도 70~75%로 와인을 숙성 시키기에 최상을 환경을 갖추고 있다. 환경 유지를 위해 한번에 40명 이상이 동시에 방문할 수 없도록 인원도 제한하고 있다.
이 숙성고에는 3천여개의 오크통에 들어간 와인이 숙성되고 있었다. 오크통 하나는 225ℓ로 와인 약 300병을 생산할 수 있으며, 이미 병입된 와인까지 포함해 약 1만병분의 와인이 보관돼 있는 셈이다.
이 와인 가운데는 일반 판매용도 있지만 VIP 고객들의 주문을 받아 생산한 맞춤형 와인도 상당수 보관돼 있다. 오크통 몇개를 재력가나 대기업 등이 미리 사서 이곳에 보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와이너리 관계자는 "중국 부자들의 재산 상당 부분이 여기에 저장돼 있다"며 웃어보였다.
쥔딩이 생산한 와인은 가장 싼 것이 250위안(약 4만 8천원) 정도로 중고가의 와인을 주로 생산한다. 1년에 200만병 가량이 생산되며 전량 중국 내에서 소비된다.
중국의 와인 생산량은 2022년 기준 21만 3700㎘에 달하며, 오는 2028년에는 36만 2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50도를 오르내리는 독한 중국 전통 백주 보다 와인을 찾는 중국 젊은층이 늘면서 와인 소비량이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왕이얼 쥔딩 와이너리 대표가 자사 와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옌타이=CBS노컷뉴스 임진수 특파원쥔딩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와이너리 내에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과 가까운데다 가격도 저렴하다 보니 한국 골퍼들도 이곳을 자주 찾는데 무비자 시행 이후 하루 100여명 가량이 찾는다고 한다.
쥔딩 와이너리 측은 한국 관광객이 골프 뿐만 아니라 와이너리 견학이나 와인 시음 등 와인과 관련된 다양한 체험행사와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도록 맞춤형 관광상품을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