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오른쪽), 추경호 의원 등이 1일 서울 여의대로에서 세이브코리아가 연 '3·1절 국가비상기도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기각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3.1절 '탄핵 반대' 집회에 여당 의원들이 대거 참여해 극우적인 발언을 쏟아낸 상황임에도, 여권내 잠룡들은 이에 대한 목소리는 없이 대권을 위한 '자기 정치'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개헌을 주장하는 등 중도층 구애 정책은 내놓지만, 정작 당의 잘못된 방향에 대해선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면서 이른바 '흐린 눈'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與 의원들, 3.1절 집회 대거 참석…"선관위·헌재 부수자" 과격 발언도
3일 국민의힘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3.1절 집회에서 여당 의원들이 극우적인 발언을 쏟아낸 것을 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의 거리 집회 참여를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당연히 개인 차원에서 갈 수 있다. 당의 공식 입장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지도부 차원에서는 공식적으로는 거리 집회에 일종의 거리를 두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같은 당의 서천호 의원은 지난 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연단에 올라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는 첫 길은 윤 대통령 석방"이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헌법재판소가 불법과 파행을 자행하고 있다. 모두 때려부숴야 한다"고 언급해 논란이 됐다.
개개인이 헌법 기관이자 헌정 질서를 수호해야 할 국회의원이 헌법 기구인 선관위와 헌재에 무력을 사용하자고 선동한 셈이다. 야당에서는 바로 "제2의 내란을 꿈꾸는 것"이라며 "극우의 정당임을 자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대로에서 세이브코리아가 연 '3·1절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모스 탄 전 미국 국무부 국제형사사법 대사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극우적 발언이 쏟아진 3.1절 여의도 집회에는 김기현·나경원·윤상현·추경호 등 당 중진 의원들을 비롯해 37명의 의원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들은 연단에 올라 "탄핵 기각"을 외치며 "윤 대통령이 반드시 직무에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도부에서는 선을 긋고 있지만, 이미 당이 사실상 '극우화'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수영 의원의 경우 헌재가 독립 기관이라는 선관위의 특수성을 고려해 '감사원의 선관위 직무감찰은 위헌'이라고 판단한 것을 두고 "비상계엄이 더 큰 정당성을 갖게 했다"고 평가하는 등 계엄 선포 행위를 정당화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오세훈·한동훈, 당 극우화에 침묵…'자기 정치' 행보만 계속
국민의힘 김기현, 추경호 의원 등이 1일 서울 여의대로에서 세이브코리아가 연 '3·1절 국가비상기도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기각을 촉구하며 기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내 차기 대선 주자들은 당의 극우화에도 별다른 반응 없이 '자기 정치'를 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저서 출간에 이어 지난 2일에는 공연 관람 등 공개 행보에 나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상속세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며 정책 목소리를 냈다.
그는 "그동안 민주당의 강력한 반대로 이런 상속세 정상화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그러다 마침 이재명 대표가 상속세 개편을 주장하고 나섰다. 어떤 것이 민주당의 진심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또한 이달 중 '다시 성장이다'라는 제목의 저서 출간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선 "이재명 대표가 말한 '미국의 엔비디아 같은 기업이 생기면 지분 30%를 국민 모두가 나누자'는 발상은 기업 성장의 동력이 돼야 할 투자 의지를 꺾는 자해적 아이디어"라며 "우클릭이라고 하더니 사회주의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일 서울 광화문역 일대에서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류영주 기자
반면 이들 모두 야당과 이 대표의 '우클릭'에 대해서는 비판하면서도, 당의 '극우클릭' 행보에 대해선 침묵했다. '잠룡'이라 불리는 이들이 소신 없이 강성 지지층 눈치만 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선룰이 당심 50%, 민심 50%인 만큼 '표 계산기'만 두들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마저 제기된다. 다만 이들의 입장에서 볼 때 현 상황에서 '전략적 행보'를 보일 수 밖에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 지지율이 당 지지율보다 높은 추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라 오세훈, 한동훈 같이 중도 소구력이 있는 후보들 입장에서는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도부가 현 사태 초반 의원 제지 등에 나서지 않으면서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사실상 이들이 출마하기 어려운 판이 깔리도록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