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연합뉴스미국이 러시아에 '30일 휴전안'을 제안하며 동참을 압박하는 가운데, 러시아가 최근 미국에 평화 협상을 위한 조건을 제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13일(현지시간)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와 미국 관계자들이 지난 3주 동안 대면 및 화상 회의를 통해 종전 협상의 조건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구체적으로 어떤 요구를 했는지, 평화 협상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러시아가 제시한 조건의 폭이 넓고 과거 우크라이나, 미국,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요구했던 사항과 비슷하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러시아의 기존 요구 사항은 △우크라이나가 NATO에 가입하지 않을 것 △우크라이나 내 외국 군대 배치를 금지할 것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와 4개 지역을 러시아 영토로 인정할 것 등이다.
과거 바이든 행정부도 러시아의 침공을 막기 위해 일부 조건을 논의하려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러시아는 결국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한편,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지난 11일 우크라이나 전쟁을 30일 동안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이제 (휴전은) 러시아에 달렸다"며 러시아가 휴전안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압박했다.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이날 브리핑에서 "(30일 휴전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미국이 앞으로 며칠 내로 협상의 구체적인 내용과 합의된 사항을 러시아에 전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지난 20년 동안 서방의 군사력 확대를 막고 유럽에서 푸틴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요구를 계속해왔다며, 이번 협상도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앤젤라 스텐트 수석연구원은 "러시아가 협상에서 양보할 의사가 있다는 신호는 보이지 않는다"며 "러시아의 요구는 변함이 없으며, 이들은 평화나 진정한 휴전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도 향후 러시아와의 협상 방향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와의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중동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는 지난달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스탄불 회담을 "일관되고 실질적인 협상"이라며 "평화 협정을 이루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러시아 분쟁 특사인 키스 켈로그는 지난주 "이스탄불 협정을 협상의 출발점으로 보지 않는다"며 다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협상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