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정부가 현행 사망자(피상속인) 전체 유산을 기준으로 상속세(유산세)를 부과하던 것을 상속인이 물려받은 만큼 세금을 내도록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변경 추진하면서 세금 감소 효과에 이목이 쏠린다.
기획재정부는 12일 상속세 과세 체계를 합리화하기 위해 기존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과세 방식을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달 중으로 '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 관련 법률안을 입법예고하고 공청회를 거쳐 5월 중 법률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정부는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유산취득 과세 집행 시스템을 마련하고 보완 입법 과정을 거쳐 2028년 시행한다는 목표다.
현행 유산세는 사망자 전체 유산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부과하다 보니 누진과세 적용으로 각 상속인이 받은 유산보다 높은 세율이 적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번에 정부가 추진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은 각자 상속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낸다는 게 골자다. 이 때문에 납세자별 부담 능력에 따른 과세, 상속인 각자가 본인에 해당하는 공제를 그대로 받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달라지는 상속세 과세 방식의 특징을 사례와 함께 살펴봤다.
자녀 3명이 15억원 균등 상속시 8천만원씩 절세
▷현행 유산세 과세 방식에 따르면 상속을 받는 자녀 3명마다 각각 8천만원씩 상속세를 부담해야 한다. 전체 상속재산 15억원 중 5억원을 일괄공제한 뒤 남은 10억원에 과세표준을 적용하면 결정세액이 2억4천만원이 된다. 이를 3명이 나누면 상속세 8천만원을 부담하고 4억2천만원을 실제 물려받게 된다.
하지만 개정안으로 과세하면 전체 15억원에서 자녀별 상속받은 5억원이 기준이 되고 이는 기본공제로 자녀들은 별도의 상속세를 내지 않고 각각 5억원을 물려받게 된다.

장애인 상속자는 다른 상속자와 분리, 실효성 확보
▷자녀가 2명이 있는 가구에서 둘 중 하나가 장애인인 경우를 예로 들면, 현행 유산세 과세 방식대로 인적공제를 계산해보면 기초공제 2억원과, 자녀 1명당 5천만원씩 총 1억원의 자녀공제, 그리고 장애인 공제 2억원(1천만원×기대여명 20년)을 합해 5억원이 공제된다. 그런데 일괄공제 5억원과 금액이 같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장애인 공제 적용을 하더라도 다른 상속인도 함께 받아 장애인 당사자에 대한 지원 실효성이 더욱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개정안은 장애를 가진 자녀는 기본공제(상속인·수유자별로 공제액 규정) 5억원에 추가로 장애인 공제가 적용된다. 위처럼 기대여명 20년을 계산했을 경우 추가로 2억원(1천만원×20년)이 공제된다. 결국 장애를 가진 자녀는 7억원, 다른 자녀는 기본공제 5억원이 적용돼 합계 12억원이 적용되는 효과를 보게 된다.

배우자 상속재산 10억원 이하는 전액 공제
▷상속인 중 배우자가 10억원, 자녀 2명이 각각 5억원을 실제 상속 받았다면 현행 유산세 과세 방식은 배우자 공제 8억 6천만원과 일괄공제 5억원을 더해 총 13억 6천만원을 공제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개정안은 배우자가 받은 상속재산이 10억원 이하이면 법정상속분과 관계없이 전액 공제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배우자공제 10억원과 자녀 2명도 각각 5억원씩 기본공제를 받게 돼 전체 20억원을 공제받게 된다.

30년 이상 경영한 기업체를 상속하는 경우
▷현행 과세 방식은 10년 이상 계속해서 경영한 기업 상속 시, 가업 상속 재산 가액에 상당하는 금액을 공제한다. 공제한도는 경영기간에 따라 300억~600억원이다. 구체적으로 △경영기간 10~20년, 300억원 △경영기간 20~30년, 400억원 △경영기간 10~20년, 600억원이다. 이 경우 600억원이 공제된다. 개정안도 현행과 똑같이 가업을 승계하는 상속인에게 적용된다.
반면 자녀 2명이 모두 가업을 승계한다면 가업재산 비율로 한도를 나눠 산정한다.

유증 뒤 증여? 우회상속은 상속세 과세
정부는 세부담을 피하려 우회상속할 경우 △전체상속재산 30억원 이상이면서 △상속개시일로부터 5년 이내 증여한 경우는 △직접 상속했을 경우와 발생했을 '비교과세 세액'을 따져 후속 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어 피상속인 아버지(A)가 딸(B)에게 45억원을 상속하고 사위(C)에게 5억원을 유증한 뒤 C가 A의 사망일로부터 5년 이내에 B에게 5억원을 증여하는 방식으로 상속세를 낮추려 한 경우, 우회상속에 해당된다고 하면 B가 A에게 받은 상속액은 전체 50억원으로 판단, 상속세액이 약 18억원이 된다.
B가 받은 45억원과 C가 받은 5억원 각각에 대한 상속세액과, 상속 이후 C가 B에게 증여한 증여세액을 합해 계산하면 약 17억원이다. 정부는 이렇게 차이나는 1억원 상당의 세액을 추가 과세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현행 과세 기준으로 배우자가 자녀 등 다른 상속인과 상속받는 경우 배우자공제 최소공제액 5억원과 일괄공제 5억원을 합해 상속재산 10억원까지는 인적공제가 돼 상속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정부는 이같은 일종의 면세점 기능을 고려해 인적공제 최저한을 10억원으로 설정해 대부분 현행 인적공제 수준 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