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호> 다음 이슈 알아볼까요?
◇ 최서윤> 네.
용인에서 키운 바나나! 아열대 작물 식탁 오르나?
◆ 홍종호> 저 어릴 때는 동네에 가면 딱 하나, 그것도 오래돼서 어두워진 색깔의 바나나 하나를 천 원에 팔고 그랬어요. 너무 먹고 싶다고 생각하곤 했는데, 이게 경기도에서 나오는 겁니까?
◇ 최서윤> 네. 바나나는 원래 필리핀, 베트남 등에서 수입해 먹잖아요. 그런데 원산지에 대한민국이 찍힌 바나나를 오히려 수출하게 될 날도 오지 않을까 싶어요.
경기도 용인시 농업기술센터에서 바나나 수확에 처음으로 성공한 겁니다. 심은 지 1년 만에 13그루에서 무려 250kg을 수확했다고 합니다. 용인시가 재작년부터 아열대 작물 과학 영농 시설을 설치했습니다. 온실처럼 시설 농업으로 아열대 작물을 재배해 보는 거예요.
요새 감귤류에 오렌지를 접목해서 레드향, 천혜향, 한라봉과 같은 만감류 만들잖아요. 그다음에 바나나, 애플망고 같은 아열대 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겁니다. 아직은 실증 재배지만 내년부터는 만감류와 애플망고도 수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고 있어요. 꽤 빠르게 성공한 거예요. 재작년에 시작했으니까요.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 홍종호> 아마 계속 하우스 재배를 하겠다는 건 아니고 앞으로 우리나라 기후가 바뀌어서 아열대가 되면 그때 여기에 잘 적응하고 시장성 있는 과수는 무엇인지 미리 테스트해 보고 예측해 보려는 취지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렇죠?
◇ 최서윤> 네. 이게 설레야 할지 우려해야 할지 모르겠는 상황입니다.
◆ 홍종호> 우리가 결국 기후에 적응해야 하니까요. 의미 있는 시도라고 봐요. 어때요, 맛은 있답니까? 상품성은요?
◇ 최서윤> 꽤 괜찮은가 봐요. 이 센터에서 바나나를 수확하고 일주일간 적정 온도에서 숙성 처리했는데요. 후숙 처리한 바나나의 당도, 크기, 중량을 분석했는데 품질이 우수했다고 합니다. 용인시는 바나나 수확이 체험이나 관광용으로도 시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해요.
◆ 홍종호> 신기할 것 같아요. 서울 근처에서 바나나가 재배된다니. 바나나가 재배되는 곳은 하와이 같은 곳일 줄 알았는데 상당히 신선하고 충격일 것 같아요.
◇ 최서윤> 맞습니다. 30년 전엔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죠. 수확 뒷얘기도 전해드릴게요. 이번 겨울에 온도가 극단적으로 왔다 갔다 하지 않았습니까? 지난주에는 3월인데도 갑자기 눈이 많이 왔잖아요. 그런데 바나나 재배할 때 적절한 온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해요. 겨울철에는 보온이 되게 중요하겠죠. 18도에서 22도 온도 유지하기 위해서 탄소 난방 섬유로 시설 안에 난방을 해줬다고 해요. 또 난방 커튼으로 열기를 가두는 방식으로 온도 유지했다고 합니다. 용인시의 아열대 작물 재배는 결국 말씀하신 것처럼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미리 재배해 봐야 어떻게 온도나 습도를 맞출지, 병충해 대비는 어떻게 할지를 알 수 있잖아요. 그래서 농업 환경 변화에 맞춰서 농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미리 매뉴얼 만들고 우리가 무엇을 기를 수 있는지 작물 발굴도 하겠다는 취지로 보시면 됩니다.
◆ 홍종호> 그래요. 그런데 아열대 하면 제주도가 먼저 떠오르잖아요. 야자수 나무도 있고. 제주도에서는 안 하나요?
◇ 최서윤> 제주도가 먼저 도입했죠. 그래서 품목도 더 다양해요. 품종도 망고, 올리브, 패션후르츠, 파파야, 용과, 아보카도 등을 재배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 홍종호> 올리브도 있나요?
◇ 최서윤> 네. 스페인이 아니라 제주도산 올리브입니다.
◆ 홍종호> 스페인은 작년 말에 폭우가 와서 올리브 생산이 큰 타격을 받았는데요.
◇ 최서윤> 우리가 제주도산으로 대체해야 할 날이 올 수도 있죠. 아직은 수십 가구 정도에 불과하긴 한데 현실성이 있다고 보이는 것 같아요. 특히 주목할 것이요, 올리브를 온실에서 재배하는 게 아닙니다. 노지 재배예요. 제주에서는 이미 자리 잡은 과일도 있어요. 애플망고죠. 애플망고는 지금 제주도 농가 소득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 최서윤> 또 제주도 특산물로 여겨졌던 한라봉은 제주도를 넘어서 충남 태안까지 북상했어요. 그리고 전남이 주산지였던 배도 경기도까지 올라왔습니다. 한반도가 그만큼 아열대 기후대로 빠르게 편입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통상 연평균 기온이 15도 이상이면 아열대 기후로 분류하는데요.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국내 아열대 기후 지역이 2020년 기준 경지 면적의 10%에 불과했는데 2060년이 되면 27%, 2080년대면 62%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합니다.
◆ 홍종호> 굉장히 빠른 속도의 변화예요.
◇ 최서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기온 상승 속도가 더 빠른 편이라고 하네요. 국립기상과학원에서 내놓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앞으로 30년 이내에 우리나라에서 아열대 작 물을 재배할 수 있는 경지 면적이 무려 56%에 이를 거라고 합니다.
