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대외 여건이 급격히 악화되며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KDI는 7일 발표한 'KDI 경제동향 4월호'에서 "대내외 수요 증가세가 축소됨에 따라 생산이 둔화"되고 있다며 "미국의 관세인상으로 국제 통상 여건이 악화되면서 수출 하방 압력이 확대"된다고 지적했다.
KDI는 올해 들어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된다"(1월호), "경기 하방 위험이 높아지는 모습"(2월호),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3월호) 등 '경기 하방 위험'을 강조해왔다.
특히 위험의 증대, 높아짐, 확대로 경기가 하락할 수 있는 위험이 점차 커진다고 걱정했는데, 이번에는 아예 '위험'을 넘어 실제 현실로 닥쳐온 '압력'으로 경기 하방이 실현되고 있다고 표현 수위를 높였다.
반면 전월까지 "정국 불안의 영향은 완화되고 있다"며 12.3 내란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에 대해 언급했지만, 이번에는 관련 언급이 빠졌다.
KDI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은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대내적 불확실성은 축소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대신 대외적으로는 불확실성이 훨씬 커져있기 때문에 대외 위험을 좀 더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또 전월에는 "제조업생산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개선세를 유지"한다며 '개선세'라는 표현을 남겨뒀지만, 이번에는 생산 부문에 대해 '둔화'되고 있다고 단어를 바꿨다.
실제로 지난 2월 기준 전산업생산은 전년동월대비 1.2%를 기록해 전월(-3.7%)에서 반등에 성공했지만, 설날 연휴로 인해 조업일수가 전월에는 4.0일 감소했고, 2월에는 1.5일 늘어든 영향이 크다.
광공업(7.0%)과 서비스업(0.8%) 생산은 완만한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건설업생산은 전월(-27.4%)에 이어 이번에도 21.0%나 감소했다.
이에 대해 KDI는 "조업일수 영향이 보정된 계절조정 전년동월대비 증가율 기준으로도 건설업(-21.7%)이 크게 감소한 가운데, 광공업(1.0%)과 서비스업(0.1%)도 낮은 증가세에 그치며 산업 전반에서 생산이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또 설비투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당장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하방 위험은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설비투자는 전월에는 -5.1%에서 7.7%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미국의 관세인상 등 수출 여건 악화로 향후 설비투자가 제약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지은 건설기성이 전월(-27.4%)에 이어 지난 2월에도 21.0%나 감소해 건설투자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다만 KDI는 12개월 누적 기준, 앞으로 지을 건설수주가 14% 수준의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선행지표의 개선세가 향후 점진적으로 반영되며 건설투자 여건이 다소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12.3 내란 사태로 위축된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못하는 가운데, 소비 증가세도 미약한 수준을 보이며 내수 회복이 제약되고 있다.
지난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4로 12.3 내란 사태 당시 극심한 위축(88.2)에서는 벗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기준치인 100보다는 낮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소매판매는 2.3% 감소했다. 설 명절 대규모 인구 이동의 영향으로 내구재는 전월 -8.9%에서 13.7%로 크게 반등했지만, 준내구재(-1.3%→-6.8%)와 비내구재(4.3%→-7.5%)는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KDI는 설 명절 이동의 영향이 배제된 1~2월 평균 기준으로 보더라도, 내구재(2.0%)가 승용차(10.4%)를 중심으로 반등했지만, 준내구재(-4.0%)와 비내구재(-1.4%)의 부진에 따라 소매판매(-1.1%)는 감소세를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한국 경제의 동아줄이었던 수출은 1월 -10.1%, 2월 0.7%에서 3월 3.1%로 반등했지만, 그동안 홀로 수출을 이끌던 ICT 증가폭이 점차 조정되면서 증가세 자체의 둔화 흐름은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다.
ICT 수출액은 지난해 3/4분기 38.5%, 4/4분기 27.5%씩 성장하다 올해 1/4분기에는 6.1%로 성장폭이 크게 줄었는데, 이에 비례해 총수출액도 같은 기간 10.5%→4.2%→-2.1%로 추락했다.
더 나아가 KDI는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서 세계경제 성장세 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심리가 위축"됐다며 이 달 들어서는 "미국의 관세인상이 본격화됨에 따라 수출 여건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