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부자재시장에서 거래처에서 요청한 단추를 선별하고있는 김점수씨. 권민철 기자30세의 젊은 나이에 일찌감치 의류 제조업에 뛰어든 김점수(50, 사진)씨는 20년 가까이 중국을 오가며 사업체를 일궜다.
그러나 재작년 가을 믿었던 사람에게 사기를 당하고 한 순간에 신도림역의 노숙자로 전락했다.
좌절과 절망의 나날을 길거리에서 보내던 중 가까스로 서울 영등포구 광야교회 노숙인 쉼터로 거처를 옮길 수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여름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쉼터에서 진행된 '희망의 인문학' 강좌를 들으면서다.
'희망의 인문학'은 자립이 필요한 시민들에게 우선 자존감과 의지를 회복시켜주자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도입한 사업으로 그의 '약자와의 동행'을 대표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김씨도 역사, 문화, 철학, 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강사들로부터 10차례 강의를 들으며 삶의 가치를 되새기고 마음의 근육도 키워갔다.
그는 "한 때나마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 했다"며 "특히 철학 강의 시간에 여러 질문들과 마주하면서는 스스로 학생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강의가 이어질수록 김씨의 머릿속엔 퇴화된 줄만 알았던 어린 시절의 꿈과 희망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김씨에게 회고와 성찰의 시간을 안겨줬던 '희망의 인문학' 강좌는 수료식날 그에게 취업의 문을 두드릴 용기까지 선사해줬다.
우연히 마주한 '희망의 인문학' 강좌 속에서 가리어졌던 그의 미래를 들춰냈던 것이다. 작년 말 그는 마침내 성수동의 의류업체에 고용돼 현재 3개월째 일하고 있다.
그는 "동종업계 경력을 인정받고 입사하게 돼 매일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하다"며 "한번 실패했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힘과 도움을 준 서울시와 광야교회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희망의 인문학' 프로그램은 오 시장이 첫 서울시장직을 수행하던 2008년 노숙인과 빈곤층을 위해 도입한 정책으로 그의 퇴임과 함께 사라진 뒤 그가 다시 서울시장으로 돌아온 이후 10년만에 부활했다.
그 동안 6천명 가까운 시대의 약자들이 대학 강의실과 쉼터 등에서 진행된 인문학교육을 통해 마음과 정신을 치유하며 자활을 모색할 수 있었다.
실제로 서울시가 지난해 '희망의 인문학' 수료생들의 참여 전후 자아존중감을 측정한 결과, 평균 23.9점에서 26.1점으로 1년새 2.2점 상승했다. 또 수료 후 일자리 참여율도 31%에서 37%로 올랐다. 주요 노숙인 공공일자리를 비롯해 요양보호사, 건물 관리, 물품생산, 환경미화 운수업 등에 취업했다고 한다.
이 같은 성과 때문인지 오 시장도 이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수료식에 직접 참여해서는 "삶의 끝자락에서 배움으로 희망을 찾은 '숨겨진 챔피언'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희망의 인문학 수료식을 꼭 참여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올해는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올해는 참여자의 실질적인 자립에 필요한 자격증 취득, 취‧창업 과정을 추가로 신설해 4월부터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한다.
윤종장 서울시 복지실장은 "올해부터는 자신감 향상과 삶의 원동력을 회복하실 수 있도록 희망의 인문학 강좌 수료 이후에도 참여자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