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제공내수가 차갑게 얼어붙은 가운데, 전분기에 이어 지난해 4/4분기에도 소득보다 지출을 더 많이 줄였다.
또 소득이 낮은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소득 증가율이 이보다 소득이 높은 2~5분위 가구에 비해 낮았다. 다만 가구원 수 등을 감안해 1분위와 소득 상위 20%인 5분위를 비교한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9년 만에 가장 개선된 결과를 기록했다.
가구당월평균 소득 및 지출 동향(단위: 천원, %, 전년동분기대비). 통계청 제공통계청이 27일 발표한 '2024년 4/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21만 5천 원으로 전년동분기대비 3.8% 증가했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6분기 연속 증가 행진 중으로, 물가를 반영한 실질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2.2% 증가한 결과다.
소득 증감률 추이. 통계청 제공정기적인 소득을 뜻하는 경상소득은 510만 4천원으로 3.6% 증가했는데, 근로소득(324만 1천 원)은 2.3%만 오른 반면 사업소득(109만 1천 원)은 5.5%, 이전소득(70만 9천원)은 5.6%로 증가폭이 근로소득의 2배를 넘었다.
또 보험금 수령액이나 경조소득 등 비경상소득은 11만 1천 원으로 12.1% 늘었다.
소비지출 구성비. 통계청 제공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0만 3천 원으로 2.5% 증가해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16분기 연속 증가했으나, 물가를 고려한 실질소비지출은 0.9%에 그쳐 침체된 내수 상황을 실감케 했다.
지출 항목을 보면 주거·수도·광열(7.6%), 음식‧숙박(5.1%), 오락‧문화(11.1%), 보건(6.2%) 등에서 지출이 증가한 반면 교통(-9.6%), 가정용품·가사서비스(-3.7%), 통신(-2.4%), 주류·담배(-3.4%) 등에서 주로 감소했다.
통계청 이지은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이 4.0%로 소비지출 증가율 2.5%보다 높은데, 2분기 연속 돈을 번 것보다 돈을 덜 썼다고 볼 수 있다"며 "지난해 연말부터 한국은행의 소비심리지수 등이 낮아지고 있는데, 소비심리가 낮아지고 있지 않나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저희가 보는 소비지출 증가 폭이 둔화된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는 자동차 구입이나 가구, 통신 장비 등 내구재 위주로 소비지출이 다소 감소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이 실제로 소비나 저축에 쓴 것이 아닌, 세금이나 사회보험 등에 쓰인 돈을 뜻하는 비소비지출은 100만 8천 원으로 2.8% 늘었다.
경상조세(5.3%), 가구간이전(4.7%), 비영리단체로 이전(6.9%), 사회보험(2.5%) 지출은 증가했고, 이자비용(-9.4%)은 감소했다.
이처럼 시민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4.0% 증가한 420만 7천 원을 기록했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은 130만 5천 원으로 7.8%나 증가했고, 흑자율도 31.0%로 1.1%p 상승했다.
처분가능소득 중 소비지출이 차지한 비중을 보여주는 평균소비성향도 2분기까지는 7분기 연속 증가했지만, 3분기(-1.3%p)에 이어 4분기에도 1.1%p 하락해 69.0%를 기록했다.
소득 5분위별 가계수지(단위: 천원, %, 전년동분기대비). 통계청 제공한편 소득 분위별로 살펴보면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21만 3천 원으로 3.0% 증가했고, 반대로 5분위 가구의 경우 1119만 9천 원으로 3.7% 증가해 증가율 격차는 크지 않았다.
다만 2분위 가구(291만 원)와 3분위 가구(440만 6천 원)는 4.4%씩 증가했고 4분위 가구(634만 2천 원)는 3.6% 올라 1분위 가구의 증가폭이 가장 낮았다.
특히 근로소득은 2~5분위 모두 증가했지만 1분위만 4.3% 감소했고, 사업소득도 3~5분위는 증가하고 2분위는 0.3%만 줄었는데 1분위는 7.9%나 줄었다.
또 1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4.6% 오른 103만 7천 원, 5분위 가구는 4.9% 증가한 891만 2천 원이었다.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38만 6천 원으로 8.0% 증가한 반면, 소득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489만 8천 원으로 0.3% 감소했다.
분위별 지출 차이는 특히 교통에서 격차가 컸는데, 1분위는 6.8%, 2분위는 20.4%, 3분위는 23.0%씩 증가한 반면 4분위는 16.2%, 5분위는 25.9%씩 감소했다. 이에 대해 이 과장은 "고가의 자동차 구입 에 있어서 지출이 많이 감소한 측면이 보인다
분기별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단위: 배). 통계청 제공경상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처분가능소득을 가구원 수에 따라 조정한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을 기준으로, 5분위계층의 평균소득을 1분위계층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28배를 기록했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숫자가 낮을수록 빈부격차가 좁혀진 셈이다. 지난해 1분기 5.98배로 치솟았다가 2분기 5.36배, 3분기 5.69배로 오르내리다 이번 4분기에 다시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분기(5.30배)와 비교하면 0.02배p 낮아진 결과로, 2015년 4분기(5.17배) 이후 가장 낮은 기록이다.
연간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단위: 천원, %, 전년대비). 통계청 제공
한편 함께 발표된 '2024년 연간 지출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기준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89만 원으로 전년대비 3.5% 증가했고, 물가를 반영한 실질소비지출은 1.2% 증가했다.
주로 음식‧숙박(5.2%), 주거‧수도‧광열(6.5%), 오락‧문화(7.9%), 식료품‧비주류음료(3.8%) 등에서 증가했는데, 소비자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교통(-2.9%), 의류·신발(-1.8%), 통신(-1.5%), 주류·담배(-3.0%) 등에서 실질소비지출이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