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공에 나서는 SK 김선형과 안영준. KBL 전희철 서울 SK 감독은 2024-2025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자신감이 있었다. SK는 올 시즌 압도적인 정규리그 챔피언이다. 시즌 내내 보여줬던 전력이 발휘된다면 걱정할 게 없었다.
하지만 챔프전 초반 양상은 전희철 감독의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정규리그 2위 팀 창원 LG는 잠실 2연전을 포함해 첫 3경기를 내리 잡았다. LG는 자밀 워니를 봉쇄하기 위해 3점슛 라인 안쪽에 밀집 대형을 만드는 수비로 SK를 흔들었다.
SK는 정규리그 때도 비슷한 수비를 경험해봤지만 문제는 외곽 지원이었다. 3차전까지 3점슛 성공률이 23.7%에 그쳤다. 그 정도로는 LG 수비를 외곽으로 끌어낼 수 없었다. 전희철 감독이 4차전을 앞두고 "우리 팀의 유일한 반등 포인트는 바로 3점슛"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3점슛을 넣고 못 넣고는 경기를 뛰는 선수들의 영역이다. 전희철 감독은 사령탑이 해야 할 일을 했다. 벼랑 끝에서 김태훈과 김형빈을 중용하기 시작했다. 두 선수의 출전 시간은 1~3차전(합산 평균 약 22분)보다 4~6차전(합산 평균 약 44분) 때 2배 정도 늘었다.
김태훈과 김형빈은 사이즈와 에너지 레벨을 끌어올렸다. 수비가 좋은 김태훈은 LG의 야전사령관 양준석을 강하게 압박했고 김형빈은 3차전까지 해결 방법을 찾지 못했던 칼 타마요에 대한 수비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안영준은 4차전부터 각성했다. 3차전까지 평균 9.0점, 3점슛 성공률 21.1%에 그쳤던 안영준은 최근 3경기에서 평균 14.7점, 3점슛 성공률 55.6%를 기록하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여기에 오세근, 김형빈의 외곽포가 같이 터졌다. 전희철 감독은 "혈이 뚫렸다"고 했다. 마침내 공격의 밸런스가 완성된 것이다.
이번 시리즈는 1~3차전과 4~6차전의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 1~3차전의 SK는 농구 팬들에게 낯선 팀이었다. 4~6차전의 SK는 정규리그 챔피언의 모습 그대로였다. 정규리그 당시 '역대급' 속공의 팀이라는 명성 그대로 김선형을 앞세운 빠른 템포의 공격이 살아났고 내외곽 균형이 맞춰졌고 여기에 수비까지 더해졌다.
SK 전희철 감독. KBL전희철 감독은 15일 창원에서 열린 6차전에서 54-51로 승리한 후 "농구가 이변이 없는 경기 중 하나다. 한국이 미국을 절대 못 이기는 것처럼, 축구는 가끔 이기는 경우도 나오는데 농구는 진짜 힘들다"며 "1~3차전은 SK의 경기력이 아니었다. LG에 비해 SK 경기력이 떨어졌던 게 맞다. 우리 경기력만 살아난다면 (역전도) 가능하다 싶었다"고 말했다.
"SK의 경기력만 살아난다면 달라질텐데", 사실 전희철 감독이 시리즈 초반부에도 계속 품었던 생각이다. 그만큼 SK의 경기력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있었다.
SK가 올 시즌 개막을 앞둔 시점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여겨진 건 아니다. 시즌을 치르면서 팀이 단단해졌고 강력한 우승 후보가 됐다. 그럼에도 스윕(sweep)을 당할 위기에 놓였다가 이제는 KBL 역사상 최초의, 미국프로농구(NBA)에도 사례가 없는 리버스(reverse) 스윕을 노리는 위치에 섰다. 전희철 감독이 처음부터 강한 확신을 갖고 있었던 SK 경기력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