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이달 들어 주요 시중은행 가계대출이 3조원 불어났다. 올해 잠잠하던 증가세가 다시 가팔라진 것이다. 금리 인하기 이자 부담이 줄어든 데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일시 해제 등으로 부동산 투자 수요에 불이 붙은 영향이다. 오는 7월 시행을 앞둔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피하기 위한 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45조9827억원으로 지난 달 말(743조 848억원)보다 2조 8979억원 증가했다. 보름(영업일 기준 8일) 만에 3조원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급증한 가계대출은 금융당국과 시중은행이 '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올 1월 순감으로 돌아서는 등 한풀 꺾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3월 1조 8천억원, 지난달 4조 5447억원 등 다시 증가 폭이 커지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2~3월 토허제 해제 및 재지정을 거치면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매수세가 붙었고 이른바 풍선효과를 받은 마포, 성동, 강동 등 지역으로 열기가 옮겨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에선 이달 주담대 증가 폭이 3조원 후반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용대출도 지난 15일 기준 4월 말보다 1조939억원이나 불어났다. 지난달 신용대출 증가폭(8868억원)을 보름 만에 뛰어넘을 만큼 증가 속도가 빠르다. 금리 인하기 이자 부담이 줄어들면서 주식이나 코인 투자 관심이 높아졌고 7월 3단계 스트레스 DSR 도입을 앞두고 주택 매수자들이 신용대출을 통해 자금 확보에 나서는 등 수요가 커진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식이나 가상자산 등에 투자하기 위해 신용대출 수요가 늘어난 데다 대출 한도가 줄어들기 전에 주담대 외에 신용대출을 미리 받으려는 수요도 증가폭을 키우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7월 3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가 시행되면 연소득 6천만원의 차주는 주담대 한도(30년 만기 변동금리 기준)가 3억 6400만원에서 3억 5200만원으로 1200만원가량 쪼그라든다는 금융당국 시뮬레이션 결과도 있다.
이런 가운데 당국은 오는 20일 구체적인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방안을 발표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에 금리 차등을 두는 방식의 대출 규제가 도입된다. 비수도권과 달리 수도권은 은행권과 제2금융권의 주담대, 신용대출, 기타대출 금리에 가산(스트레스)금리 1.5%포인트를 더해 DSR을 산출하는 식이다.
금융권 일각에선 예금금리는 나날이 떨어지고 대출금리는 높게 유지되면서 예대금리차가 커지는 가운데 대출 한도까지 줄어드는 상황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투기 세력이 아닌 애꿎은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늘어난 주택 매매 관련 대출이 적어도 6월 통계까지는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주 단위로 지역별 주담대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