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수상 작가 한강. 연합뉴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을 비롯한 국내 문학계 종사자 414명이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는 '한 줄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25일 '피소추인 윤석열의 파면을 촉구하는 작가 한 줄 성명'을 통해 "12‧3 불법 비상계엄으로 탄핵 소추된 윤석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지연되고 있다. 극우 세력이 발하고 혐오와 폭력이 횡행하는 등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며 조속한 파면 결정을 촉구했다.
성명에는 한강을 비롯해 소설가 은희경, 김연수, 김초엽, 김호연, 박상영과 시인 김혜순, 김사인, 오은, 황인찬 등 국내 대표 문인들이 대거 참여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 그림책 작가 백희나도 뜻을 함께했다.
한강 작가는 "훼손되지 말아야 할 생명, 자유, 평화의 가치를 믿는다. 파면은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일"이라며 탄핵 심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은희경은 "민주주의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짧고 강한 메시지를 남겼고, 김연수는 "늦어도 다음 주 이맘때에는 정의와 평화로 충만한 밤이기를"이라며 희망을 기원했다.
소설가 정보라는 "내란 수괴를 처단하고 평등사회를 건설하자"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고,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소포클레스의 비극 '안티고네'에서 "친구들 중에서 당신을 견뎌낼 수 있는 자들 앞에서나 날뛰세요"라는 구절을 인용해 윤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시인 장석남은 "국민을 향해 총을 들라고 명령한 자의 파면은 상식이며, 그 무리의 소멸 또한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시인 김혜순은 "우리가 전 세계인에게 더 이상 부끄럽지 않게 해다오, 제발"이라고 했고, 시인 안웅선은 "정의보다 가치 있는 침묵은 없다"고 강조했다.
시인 황인찬은 "12월 3일 이후 상식과 정의의 시계가 멎었다. 멈춘 시간을 흐르게 하라. 윤석열을 파면하라"고 했다.
김멜라 작가는 "모든 꽃은 제때 만개해야 세상의 환영을 받지요. 정독도서관의 앞뜰은 벚꽃이 참 예쁩니다. 부디 사람들이 봄의 북촌길을 자유로이 오갈 수 있도록 이 사태를 매듭지어 주십시오"라고 헌재에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했다.
임현 작가도 "진짜 같은 소설을 쓰고 싶은 것이지, 소설 같은 일이 진짜 벌어지는 나라에서 살고 싶은 것이 아니다. 소설도 누가 이렇게 써봐라, 편집자가 가만두나. 벌써 교정, 교열했지"라고 했다.
이날 성명 발표와 함께 한국작가회의는 서울 광화문 농성촌 앞에서 전국 문학인 2487명의 명의로 긴급 시국선언을 열었다.
선언문에서 이들은 "윤석열의 계엄령 선포는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이며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판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탄핵 선고 지연으로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헌재가 신속한 결정을 내려 국민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성명은 윤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문학계의 연대와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송경동 시인은 윤 대통령의 파면을 요구하며 지난 11일부터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