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공정거래위원회는 시높시스 인코포레이티드가 앤시스 인코포레이티드의 주식 전부(약 50조 원)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양 사 자산 일부 매각을 조건으로 승인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기업결합은 미국에 본사를 둔 소프트웨어 업체인 시높시스와 앤시스 간 결합으로, 양 사 모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반도체 칩 혹은 빛을 이용하는 다양한 제품을 설계하는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만큼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 주목을 받았다.
특히 시높시스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대상으로 반도체 칩을 이루는 표준화된 구성요소인 설계 IP(Intellectual Property)도 공급하고 있다.
공정위는 심사 과정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LX세미콘 등 국내 12개 사업자와 Apple, Google, Qualcomm, Intel, AMD, SONY 등 해외 15개 사업자 등 국내외 이해관계자로부터 의견을 청취했다고 설명했다.
또 관련 전문가들의 기술적 자문을 받는 한편, 이번 기업결합이 국제기업결합임을 감안해 유럽연합, 영국, 미국 등 해외 경쟁당국과도 긴밀하게 협력해 심사를 진행했다고 부연했다.
공정위 제공일부 자산 매각 조건 단 이유
공정위에 따르면 반도체 칩 설계 과정 중 하나인 ①레지스터 전송 수준 전력 소비 분석을 위한 소프트웨어 ②광학 제품 설계를 위한 소프트웨어 ③포토닉스 제품 설계를 위한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될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심사했다.
세 시장은 공통적으로 시높시스와 앤시스의 사업 영역이 중첩돼 이른바 수평결합이 발생해서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 이후 시높시스와 앤시스가 세 시장에서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인 가격 인상, 거래조건의 불리한 변경 등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높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제공이번 기업결합 이후 "세 시장에서 시높시스와 앤시스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지게 된다는 점 △종전 양 사 간 직접적인 경쟁이 사라지는 점 △양 사로부터 제품을 구매하는 국내외 고객사들도 이번 기업결합으로 인해 선택지가 축소되고 종속될 가능성이 높은 점 △세 시장 모두 고도의 기술력을 요해 신규 경쟁자가 진입하기 용이하지 않은 점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기업결합으로 혼합결합이 발생하는 시장에서 양 사가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의 실현 가능성을 검토한 결과, 그러한 전략을 사용할 능력 혹은 유인이 없고 설령 실행하더라도 실제 경쟁사업자 배제 효과 발생 가능성은 없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경쟁제한 우려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으로 인한 세 시장의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각 시장별로 시높시스 혹은 앤시스의 관련 자산 일체를 매각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레지스터 전송 수준 전력 소비 분석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는 앤시스와 그 계열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관련 자산 일체를, 광학 소프트웨어와 포토닉스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는 시높시스와 그 계열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관련 자산 일체를 매각하도록 했다.
이 같은 시정조치는 "양 사의 자산 매각을 통해 반도체 칩과 광학 및 포토닉스 제품 설계를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소프트웨어 시장에서의 경쟁을 보호함으로써, 인공지능(AI) 반도체의 부상, 공급망 재편 등의 상황 속에서 국제적으로 치열하게 경쟁 중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칩 사업자 등의 피해를 미연에 방지한 것"이라고 공정위는 강조했다.
한편 이번 조치는 지난해 8월 공정거래법에 도입된 '기업결합 시정방안 제출제도'를 최초로 활용한 사례다. 공정위가 시정조치를 부과할 때 기업결합의 당사자인 기업에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시정방안을 제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공정위는 이를 참고해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시높시스와 앤시스가 자산 매각 내용을 담아 직접 제출한 시정방안을 참고하고, 경쟁사 및 고객사 의견청취 등을 거쳐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을 수정해 최종적으로 자산 매각 조치의 구체적 내용을 확정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