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최근 쿠팡의 대규모 유출 사태로 불신이 커지는 가운데 입점 판매자들은 "쿠팡은 팔수록 손해보는 구조"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정산·노출·환불·광고·수수료까지 모든 리스크가 판매자에게 몰리는 플랫폼"이라고 지적했다.
"매출이 나와도 돈이 안 들어와요"
화장품을 주로 파는 개인 사업자 김정재(가명·26)씨는 쿠팡에서만 5년째 판매를 이어온 입점 판매자다. 그는 쿠팡의 가장 큰 문제로 정산구조를 꼽는다. 기본 정산 주기가 길 뿐 아니라 환불과 클레임이 걸리면 예정된 정산 금액이 통째로 보류되는 일이 잦았다. 김씨는 "장부상 매출은 쌓이는데 실제 현금 유입이 늦어 재고·포장재·물류비 부담을 전적으로 떠안아야 하는 구조"라고 했다.
해외구매대행 입점 판매자 권소윤(25)씨도 비슷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고객 주문이 들어오면 먼저 본인 돈으로 해외 사이트에서 상품을 사서 한국까지 배송해야 하는데 쿠팡 정산은 보통 3주 안팎이 걸린다. "해외 상품 결제와 국내 배송비는 바로 나가는데 정산은 한참 뒤에 들어와 항상 자금 압박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반대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구매 확정 직후나 늦어도 일주일 안에 정산돼 "자금 계획을 세우기 훨씬 수월하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평가다.
'누가 더 싸게 파냐'만 남아…입점판매자는 "어떻게 수익내나"
연합뉴스
노출과 광고, 환불 시스템은 입점 판매자 모두가 "이익을 내기 어려운 이유"라고 지적한 부분이다. 김 씨는 쿠팡 특유의 '아이템위너' 시스템을 "가격 인하 경쟁만 남기는 제로섬 게임(누군가의 이익이 곧 다른 누군가의 손해가 되는 구조)"이라고 표현한다. 동일 상품을 파는 여러 입점 판매자 가운데 한 명을 위너로 정해 리뷰·평점·상단 노출을 몰아주는 구조라 "누가 더 싸게 파느냐가 거의 전부가 된다"는 것이다.
기존 입점 판매자가 수백 건의 리뷰를 쌓아도 새 입점 판매자가 조금 더 싼 가격이나 빠른 배송 옵션을 내걸면 위너가 바뀌고 그 순간 기존 리뷰까지 통째로 가져갈 수 있다. 김씨는 "상세페이지를 공들여 만들고 CS·배송에 투자해도 위너 선정에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며 "결국 가격을 더 내리지 않으면 버티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이런 구조를 두고 일부 입점 판매자들 사이에선 "쿠팡에선 팔수록 손해 보는 느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광고는 또 다른 변수다. 김 씨는 "같은 키워드·입찰가로 광고를 걸어도 어느 날은 노출이 잘 되고, 어느 날은 거의 안 뜬다"며 "광고비는 꾸준히 빠져나가는데 클릭·전환은 들쭉날쭉해서 효율을 계산하기 어렵다"고 했다. 공방 운영하는 이은정(50)씨는 쿠팡 입점 제안을 받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외에 추가 채널을 열었다가 CPC(클릭당 과금) 광고 때문에 극단적인 '역마진'을 경험했다.
그는 "쿠팡이 입점 판매자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해 광고를 시작했지만 정산액보다 광고비가 더 많이 빠져나갔다"며 "마진이 너무 적어 판매를 중지했는데도 광고가 계속 노출돼 클릭비가 쌓이고, '광고비가 남아 있다'는 이유로 탈퇴조차 바로 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소비자 뿐아니라 입점주들도 '탈퇴 지옥'
연합뉴스일반 소비자 회원처럼 입점판매자들의 탈퇴 과정 역시 매우 복잡한 '다크 패턴' 형식이라는 증언이다. 이씨는 "입점할 때는 쿠팡이 네이버 스토어 정보를 알아서 가져와 한 번에 등록해 줄 정도로 쉬웠는데, 막상 그만두려면 복잡한 양식과 절차를 거쳐야 해 탈퇴 과정은 지나치게 어렵게 설계돼 있다"며 "같은 어려움을 겪는 입점 판매자가 주변에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환불·반품 정책 역시 입점 판매자에게 일방적으로 기운다는 지적이다. 김 씨는 "개봉하면 재판매가 어려운 상품인데도 단순 변심으로 보이는 사례에서 환불이 쉽게 승인된다"며 "왕복 배송비와 폐기 비용까지 판매자가 부담해 손해가 누적된다"고 했다.
