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간부를 사칭한 사람이 주문한 빵. A씨 제공군 간부를 사칭해 빵 100개를 주문해놓고 연락 두절되는 '노쇼'(no-show‧예약 부도)가 발생해 경찰이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 군에서도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18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제주도내 한 빵집 사장인 A씨는 지난 10일 한 예약 전화를 받았다. 자신을 제주에 있는 해병대 9여단 간부라고 밝힌 남성이 녹차크림빵 100개를 주문했다.
이 남성은 "부대원을 위한 간식이고 14일 다른 간부가 찾으러 갈 것"이라고 했다.
평소 기관 단체 주문을 많이 받은 터라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던 A씨는 빵을 찾으러 오기로 한 날에 맞춰 빵 100개를 만들었다. 하지만 약속한 당일 아침이 돼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A씨는 이 남성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이후 문자 메시지로 '주문하신 크림빵 준비가 돼서 냉장고 쇼케이스에 보관 중이다. 수량이 많아 쇼케이스를 사용 못 하고 있다. 언제 찾아가실지 급히 연락 부탁드린다'라고 보냈다.
하지만 답장은 '번창하시길 바랍니다!' '병사들이 녹차 알레르기가 있다' '주변 보육원에 후원하시고 좋은 일 한 번 하시길 바란다' '시간 낭비하지 않으시길 바란다' 등의 조롱문자였다.
군 간부를 사칭한 사람이 보낸 조롱문자. A씨 제공취재진이 해병대 9여단에 확인한 결과 해당 빵집에 빵을 주문한 사실이 없었다. 전형적인 '노쇼'였다. A씨는 33만 원 상당인 빵 100개(개당 3300원)를 만드느라 '괜한' 일을 한 것이다.
A씨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빵 100개 중 절반은 판매하고 나머지는 손님들에게 나눠줬다. 손해보다는 빵을 만든 시간과 노력이 헛수고가 돼서 굉장히 화가 많이 났다"고 토로했다.
사건 직후 A씨는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했으며, 현재 제주동부경찰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통신 수사 등을 통해 피의자를 특정하고 불러내 조사할 계획이다.
군인을 사칭한 노쇼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6월에도 육군 대위를 사칭해 사흘 치 도시락 400개를 주문했다가 잠적해 먼저 만든 도시락 160개를 폐기 처분하기도 했다.
해병대 9여단 관계자는 "군 사칭해서 도시락이나 빵을 주문하는 사례가 발생하는데 각별히 주의해 달라. 꼭 해당 부대에 전화를 걸어 주문한 사실이 맞는지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