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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오요안나 사태' MBC 뭇매…'비정규직' 착취·차별·혐오 공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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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적인 비정규직 문제 비판 확산
"丙끼리, 丁끼리 싸우게 만드는 판"
언론·미디어단체들 '진상규명' 촉구
MBC "흔들기"…2차 가해 질타 비등

MBC 사옥(왼쪽)과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자료사진·고인 SNS 캡처MBC 사옥(왼쪽)과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자료사진·고인 SNS 캡처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의혹 사태를 두고 뿌리깊은 우리 사회 비정규직 차별과 혐오 문제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 간과한 채 해당 사태를 '흔들기' 등 정략으로 규정, 2차 가해를 저지른 MBC를 향한 비판도 거세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은 3일 낸 성명에서 "고인(오요안나)의 사례는 대한민국 방송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는 구조적인 비정규직 차별, 이로 인해 일상화된 비인간적인 무한 경쟁 체제, 사용자의 오만과 무책임까지 민낯을 다 드러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지난 2021년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로 MBC에 입사했던 오요안나는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났다. 이 사실은 지난해 12월 뒤늦게 알려졌다. 이후 지난 27일 유서가 공개되면서 고인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일었다. 유족은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고인의 동료 직원을 상대로 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언론노조는 "고인의 죽음은 비정규직 노동자, 더 정확히는 방송산업 내 '위장 프리랜서' 노동자의 피눈물 나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며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외주화의 흐름 속에서 '병'(丙)과 '병'이, '정'(丁)과 '정'이 서로 경쟁하고 갈등하게 만드는 구조가 뿌리깊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구조 속에서 노동인권은 땅에 떨어지고 득을 보는 건 오직 방송 사용자들"이라며 "비용 절감을 위해 비정규 노동자를 양산하고 필수업무에도 무차별적으로 비정규직을 확산하는 관행은 방송산업을 착취와 혐오, 차별이 난무하는 비정규 백화점으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질타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한빛센터)도 이날 성명을 통해 "(고 오요안나 의혹 관련) 보도를 통해서 드러난 내용들은 방송사 비정규 노동 현실에서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사건"이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공개채용이었지만 노동법을 피하기 위해 프리랜서로 계약하고, 정해진 방송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휴일 없이 일하며, 언제든지 잘릴 수 있는 파리 목숨과도 같다. 고인은 새벽 근무를 위해서 3개월간 숙직실에서 자면서 출근하기도 했고, 퇴근한 후에 '가르쳐야 한다'는 이유로 다시 회사로 불려간 적도 있었다고 한다. 열악한 노동환경과 위계적인 조직 문화는 MBC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방송사의 기상캐스터, 아나운서, VJ, 방송작가 등 수많은 비정규직들이 겪는 일이기도 하다."

한빛센터는 "고인 또한 극심한 경쟁을 뚫고 입사해 이러한 불합리한 구조를 감내했고,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 또한 방송사의 불합리한 구조 안에 있었을 것이기에 불안정한 고용 구조가 이번 사건과 무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역시 같은 날 논평을 내고 "이번 사안을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개인간 문제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며 "MBC를 비롯한 방송사들은 기상캐스터를 포함한 방송사 내 다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상시적 노동을 요구하면서도 고용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이들을 프리랜서로 분류해왔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러한 불합리한 고용구조가 유지되는 한 제2,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며 "철저한 진상조사와 더불어 방송계 구조적 문제인 비정규직 고용 관행을 점검하고 개선할 것을 MBC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MBC 지키는 시민 대다수가 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


이번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시대착오적으로 대처했던 MBC 측 태도에 대한 날 선 비판도 확산하고 있다.

언론노조는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유서가 지난달 27일 공개되고, 이튿날 MBC 사측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용납할 수 없는 가해와 책임회피의 언어들을 나열했다"며 비판을 이어갔다.

"'몰랐다' '고인이 자신의 고충을 털어놨다는 관계자가 누구인지 유족이 알려 달라' '유족이 원한다면' 진상을 조사하겠다 등등. 한술 더 떠 이 사안과 관련해 MBC 사측의 태도를 지적하는 사람들을 향해 'MBC 흔들기 차원에서 접근하는 세력들의 준동'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명백한 2차 가해다."

언론노조는 "MBC를 지키고자 나섰던 수많은 시민 대다수가 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이며, 차별과 혐오에 저항해 온 노동자들임을 사측은 직시해야 한다"면서 "우리 사회의 공적 자산인 공영방송은 뿌리깊은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노동환경을 스스로 개선하고 인권을 보호함으로써 말과 행동의 일치를 끊임없이 이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민언련 역시 "MBC는 이번 사안으로 파문이 지속되자 'MBC 흔들기'라는 표현으로 본질을 흐리려 했다는 비판을 자초했다"며 "이는 공영방송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망각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특히 "MBC는 유족과 시청자에게 사과하고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게 사건의 전말이 규명될 수 있도록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이라며 "사실상 정규직과 다를 바 없는 '무늬만 프리랜서' 실태를 점검하고 고용구조 개선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 국회도 방송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입법을 적극 추진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빛센터도 "사건이 공론화 된 직후 처음 MBC가 낸 입장문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신고 접수 여부와 상관없이 함께 일하던 구성원이 스스로 세상을 떠났는데, 4개월 넘게 회사 내부 조사 절차가 없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며 "사건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자 오히려 유족을 추궁하는 듯한 입장문을 내놓은 것은 부적절하다. 이 문제를 일종의 정략적 공격으로 이해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한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란사태가 촉발한 사회적 혼란 속에서 언론으로서의 사명을 다하고자 하는 MBC의 노력이 빛을 바래지 않으려면 그 뒤에 묵묵히 불합리함을 감내하고 있는 비정규직 종사자들의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다행히 MBC는 외부전문가를 포함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함께 고인이 처했던 불합리한 고용 구조에 대한 문제를 성찰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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