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왼쪽)·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연합뉴스북한이 남북관계에 대해 적대적 2국가 기조를 강화하고 미국에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복잡한 국제정치 상황에서 주요 대선후보들의 대북정책 공약은 각각의 방식으로 평범했다.
대북정책의 방향은 서로 극명하게 달랐지만 각각의 진영에서 그 동안 주장한 내용의 반복으로, 현실을 타개할 뚜렷한 정책 비전은 보이지 않았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공약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을 충실히 계승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공약에서는 과거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넘어서는 전향적인 정책은 눈에 띄지 않았다.
김문수 후보는 "북핵 위협에 흔들리지 않는 대한민국 구현" 등에 목표를 두고 이행 방법으로 '한미동맹에 기반한 핵 확장억제 실행력의 강화'와 '현행 한국형 3축 체제의 강화 및 선제적 억제 능력 확보', '핵 잠재력 강화', '북한의 핵 위협 가중 시 전술 핵 재배치 또는 NATO식 핵 공유의 한미 협의' 등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핵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를 위해서는 "미국 전략자산을 '상시 주둔'에 준하는 수준으로 전개하고, 한미 핵·재래식 통합(CNI) 훈련을 내실화하며, 한미방위조약에 '핵 공격 보호조항'을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핵 잠재력 강화'에서는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해 일본에 준하는 수준으로 우라늄 농축 및 플루토늄 재처리 기술을 확보하는 방안"의 추진을 내걸었다.
'전술 핵 재배치 또는 NATO식 핵 공유' 방안에 대해서는 "미국이 전술 핵을 괌에 배치한 후 '한국 보호용'으로 운용하는 방식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후보의 이런 공약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을 계승하거나 여기서 한 발 더 나간 대북강경정책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김 후보의 대북정책 공약에서는 '대화' 또는 '협력'이라는 말이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강력한 억지가 필요하다고 해도 김 후보의 공약처럼 강경 일변도의 대북정책이 과연 한반도를 더 안정되게 할지는 의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상대한 바이든 정부 대신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상황에서 김 후보의 각종 안보 공약이 성과를 낼지도 불투명하다. 거래를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방식을 감안할 때 크지 않은 성과에 막대한 비용만 지출한 가능성도 높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튼튼한 경제안보 구축과 지속 가능한 한반도 평화 실현'을 목표로 제시하며, 이행 방법으로 "북한 핵 위협의 단계적 감축 및 비핵·평화체제를 향한 실질적 진전 달성"과 "굳건한 한미동맹에 기반한 전 방위적 억제능력 확보",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인도주의적 협력, 교류협력의 모색과 추진" 등을 들었다.
이 중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와 평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 "한반도 비핵화 목표 아래 남북관계 복원 및 화해 협력으로의 정책 전환을 추진하고 우발적인 충돌방지와 군사적 긴장완화, 신뢰구축 조치를 추진"할 방침을 밝혔다.
앞서 이재명 후보는 지난 2일 접경지역 공약으로 '9.19 군사합의의 복원'을 밝히며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하고, 소통채널을 복원해 군사적인 충돌을 비롯한 남북관계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울러 '전 방위적인 억제능력 확보'를 위해 "한국형 탄도미사일 성능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를 고도화하는 한편 한미동맹 기반 하에 전시 작전권 환수 방침"을 내걸었다.
이 후보의 대북정책 공약은 대북 억제능력을 확보하면서도 한반도 평화 분위기의 조성과 함께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협력을 모색할 의지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관건은 실현 가능성이다. 현재 남북대화와 협력은 북한이 거부하는 상황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부터 적대적 2국가 기조에 따라 남북관계를 일방적으로 끊고 남북을 연결하는 모든 도로를 차단하는 등 적대성을 강화하는 후속 조치를 계속해오고 있다.
게다가 적대적 2국가 기조는 김 위원장의 유일적 권력 강화와도 관련되기 때문에 보다 장기적인 전략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후보의 공약 추진에 과연 북한이 얼마나 호응할 가능성이 있을지 미지수다.
특수한 상황에서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인만큼 후보들의 공약이 전반적으로 급조된 측면이 있다고 해도 향후 대북정책의 추진에서는 북한의 대남적대정책 강화, 러·우 전쟁과 북한의 파병,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 등 복잡다단한 국제정치 현실을 반영한 보다 치열하고도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