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산업통상자원부 안덕근 장관이 25일 우리나라를 방문한 마이크 던리비 미국 알래스카 주지사를 면담했다. 이날 면담에서 두 사람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등 에너지 협력 강화를 비롯한 한-알래스카 및 한-미 간 교역·투자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안덕근 장관은 특히 현재 미국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투자를 유지·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주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안덕근 장관은 던리비 주지사에게 한국이 알래스카의 최대 수입국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알래스카의 국가별 수입 규모는 우리나라가 11억 7천만 달러로 캐나다(10억 2천만 달러)와 베트남(3억 2천만 달러)를 제치고 가장 컸다. 안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알래스카 지역 개발 촉진을 지원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만큼 향후 알래스카의 무궁한 발전 가능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산업·에너지 분야에서 한-알래스카 협력이 활성화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 장관과 던리비 주지사는 한미 간 교역·투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돼 양국이 이미 에너지와 첨단산업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산업 생태계를 이루어 호혜적으로 발전해 왔다고 평가하면서 향후 양국 간 협력 강화 의지를 밝혔다. 또한, 안 장관은 그간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에 따른 일자리 창출과 지역 활성화 등 미국 경제에 대한 기여도를 부각하며 앞으로도 활발한 대미 투자가 이어질 수 있도록 미국 주요 정책 및 제도의 안정적인 이행·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만은 참여 공식화, 일본도 적극적…우리 정부 선택은?
한편, 이날 두 사람 논의의 핵심인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북극해 연안 알래스카 북단 프루도베이(Prudhoe Bay) 가스전에서 채굴한 천연가스를 수송관을 통해 태평양에 인접한 알래스카 남단 앵커리지 인근 부동항 니키스키(Nikiski)로 보내 액화한 뒤 국내외로 판매하려는 사업이다. 알래스카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지름 1m, 길이 약 1300㎞인 초대규모 수송관과 액화 설비 등 건설이 프로젝트 핵심인데 이에 필요한 사업비는 무려 440억 달러(64조 원)로 추산된다.
알래스카 프로젝트는 자국 LNG 수출을 최우선시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17년 본격 추진돼 2020년에는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 승인까지 받았지만,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하고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환경 문제 등에 관한 우려로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지지부진 상태가 이어져 왔다.
그러나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는 대규모 외국 투자 유치를 통해 알래스카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려 적극 나서고 있고 지난 5일 의회 연설에서는 "프로젝트 참여를 희망하는 한국과 일본 등이 각각 수조 달러(수천조 원)를 투자할 것"이라는 황당 발언을 쏟아내며 우리나라 등의 참여를 기정사실화했다.
이미 2016년 엑슨모빌과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 세계 굴지의 에너지기업이 경제성 문제 등으로 알래스카 프로젝트에서 일찌감치 발을 뺀 바 있는 만큼 우리 정부는 사업성 등을 철저하게 검토해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미 대만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유력한 카드로 알래스카 프로젝트 참여를 공식화했고 일본도 적극적인 상황이어서 우리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