권 씨는 "5만원 이하 상품은 사유 불문 자동환불에 가까운 규정이 있는데, 상품 등록 화면에 아주 작게 표시돼 있어 나중에야 정확한 내용을 알게 됐다"며 "물건이 정상적으로 도착했고 특별한 하자가 없어도, 시스템상 판매자 귀책으로 환불이 처리되는 것 같아 소비자 쪽만 고려된 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환불이 곧 손실인데 쿠팡은 '환불은 이미 처리했으니 이후는 판매자가 알아서 하라'는 식"이라며 "자동환불과 아이템위너, 불투명한 광고 구조가 맞물리면서 쿠팡에서는 팔수록 손해가 쌓인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쿠팡 관계자는 "광고비는 매출액과는 무관하게 노출·클릭에 따라 발생하는 구조이며, 광고비가 정산 금액을 초과하는 것이 걱정된다면 광고 기간 중 사용 광고비와 광고 효과를 지속적으로 체크해 진행·중단 여부를 판매자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점 판매자들은 설명과 달리 "쿠팡은 로직이 불투명해 같은 조건에서도 성과가 들쭉날쭉한 경우가 많아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광고 관리 효율은 낮다"고 반박했다.
"위험과 비용은 모두 입점 판매자 몫"
박대준 전 쿠팡 대표이사. 윤창원 기자수수료까지 더하면 입점 판매자 부담은 더욱 커진다. 화장품 카테고리 판매 수수료는 대략 9%대 중반으로, 평균 5~6% 안팎으로 계산되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수수료보다 확실히 높은 편이다. 여기에 광고비·쿠폰비·각종 프로모션 비용이 더해지면 "실제 손에 남는 이익은 거의 없을 정도"라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권 씨는 "실제 이득은 네이버 쪽에서 더 많이 보고 있지만, 쿠팡의 인지도가 커 쉽게 채널을 정리하지 못하는 입점 판매자가 많다"고 말했다.
소통 시스템도 문제로 꼽힌다. 권 씨는 "네이버에는 '톡톡'이 있어 앱 안에서 바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지만 쿠팡은 안심번호만 제공돼 일일이 문자를 보내야 한다"며 "스팸 문자로 오해해 답을 안 하는 고객이 많고 그 때문에 통관번호·주소 오류가 제때 수정되지 않아 배송 지연이나 환불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특정 상품은 세관 정품 검사가 붙어 한 달 넘게 배송이 늦어지기도 하는데 "고객과 미리 상의해 '늦어도 기다리겠다'고 해서 주문을 진행했는데 일정 기간이 지나자 쿠팡 시스템이 자동으로 환불해 버린 적도 있다"고 했다. 이 경우 고객은 다시 주문을 넣어야 하고, 환불·재주문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전·업무 부담은 고스란히 입점 판매자 몫이다.
또 특정 상품은 세관 정품 검사가 붙어 한 달 넘게 배송이 늦어지기도 하는데 "고객과 미리 상의해 '늦어도 기다리겠다'고 해서 주문을 진행했는데 일정 기간이 지나자 쿠팡 시스템이 자동으로 환불해 버린 적도 있다"고 했다. 이 경우 고객은 다시 주문을 넣어야 하고, 환불·재주문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전·업무 부담은 고스란히 판매자 몫이다.
이 씨가 공개한 정산 내역은 이런 구조를 수치로 보여준다. 정산 목록에는 최소 1천원대에서 최대 3만원대 금액이 날짜도 제각각으로 찍혀 있고, 오른쪽에 적힌 매출에 비해 실제 입금액은 턱없이 적다. 그는 "정산 내역이 터무니없이 적은데 어디에서 그렇게 빠져나갔는지 투명하게 확인하기 어렵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쿠팡이 편리할 수 있지만 핸드메이드 공예품을 만드는 입점 판매자에게는 맞지 않는 플랫폼이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약 1년간의 쿠팡 입점을 끝으로 현재는 탈퇴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