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정신 제공 오한기의 연작소설집 '무료 주차장 찾기'가 출간됐다. 이 책은 육아와 생계, 창작 사이에서 분투하는 한 작가의 일상과 내면을 세 편의 이야기로 그려낸다.
등장하는 주인공은 이름부터 '오한기'다. 오전에는 알바, 낮에는 딸을 돌보고, 밤에는 소설을 쓰는 생활. 현실적인 하루하루가 펼쳐지는 이야기지만 그 안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부모와 창작자의 고단함이 녹아 있다.
표제작 '무료 주차장 찾기'는 공짜로 주차할 공간을 찾아 골목을 헤매는 이야기지만, 그 이면엔 삶의 틈새를 찾아야만 버틸 수 있는 존재의 무게가 묻어난다. '숲 체험'과 '반품 알바' 역시 생존의 경계에서 창작을 붙잡고 있는 인물을 통해 유머와 현실의 쓸쓸함을 동시에 담아낸다.
오한기는 기존 소설의 틀을 벗어나 자전성과 환상, 메타서사가 뒤섞인 형식 실험을 통해 독자에게 신선한 호흡을 전달한다.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가볍지 않고, 무거운 주제를 경쾌하게 풀어내는 그의 문체는 여전히 유효하다.
'무료 주차장 찾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생계를 걱정하며 무언가를 창작하고 아이를 돌보며 자신의 시간을 틈틈이 조각 내 쓰고 있는 모두에게 건네는 조용한 응원이다.
오한기 지음 | 작가정신 | 156쪽
창비 제공'시선으로부터', '지구에서 한아뿐'의 작가 정세랑의 문학적 출발점. 소설집 '옥상에서 만나요'는 그의 첫 번째 단편집이자, 이후 정세랑 문학의 원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작품이다.
책에는 표제작 '옥상에서 만나요'를 비롯해 '웨딩드레스 44', '효진', '반품 안내서' 등 총 9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결혼, 이혼, 여성의 연대, 노동,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 등 현실의 문제를 따뜻한 상상력과 유머로 포장한 이 소설들은, 때론 조용한 위로가, 때론 통쾌한 응답이 된다.
특히 표제작 '옥상에서 만나요'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가 옥상에서 자신과 같은 상처를 안고 있는 여성들과 마주하는 장면을 판타지적으로 그려낸다. 정세랑 특유의 환상과 현실이 섞인 서사는 '말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꺼내고, '함께 존재하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웨딩드레스 44'는 한 벌의 드레스를 입은 44명의 신부들의 속마음을 따라가며 결혼 제도에 대한 다양한 감정들을 조명한다. 각각의 시선이 모여 하나의 구조를 흔드는 이 작품은, 구조보다 사람을 먼저 들여다보는 정세랑식 세계관을 선명히 드러낸다.
정세랑은 이 소설집에서 현실을 직시하되 결코 냉소로 흐르지 않는다. 상처와 불편함을 직면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는 이 소설들은, '정세랑 월드'의 다정한 출발선이자, 이후 장편 세계로 이어지는 징검다리이기도 하다.
정세랑 지음 | 창비 | 31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