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선 안양역 일대 모습. 안양시 제공십수 년간 지역 내 철도 지하화를 추진해온 경기도 안양 지역사회가 국가 선도사업에서 배제된 데 대해 거세게 반발하며, 종합계획 반영을 위한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반면 정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측은 '안양구간 사업의 경제성을 높일 현실적 대안이 있어야 검토 가능하다'는 취지로 다소 유보적인 입장이다.
짧은 구간+사업비 방안 등 기준 '선도사업' 제한
2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국토부와 기획재정부는 철도 지하화 사업 조기 추진을 위한 선도사업 대상지를 선정하면서, 경제성 부족 등을 이유로 안양구간이 포함된 경부선 등을 제외했다.
기재부의 '지역 건설경기 보완방안 별첨자료(2월 19일자 민생경제점검회의)'를 보면, 3개 노선(부산·대전·안산)이 선도사업지로 선정된 조건은 '노선 구간 설정과 사업비 분담 등에 대한 지자체별 협의 완료'로 제시돼 있다.
이런 조건을 갖춘 세 지역에 대해서만 올해 상반기 중 기본계획 수립 작업을 시작해 우선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내용이다.
지난 2012년 10월 최대호 안양시장이 경부선 철도지하화 추진과 관련해 관계자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안양시 제공특히 이들 선도사업 계획안은 주변 대규모 재개발과 조차장 이전에 따른 개발, 미니신도시급 역세권 개발 등과 연계해 각각 1조 5천억 원가량의 사업비 마련 방안을 담고 있다.
또 해당 구간들은 5㎞ 안팎의 비교적 짧은 길이로, 부지매입과 공사 등에 드는 비용 측면에서 10㎞ 이상에 달하는 안양지역 노선 등 수도권 구간보다 신속 추진에 유리한 구조다.
반면 이번 기재부 자료에는 수도권 경부선, 경인선, 경원선 등에 대해 '지자체 추가 협의를 거쳐 구체적 추진방안을 마련해 발표' 할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노선이 길거나 국공유지가 적어 비용 부담이 큰 사업에 대해서는 임의로 선도사업에서 제외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양시 "사업 공론화+제도기반 구축 선도했는데…"
경부선 철도 지하화 촉구 안양시민대회. 독자 제공이에 대해 안양 지역사회는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기재부의 철도 지하화 선도사업 발표 직후 최대호 안양시장의 긴급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안양시의회가 비판 성명을 내는가 하면, 지난 13일에는 안양역 일대에서 '경부선 철도 지하화'를 촉구하는 시민 궐기대회도 열렸다.
안양시와 지역 정치권, 시민사회단체는 '철도 지하화 추진의 원조인 안양시가 선도사업에서 배제된 건 납득할 수 없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최 시장은 지방선거 공약을 통해 경부선 철도 지하화의 필요성을 처음 공식 제기했다. 철도 횡단으로 인한 동서 균형발전 저해와 교통정체 심화, 열차소음 피해를 막겠다는 게 핵심 취지였다.
2012년에는 안양시 제안에 따라 군포시와 서울 금천·구로·동작·영등포·용산구 등 7개 지자체 중심으로 '경부선 지하화 추진협의회'를 꾸렸다. 당시 초대 회장이 최 시장이었다.
이후 협의회는 경부선 지하화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펼쳐 103만 명의 동의를 받았고, 여러 번에 걸쳐 대통령직인수위나 중앙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지난달 20일 최대호 경기 안양시장이 철도지하화 선도사업 배제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안양시 제공이 과정에서 구체적 사업구상 작업도 병행돼 왔다. 2013년 착수한 '경부선 지하화 기본구상용역'을 통해 철도 지하화를 위한 실무적,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1월 제정 후 올해 시행된 '철도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의 근간이 됐다.
특별법에 반영된 주요 조항과 시행령 내용은 △과밀·개발부담금의 감면 또는 면제 △기반시설 및 용지매입비 지원 △국가의 철도부지 무상현물 출자 △사업시행자 주체 설정 등이다.
이처럼 철도 지하화 사업을 현실화하는 데 기여한 만큼, 관련 국가사업에 적극 반영되고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게 안양 지역사회의 바람이다.
시는 현재 진행 중인 '경부선 지하화 및 상부개발 전략 수립 용역(지난해 11월 착수)'을 거쳐 기존 선도사업 공모에 냈던 제안 내용보다 구체적이고 사업성 있는 대안들을 마련해, 올해 국토부에서 수립 예정인 '철도 지하화 종합계획'에 안양지역을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안양시 관계자는 "우리 지역에서 사업의 틀이 만들어진 건 사실이다"라며 "국공유지가 적어 비용 측면에서 어려운 점은 있지만, 합리적 방안을 구체화해 경기도를 통해 5월 중 종합계획 반영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안양시 제안 보완돼야"…'경제성 제고' 관건
최대호 안양시장이 지난해 12월 인근 6개 지자체장 등 관계자와 경부선 철도 지하화 선도사업 선정 공동 건의문에 서명했다. 안양시 제공국토부 측은 신속히 공사를 시작할 수 있는 곳을 선도지역으로 선정했고, 향후 종합계획 공모를 통해 사업성과 지자체별 합의 여부 등을 평가해 사업지 선정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안양시가 제출한 제안 내용만으로는 경제성 등에서 선도사업지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향후 종합계획 반영 요청들이 광역지자체를 통해 들어오면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선도사업 대비 종합계획 반영 사업은 대략 6개월 이상 정도 (사업 추진 시점이) 늦어지는 차이가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