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하늘을 바라보다 문득 벌레처럼 생긴 무언가가 시야에 떠다니는 경험을 해본 적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날은 이 현상이 심해지는 날도 있고, 또 어떤 날은 크게 방해가 되지 않는 정도로 괜찮은 날도 있다. 그래서 보통은 '별일 아니겠지' 하며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일명 '날파리증'이라고도 불리는 이 증상은 단순한 착각일 수도 있지만, 의외로 많은 이들이 겪고 있는 안과적 현상으로 공식 명칭은 '비문증(飛蚊症, 눈앞에 떠다니는 점이나 실선 같은 이물감)'이라고 불린다.
강남 아이오케이안과의원 오영삼 대표원장은 CBS 경제연구실 채널의 '의사결정' 유튜브에 출연해
"비문증은 대부분 놔둬도 되는 단순 증상이지만, 병적인 경우에 시기를 놓치면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구분과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문증의 원인부터 병적인 경우를 구분하는 특징, 예방법과 악화를 막는 방법까지 알기 쉽게 소개했다.
'유리체 액화'와 '후유리체 박리'가 원인
우리의 눈 안에는 '유리체'라는 투명하고 젤리 같은 물질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 나이가 들거나 외부 자극이 누적되면 유리체의 성분이 변해 밀도 차이가 생기고 이러한 변화로 유리체가 '액화'가 된다. 그렇게 되면 유리체가 망막으로부터 떨어져 나오는 '후유리체 박리'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망막 표면의 찌꺼기가 떨어져 나와 유리체에 떠다니게 되고 이것이 눈에 보이는 비문증 증상이 된다. 결국 우리 눈앞에 보이는 벌레들은 대부분 '유리체 액화' 현상과 '후유리체 박리'가 주요 원인인 것이다.
무늬가 늘거나 변하고, 동반 증상이 생겼다면 병원 찾아야
강남아이오케이안과의원 오영삼 대표원장. '의사결정' 유튜브 캡처비문증은 대개 병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양성(良性) 비문증은 크기와 모양이 일정한 편이다. 그리고 위치는 일정하지 않은 상태로 유지된다. 또한 개수도 많지 않고 동반되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 반면 병적인 비문증은 위치가 고정된 상태에서 점점 무늬가 많아지거나 커지면서 양상이 변한다. 그리고 비문증 외에도 다양한 동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눈 주변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듯이 번쩍거리는 빛이 보이는 '광시증'이 함께 나타나거나, 검은 커튼이 시야를 가리는 듯한 증상이 있다면 망막 열공이나 망막 박리 가능성이 있으므로 즉시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젊은 나이의 비문증은 망막 질환과 연관 있을 수 있어
평소 눈 관리를 잘하거나 망막에 큰 문제가 없는 사람들이 60대 이후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비문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비문증은 대부분 문제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젊은 연령층에서 나타나는 경우는 이야기 다르다. 특히 고도 근시가 있거나 눈을 자주 비비는 습관이 있는 사람, 눈을 세게 부딪힌 경험이 있는 경우에는 유리체가 변형된 것일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망막의 열공과 박리로 진행될 위험이 있다. 오 원장은 " 젊은 나이인데, 병적인 비문증에 해당하는 확실한 비문증이 생겼다면 반드시 정밀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눈 비비기와 엎드려 자기 같은 습관이 큰 영향
눈을 자주 비비거나, 엎드려 자는 습관은 비문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눈을 비비면 유리체를 구성하는 젤 상태의 조직이 변형되기 쉬우며, 이는 유리체 액화를 앞당기는 원인이 된다. 또 엎드려 자는 자세는 안구에 지속적인 압력을 가해 비문증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혈류를 방해하기 때문에 눈 건강에도 악영향을 준다. 또한 눈을 세게 부딪히는 사고, 예를 들면 야구공이나 골프공처럼 큰 속도로 날아오는 물체에 맞는 일은 유리체 손상뿐 아니라 안구 파열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외상은 비문증을 넘어 실명 위험까지 높일 수 있으므로 이러한 운동을 할 때는 반드시 보호안경을 착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신으로 비문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어
강남아이오케이안과의원 오영삼 대표원장. '의사결정' 유튜브 캡처임신을 하게 되면 산모가 비문증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는 임신 초기에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임신의 후반부가 될수록 빈번해지는 경향이 있다. 출산을 준비하게 되면 우리 몸은 여러 결합조직이 느슨해지면서 아기가 나오는 길이 잘 열릴 수 있도록 출산을 위한 준비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현상이 눈도 영향을 받는다. 유리체를 구성하는 콜라겐 조직도 영향을 받아 느슨해지면서 일시적으로 액화가 촉진될 수 있다. 오 원장은 "출산 후에도 비문증은 잘 사라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며 "증상이 급격히 심해지거나 이상이 느껴지면 반드시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