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1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보수 진영 과표집 논란 속에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높은 지지율에 기대면서 윤 대통령 구치소 접견을 추진하는가 하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를 향해 비난 수위도 높이고 있다.
친윤계는 이같은 결집에 힘입어 윤 대통령이 야권의 입법 폭주에 비상계엄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는 '극우 논리'를 전파하고 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12.3 내란 사태를 둘러싼 뒤집기 시도에 대해 "대선 국면으로 가면 달라질 것"이라며 안일한 반응 일색이다. 대선은 결국 중도층 싸움이기 때문에 12.3 내란에 대해 지금과 같은 기조를 유지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더욱이 최근 지지율 조사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양당 지지율이 엇비슷한 양상 속에 중도층 사이 정권교체론과 탄핵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역시 뚜렷하게 읽힌다.
이를 놓고 여권에서도 "이재명이 싫어도 탄핵 여론이 바뀌지 않는 한 내일 선거하면 결과는 보나마나"라는 우려가 나온다.
중도층 탄핵 여론 압도적…아전인수 해석도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대통령실 참모들이 지난달 31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석열 대통령 접견을 마친 후 차량으로 구치소를 빠져나가고 있다. 류영주 기자
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KBS·한국리서치 조사(1월 24~26일)에서 중도·무당층 57%는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29%는 '재창출해야 한다'고 답했다.
SBS·입소스 조사(1뤌 23~25일)에서도 중도·무당층 55%는 정권 교체를, 36%는 정권 재창출에 힘을 실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론도 여전히 높다. KBS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중 60%는 탄핵 인용에, 36%는 기각에 답했다. 중도층으로 좁혀 보면 탄핵 인용 73%, 기각 25%로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YTN·엠브레인퍼블릭 조사(1월 22~23일)를 보면 12.3 내란 사태에 대한 중도층의 부정적 인식은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헌법에서 부여한 대통령의 권한 행사'라고 답한 비율은 25%,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선 위헌 행위'라고 답한 비율은 71%였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양당 지지율이 엇비슷한 수치를 유지하면서 국민의힘은 지난해 7월 전당대회 이후 최고치를 찍었지만, 대선 승리의 키를 쥐고 있는 중도층 여론엔 큰 변화가 없는 셈이다.
다만 당내에서는 탄핵 인용 여론과 정권 재창출간 간극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호감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부각하는 것 역시 이 대표에 대한 여론의 비호감에 전적으로 기댄 결과다.
더욱이 설날을 전후로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이 대표가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대결을 펼쳤을 때 동률이 나오거나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결과가 나오면서 고무된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고 대선을 조금 더 늦게 치르면 반드시 질 거라는 법이 어딨느냐"고도 전했다.
YTN 조사에서 이 대표와 홍 시장은 양자 대결에서 41%로 동률, 이 대표와 오 시장 역시 41%로 동률이었다.
정당 지지율과 양자 대결 조사가 연이어 나오자 당 지도부에서도 자신감 있는 모습을 차차 드러내고 있다. 국민의힘 서지영 원내대변인은 야권에서 "이재명으로 정권교체의 큰 흐름"이라는 반응에 대해 "민주당의 망상적 현실 인식에 실소를 금치 못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인용한 여론조사는 모두 무선 전화면접조사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극한 진영 대결 속 정쟁 도구 된 '내란 특검법'…중도층지켜보는 중
국민의힘 '탄핵반대 당협위원장 모임' 소속 위원장들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을 심리 중인 일부 재판관들의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로 들며 재판관에 자진 사건 회피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12.3 내란 사태 직후 위축됐던 국민의힘의 기세가 다시 올라오면서 극우 논리 역시 당의 주요 메시지로 편입되는 양상도 나타난다.
당 지도부는 연일 헌법재판소의 권위에 생채기를 내며 탄핵 불복마저 염두에 둔 듯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모든 불공정 재판의 배후엔 민주당과 우리법연구회 출신 법관들의 정치·사법 카르텔이 있다"며 헌재의 공정성에 시비를 걸기도 했다.
최상목 권한대행의 '내란 특검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와 일부 의원 및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윤 대통령 접견 추진 역시 극우화의 한 단면이다.
윤 대통령과 선을 긋지는 않으면서도 일부 소장파의 이탈표 가능성 때문에 비교적 신중한 모습을 보였던 원내 지도부도 보다 노골적으로 윤 대통령 지키기에 나섰다.
김대식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31일 최 대행이 특검법 재의요구권 행사 직후 이탈표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에게 "이번엔 이탈표는 없으리라고 본다"며 "굳이 (표 단속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까지 언급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석열 대통령의 일반 접견이 가능해진 지난달 31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류영주 기자이같은 강성 일변도에 당 안팎에서는 반(反) 이재명 정서에만 집중하다 보니 중도 표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나온다. 이 대표에 대한 여론의 비호감을 내란 옹호로 착각하고 있다는 날선 비판도 있다.
무엇보다 선거 국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지금은 중도라고 응답하는 연성 지지자들이 결국 특정 후보에 대한 의사를 표명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분석도 뒤따른다. 내란 시도를 정당화했던 국민의힘에 대한 거부감이 적나라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뜻이다.
여론조사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재 여론조사 흐름에서 보수 진영이 과표집되고 있는 것과 함께 중도층이나 무당층 역시 평소보다 높은 응답률을 보이고 있다"며 "탄핵과 정권교체에 찬성하지만 이 대표는 싫다는 연성 지지자들도 선거가 다가올수록 '지는 건 못 참는다'는 심리가 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