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과 부산 등의 버스 노조가 내일 파업을 예고하고 현재 사측과 협상을 진행중입니다. 오늘 협상이 결렬된다면 내일부터 순차적으로 주요도시 만 2천대의 버스가 운행을 중지합니다.
[앵커]
권민철 기자, 서울 버스 노사 교섭은 어디서 진행되고 있나요?
[기자]
서울 영등포구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진행중인데, 근 한달만의 본교섭입니다. 그 사이 실무교섭은 10여차례 있었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파업 전날에야 이렇게 본교섭에 나선 겁니다. 따라서 상대측 입장을 확인하고, 이를 평가하고, 다시 논의하다보면 밤샘 회의로 이어질 것 같습니다.
[앵커]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가장 큰 쟁점은 뭔가요?
[기자]
과거엔 임금 몇% 인상이 쟁점이었다면 지금은 임금체계, 즉 임금방식을 통째로 바꾸자는 것입니다. 작년 연말 대법원 판결 때문입니다.
그동안 여러 직종의 노동자들은 임금체계에 문제가 있다며 회사를 상대로 법적 싸움 벌여왔습니다. 그 가운데 한 소송이 작년 대법원에서 결론났는데, 상여금도 통상임금으로 봐야한다는 판결이었습니다.
황진환 기자이 상여금이 국내 회사들이 노동자들의 임금을 줄 때 만든 명목입니다. 기본급, 각종 수당과 함께요. 그 동안 사용자들은 임금인상 요구에 이 상여금을 악용해왔습니다. 기본급을 올리면 그에 연동되는 각종 수당들도 올려줘야 하기 때문에 그건 못하고, 대신 상여금으로 노조가 원하는 총액만 맞춰주는 식으로 임금 협상을 해왔던 것입니다. 노태우 정부 때 만든 '임금교섭 지도지침'에서 비롯된 관행입니다. 이 전 근대적 관행을 없애라는 게 작년 대법원 판결 취지였던 겁니다.
[앵커]
그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문제로 좁혀지는데, 양측 입장은요?
[기자]
원론적으론 모두 동의합니다. 그러나 노조는 전제 조건을 제시합니다. 버스 회사가 그 동안 마땅히 줬어야할 수당부터 지급하라는 겁니다. 여러 노조가 이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고 있는데
이 유리한 상황을 덮고 임금체계를 개편할 수 없다는 겁니다. 유재호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사무부처장의 설명 듣겠습니다.
"휴일근로수당이나 야간근로수당 같은 가산해서 주는 수당들에 대해 회사가 여태까지 빼먹었던거죠. 우리가 안 받았던 걸 더 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받았었어야했던 돈을 (먼저) 지급하라고는 거죠."
노조는 별도로 기본급 8.2% 인상도 요구중입니다.
반면 사측은 현행 임금체계 안에서 노조 요구를 받아들이면 25% 임금인상효과가 발생한다고 주장합니다.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한대광 상무의 설명입니다.
"20% 이상의 임금 인상 요구가 돼버리거든요. 그러면 그 부담은 다 어디로 갑니까? 적자가 발생했을 때에는 서울시가 재정을 지원하는 구조거든요"
임금체계부터 바꾸되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로 조정하자는 입장인 겁니다.
[앵커]
어찌됐건 내일 버스 운행 중단은 막아야할 텐데… 오늘 협상 타결 가능성 있나요?
[기자]
양측간 입장 차이가 큰데다 신뢰도 땅에 떨어져 현재로선 협상 타결 가능성 낮아 보입니다. 사측은 최근 버스기사 평균 연봉이 6200만원이라고 발표했는데, 노조는 이를 악의적 언론플레이라며 반발했습니다. 휴일 없이 일했을 때의 상황을 가정한 허구의 숫자라는 것입니다. 실제 처우가 그 정도라면 버스 안에 '상시 버스기사 구함' 같은 광고가 붙어있겠냐는 얘깁니다.
황진환 기자[앵커]
권 기자가 현재 서울시청에 있다고 했는데, 서울시는 왜 노사협상을 주목하고 있죠?
[기자]
앞서 사측 이야기 들었습니다만 버스가 준공영제로 운영중이기 때문입니다. 서울시는 이익과 무관하게 노선과 요금을 결정하고, 버스 회사들의 적자를 세금으로 메꿔주고 있습니다. 최근 4년간 메꾼 돈이 2조 4790억원입니다.
서울시는 내일 파업에 지하철 173회를 매일 증편 운행한다고 합니다. 지하철역으로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 625대도 준비했습니다.
버스 준공영제는 다른 광역단체에도 시행중입니다. 따라서 버스파업이 지방으로 옮겨붙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일은 서울과 부산, 울산, 창원, 모레는 광주, 전남에서 파업이 예고돼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1만 2천대의 버스가 멈추는 겁니다. 따라서 노사에만 맞길 게 아니라 국회가 법을 만들어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