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의 금메달 소식을 알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소셜 미디어 캡처.'한국 스피드 스케이팅 전설' 이승훈(37·알펜시아)이 무려 8년 만에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매스스타트 우승을 차지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이승훈은 24일(한국 시각) 폴란드 토마슈프 마조비에츠키의 로도바 아레나에서 열린 ISU 스피드 스케이팅 월드컵 5차 대회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20명 선수 중 7분48초05로 가장 빨리 결승선을 통과했다. 스프린트 포인트 60점을 얻어 금메달을 차지했다.
네덜란드의 바트 훌베르프(7분48초51)가 스프린트 포인트 40점 등 54점으로 2위에 올랐다. 이탈리아의 안드레 지오바니니(7분48초57)가 스프린트 포인트 21점 등 48점으로 3위를 차지했다.
이날 이승훈은 400m 트랙 16바퀴를 도는 레이스에서 첫 번째 바퀴를 최하위인 20위로 출발했다. 레이스 절반까지 19, 18위를 달리며 기회를 노렸다. 이후 13바퀴째 9위, 14바퀴째 8위로 올라선 이승훈은 15바퀴를 3위로 마치며 속도를 높였다.
마지막 바퀴가 압권이었다. 이승훈은 특유의 폭발적인 스퍼트로 선두권을 형성하던 사사키 쇼무(일본), 리피오 벵거(스위스) 등을 제치고 가장 먼저 결승 지점을 통과한 뒤 오른 주먹을 불끈 쥐었다.
7시즌 만의 월드컵 매스스타트 우승이다. 이승훈은 지난 2017년 12월 미국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열린 월드컵 3차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게 마지막이었다.
하얼빈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팀 추월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정재원(왼쪽부터), 박상언, 이승훈이 시상대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이승훈은 최근 마무리된 2025 하얼빈동계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스포츠의 새 역사를 썼다. 남자 팀 추월 은메달을 따내며 역대 한국 선수의 동계아시안게임 최다인 9번째 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더니 월드컵에서 이승훈은 8년 만에 다시 시상대 맨 위에 섰다. 선수로는 황혼기에 접어든 나이지만 건재를 과시했다.
이승훈은 한국 빙상의 살아 있는 역사다. 당초 쇼트트랙 선수였던 이승훈은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자 과감하게 빙속으로 종목을 바꿨다. 1년 만에 올림픽에 출전한 이승훈은 남자 5000m 은메달로 아시아 남자 선수 최초의 장거리 메달을 따냈고, 1만m에서는 금메달까지 수확했다.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팀 추월 은메달을 일궈냈다.
4년 뒤 이승훈은 평창올림픽에서 또 다시 역사를 썼다. 초대 올림픽 매스스타트 챔피언에 오른 것. 매스스타트는 쇼트트랙 방식을 가미한 종목으로 기록보다 순위가 중요한 경기다. 쇼트트랙을 했던 이승훈에게는 유리한 종목이다.
이승훈은 월드컵에 매스스타트가 도입된 2011-12시즌 1번 우승을 거뒀고, 2014-15시즌에는 3회 우승과 함께 종합 랭킹 1위에도 올랐다. 올림픽 전 시즌인 2016-17시즌에도 2회 우승으로 시즌 1위를 확정했던 이승훈은 2017-18시즌 2회 우승까지 통산 8번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이승훈은 평창올림픽 이후 대표팀 훈련 특혜와 적폐 논란에 휩싸였다. 여기에 과거 후배 선수 2명에 대한 폭행과 가혹 행위로 징계를 받아 거의 3년 동안 대회에 나서지 못했다. 이후 복귀했지만 매스스타트에서 2021-22시즌 13위, 2022-23시즌 8위, 지난 시즌 13위 등 입상권에서 멀어져 있었다. 올 시즌도 5차 대회 전까지 13위에 머물러 있었다.
이승훈은 그러나 5차 대회에서 존재감을 뽐냈다. 노련한 경기 운영과 기회를 놓치지 않은 스퍼트로 장거리 황제의 관록을 선보였다.
하얼빈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팀 스프린트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김준호(왼쪽부터), 차민규, 조상혁. 연합뉴스남자 팀 스프린트에서도 값진 메달이 나왔다. 차민규(동두천시청), 김준호(강원도청), 조상혁(의정부시청)은 이날 1분20초47로 미국(1분19초27)에 이어 2위에 올랐다. 1분20초55의 중국을 제치고 은메달을 수확했다.
김준호는 지난 22일 남자 500m 1차 레이스 동메달까지 이번 대회 2번째 메달을 수확했다. 이날 500m 2차 레이스에서는 34초 88로 6위에 올랐다.
여자 500m 2차 레이스에서는 하얼빈아시안게임 2관왕 이나현(한국체대)이 38초15로 안젤리카 부이치크(폴란드·38초 03)에 불과 0.09초 차이로 3위를 놓쳤다. 역시 아시안게임 2관왕을 달성한 김민선(의정부시청)은 38초22로 6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