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에서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30대 남성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부산지법 형사7부(신형철 부장판사)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30대·남)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3일 부산 연제구 한 오피스텔에서 B(20대·여)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B씨와 1년가량 사귀다가 이별 통보를 받은 상태였다. 사건 당일 A씨는 B씨가 배달 음식을 받으려고 현관문을 연 틈을 타 집 안으로 침입했다. 이후 재결합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흉기를 휘둘러 B씨를 살해했다.
범행을 저지른 A씨는 오피스텔 옥상에 올라가 "여자친구를 살해했다"며 스스로 경찰에 신고했고, 난간에 앉아 투신하려다가 출동한 경찰 설득에 내려와 체포됐다.
검찰은 A씨의 결심 공판에서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A씨 측은 살인 범행은 인정하나 계획적인 살인이 아니었다고 주장했으며, 정신감정을 신청하기도 했다.
부산법원종합청사. 박진홍 기자재판부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흉기를 미리 준비하고 피해자 주거지 인근에서 4시간이나 기다리는 등 계획적인 범행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약물을 많이 복용해 정상적 판단이 되지 않는다'는 등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유가족 슬픔과 고통의 정도가 매우 크고,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다만 이 사건 이전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 모든 양형 요소를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날 선고 직후 유족은 "계획범행이라는 점을 모두 인정하고도 형량이 25년밖에 나오지 않았다.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오열했다.
부산성폭력상담소도 법원 판결에 유감을 표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엄중한 판결로 피해자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달래길 바랐던 유가족의 간절한 소망은 끝내 외면당했다"라며 "피해자가 반복적으로 구조를 요청했음에도 제도가 목소리를 외면하고 교제폭력의 심각성을 간과한 끝에 또 한 명의 젊은 여성을 잃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비극이 다시 반복되지 않을 수 있도록 교제폭력에 대한 법 제정과 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