◆ 홍종호> 우리가 열대 과일에 대한 로망이 있잖아요. 비싸기도 하고 먹고 싶다고요. 특히 망고 같은 거.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이런 게 재배가 되면 대신 기존에 우리가 주로 재배했던 과일은 또 재배 면적이 줄어들고 힘들어지는 상황으로 가지 않겠어요?
◇ 최서윤> 맞습니다. 참으로 사람 마음이 간사한 게 옛날에는 수입 과일들 먹고 싶었잖아요. 패션푸르트 같은 거 먹고 싶었는데 요즘에는 사과가 비싸지니까 사과가 아쉽더라고요.
온대 과일인 사과 같은 경우에는 날씨가 더워지면서 재배 면적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33년까지 축구장 4천 개 규모의 사과밭이 사라질 거라고 합니다. 얼마 안 남았어요. 앞으로 강원도의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사과가 재배될 거라고 해요. 그래서 지금 아예 품종을 사과에서 복숭아로 바꾸고요. 신품종을 개발하는 변화를 농가에서는 생존을 위해서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사과 먹기 더 어려워질 것 같아요.
◆ 홍종호> 얘기 들어보니 소비자들도 입맛을 바꿔야 할 것 같고 또 이런 극심한 기후변화를 도시보다 농촌에서 실감하고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최서윤> 맞습니다. 매일 체감하고 있다고 합니다. 11년 전 농촌진흥청 조사를 소개해 드릴게요. 당시에 기후변화에 대한 농업인의 인식 조사를 실시했는데 농업인의 무려 85% 이상이 기후변화를 체감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이 10년 이내에 기후변화가 농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었는데요. 10년이 지난 지금 현실이 됐죠?
◆ 홍종호> 네. 이런 건 농민들께서 제일 정확할 것 같아요. 직접 재배를 하고 계시니까요.
◇ 최서윤> 맞습니다. 농촌에서는 특히 인구 고령화까지 겹치면서 대처가 더 어렵다는 문제가 또 하나 있습니다. 와닿는 이야기 하나 있어서 소개해 드리면요.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가 이런 말을 했어요.
기후위기는 농민들의 허리 문제다. 무슨 얘기일까요?
◆ 홍종호> 허리? 중년층의 비유일까요?
◇ 최서윤> 네극단적인 날씨 변화로 제초 작업이 최소 3, 4회 늘어나야 하는데요. 그러면 농민들은 허리를 더 꺾고 일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 홍종호> 말 그대로 농민들의 허리가 더 힘들어진다는 얘기군요.
◇ 최서윤> 따뜻해지니까 잡초도 더 빨리 자라는 거예요. 그만큼 허리 숙일 일이 많아지는 거예요.
◆ 홍종호> 안 그래도 고령자들이신데.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 최서윤> 맞습니다. 인구는 고령화되는데 가혹한 미래라고 할 수 있어요. 농촌의 먹거리 문제가, 농촌에서 기르는 작물들 다 도시에서 소비하잖아요. 시골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전 사회 구성원이 참여해서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어요. 농촌의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 녹색 교통체계를 구축한다든가, 먹거리 공공 조달 체계를 복원한다든가 이런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대안 중에 중요한 해결책이 하나 있죠. 스마트 농업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로봇 같은 기술들이 작물 데이터를 수집하고 자동으로 관리하는 그런 방안을 말하죠. 최근에는 실내 온실 시설 농업뿐만 아니라 노지 농업도 스마트화가 되고 있다고 해요. 수확량을 모니터링 한다든지, 물이랑 양분을 관리한다든지, 병해충 방제, 잡초 관리까지 해주는 시스템이 나오고 있다고 해요.
◆ 홍종호> 화훼 분야는 그렇게 된 지 꽤 됐죠. 특히 유럽에서는 완전히 컴퓨터화 돼 있죠.
◇ 최서윤> 노지에서 그냥 하는 것도요. 농촌경제연구원이 스마트 농업이 기후 변화, 노동력 감소, 소비 증가라는 농업의 주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필수적 조치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상 기후 상황에서 스마트 농업을 통해서 기후 데이터를 활용하면, 변동성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요. 고령화와 노동력 감소 문제 역시 자동화 기술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겠죠.
마지막으로, 소비 수요는 계속 증가하잖아요. 근데 국내 농산물 생산량은 계속 감소하고 있어서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이에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지 스마트 농업의 확산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고령, 소농 중심 농업 구조에서 스마트 농업은 진입 장벽이 높아요. 왜냐하면 초기 투자 비용도 되게 높죠, 농촌 어르신들이 매일 새롭게 생겨나는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되는 것도 어렵잖아요.
투자하는 만큼 수익이 날 건지 불확실하다고 해요. 농가들에서 스마트 농업을 아직 신뢰하기 어렵다, 지금의 농촌 인구 구조에서 그대로 도입하기 조금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여지기는 하는데. 그러려면 뭐가 필요하겠습니까? 국가 차원의 투자랑 정책 지원이 필요하겠죠. 이미 재작년에 스마트 농업법이 제정돼서 제도적 기반이 확립됐으니까 인프라 구축과 확대가 필요해 보입니다.
◆ 홍종호> 전부터 생각했지만 앞으로 인프라 투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막론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정부의 방향이 결정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요. 특히 농촌의 위기는 도시 소비자들인 전 국민의 위기잖아요. 먹고 사는 문제니까요. 그래서 범부처, 범정부적으로 앞으로의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 생산성의 급락, 품종의 변화 필요성에 대해서 전략적이고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되겠다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네요.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CBS 최서윤 기자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최서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