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변론 기일을 추가하면서 최종 판결 일정도 미세 조정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이 파면되면 60일 이내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조기 대선 일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최근 거론되는 탄핵 심판 일정은 3월 초와 말, 그리고 4월 18일 이전의 시점 등이다. 오는 20일로 정해진 10차를 마지막 변론으로 잡을 경우 3월 초 판결과 5월 초 대선을 가정할 수 있다. 그러나 추가로 변론 기일이 더 잡힐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때문에 탄핵 인용을 전제하더라도 대선 시점은 이르면 5월 초부터 말, 늦게는 6월 중순까지 아직까지 정확히 예측하기 힘든 실정이다. 탄핵 심판과 대선 일정이 언제로 정해지느냐는 '정치적 타이밍'의 문제에서 작지 않은 의미를 띨 전망이다.
1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시점 문제에서 최대 변수는 3월 말 즈음으로 거론되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 공직선거법 항소심 일정이다. 이 대표 판결과 윤 대통령 탄핵 결정 중 무엇이 먼저 나오는가에 따라 여론은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또 4월로 예정된 보궐선거는 후보 등록 마감 직전인 3월 12일 전 탄핵이 결정될 경우 대선과 동시에 치러지게 돼 있어 이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이재명 판결' 이후 '윤석열 심판'…헌재에 '부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탄핵 인용을 전제로 이번 대선의 특이점은 '시간 싸움'의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12·3 비상계엄에 따른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이라는 역대급 돌발 변수에 의해 생겨난 선거 일정이다.
'귀책사유'가 현(現) 여권(與圈)에 있기 때문에 여야 관계와 무관하게 야당의 주도권과 여당이 쫓기는 구도가 예상된다.
조기 대선은 민주당에게 좋은 기회임에 틀림이 없지만, 사실상 후보가 이재명 대표로 좁혀져 있는 점은 양면적인 의미가 있다.
경선이 변수가 되지 않는 여유로움 속에서 대선을 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선거법 사건의 항소심에서 다시 의원직 상실형이 나온다면 출마의 명분이 희석될 수밖에 없다.
헌재 입장에선 윤 대통령 탄핵 심판과 이 대표 재판 일정이 겹치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이르면 3월 말에서 4월 초 예상되는 이재명 대표 재판보다 탄핵 심판이 먼저 내려지는 것이 불필요한 오해를 차단하기 좋은 시점"이라는 말이 흘러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탄핵 심판 일정을 최대한 미루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윤 대통령 탄핵 가능성을 낮게 본다면서도 실제로 대선을 준비할 시간 벌기를 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민의힘 대표를 역임한 김기현 의원은 전날 헌재를 향해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 기일 변경을 촉구했다. 오는 20일 기일이 윤 대통령 형사재판과 겹치는 일정이라며 "대통령의 방어권을 봉쇄하기 위한 인권 침해"라고 주장했지만, 결과적으로 탄핵 일정을 더 미루자는 요구에 가깝다.
하지만 여론은 탄핵 심판을 더 미룰 수 없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3월 초중순에는 결정이 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문형배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임기 만료 시한(4월 18일)을 넘겨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3월초 탄핵심판, '대선 판' 키울까…서울·대구시장 보궐까지 거론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여권의 희망과는 다르게 탄핵이 3월 초에 결정되면 또 다른 변수가 발생한다.
오는 3월 12일까지 윤 대통령 탄핵 인용이 헌재로부터 결정날 경우, 4월 2일 보궐선거는 조기대선과 함께 치르게 된다.
공직선거법 제203조(동시선거의 범위와 선거일) 5항은 '보궐선거 등 후보자등록 신청 개시일 전일까지 대통령의 궐위로 인한 선거 또는 재선거의 실시사유가 확정된 경우 그 보궐선거 등은 대통령 궐위로 인한 선거일에 동시 실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4·2 재·보궐선거 공식 후보자 등록 신청은 오는 3월 13~14일 이틀간으로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후보자등록 신청 개시일 이전인 3월 12일까지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면, 4.2 재보선은 조기대선과 함께 치르게 날짜를 조정하게 된다.
4·2 재보선 주요 지역은 서울 구로구청장과 전남 담양군수 등인데, 국민의힘이 무공천을 결정한 구로구청장의 경우 대선과 동시에 치러지면 무소속 신분으로 우회 공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담양군수 재선거는 민주당 주류와 비주류, 조국혁신당 등이 후보 공천 과정에서 결집할 수 있을지의 관전 포인트가 있다.
현재 여당의 유력 주자로 분류되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야당의 주자인 김동연 경기지사 등은 광역단체장 직 사퇴 없이 당내 경선에 참여할 수 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 이후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당시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현직 신분으로 대선에 나선 전례가 있다. 다만 이번에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돼 대선이 열릴 경우 이들은 대선 본선으로부터 30일 전 사퇴해야 한다.
여당의 당내 경선이 과열 양상으로 전개된다면 예비후보 신분에서 현직을 던지는 상황도 가정해볼 수 있다. 홍 시장이 배수의 진을 치는 격으로 경선 단계에서 대구시장을 사퇴하면 오 시장도 결단단하는 그림을 상정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같은 경우의 수가 발생해도 서울시장·대구시장 보궐선거는 치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중앙선관위는 오는 28일까지 실시 사유가 확정된 재보선에 한해서 4월 2일 실시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다만 3월 초 탄핵이 인용돼 전체 재보선이 대선과 동시에 치러지는 상황에서 주요 광역단체장이 연쇄적으로 사퇴해 공석이 될 경우 이 역시 조기 선거로 치러질 수 있다는 전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