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북 제공 김동영(필명 김줄스) 작가가 자연과 비인간 존재들에게서 건네받은 고요한 교감을 산문으로 담아낸 신간 '동물의 호의에는 이유가 없어서는 동물들이 보여준 '이유 없는 호의'를 시작점으로 한다.
악어, 나귀, 들풀, 산비둘기 같은 존재들이 무심한 듯 가까이 와주는 순간, 말은 없지만 분명한 감응이 있었고, 그것은 때로 인간의 위로보다 더 명징하게 삶을 건드린다.
작가는 "말은 없었다. 대신 눈이 있었다. 내가 그날 그들에게 보였는지, 그들이 나를 먼저 알아봤는지 알 수 없지만, 그들의 시선은 나를 부르지 않고도 충분했다"고 적는다.
본문은 일기처럼, 단상처럼 구성돼 있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거나 산책하던 중 마주친 존재들과의 순간들을 기록했다. 어느 날 시골길에서 마주친 나귀의 눈빛, 베트남 강가의 악어가 보여준 느린 시선, 도시의 한복판에서 바람에 흩날리는 들풀의 움직임까지—일상의 틈에서 포착한 비인간 생명의 '기척'을 저자는 묵묵히 응시하고, 그 응시를 한 문장씩 담아냈다.
이 책의 특징은 '해석'보다 '감각', '설명'보다 '여백'에 있다. 저자는 동물에 대한 과학적 정보나 생태학적 관점을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감각으로 포착한 생명들의 존재감을 조용히 눌러 담는다.
김동영(김줄스) 지음 | 인북 | 30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