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윤석열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윤창원·황진환 기자·대통령실 제공설 연휴 동안 숨을 고른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가 중대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다음 달 4일 재개되는 탄핵심판 증언대에 '12·3 내란사태' 전말을 밝힐 핵심 증인 3명이 줄줄이 오르기 때문이다.
앞서 심판정에 나온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유리한 증언을 쏟아냈지만, 다음 주 나올 계엄 3인방(여인형·이진우·곽종근)은 국회 측 증인으로 분위기가 다를 전망이다. 국회와 수사기관에서 윤 대통령의 불법 지시 정황을 구체적으로 털어놓은 만큼 이들과 윤 대통령 사이 심판정 대질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탄핵심판 다섯 번째 변론이 열리는 다음 달 4일 오후에는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을 시작으로 여인형 방첩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3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90분 간격으로 잡혀있다. 모두 국회 측 증인이다.
정치인 체포조와 국회 봉쇄 의혹이 이들 입에서 시작된 만큼 대통령의 불법 지시의 실체가 심판정에서 드러날지 주목된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연합뉴스특히 홍 전 차장은 계엄 당일 밤 있었던 대통령의 지시를 분 단위로 기억하는 핵심 증인이다. 그는 윤 대통령으로부터 밤 10시 53분쯤 전화를 받았다고 지난 22일 국회에서 털어놨다. 통화에서 대통령은 "이번에 다 잡아들여서 싹 다 정리해라",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후 홍 전 차장은 여 사령관으로부터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 등 14명의 체포 명단을 전해 들었다고 진술했다.
홍 전 차장에게 체포 명단을 읊었다는 여 사령관의 증인신문도 같은 날 이뤄진다. 군내 대표적 '충암파'로 분류되는 그는 대통령·김 전 장관과 함께 일찍부터 계엄을 모의한 인물로 꼽힌다. 이 사령관은 계엄 당일 윤 대통령으로부터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라는 직접 지시를 받았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다. 6차 변론 증인인 곽 사령관 역시 "비화폰으로 제게 직접 전화를 하셨다. (계엄 해제) 의결 정족수가 아직 안 채워진 것 같다"라는 대통령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날 윤 대통령과 증인 사이에 가림막이 설치될 수도 있다. 국회 측은 지난 3차 변론기일에서 증인의 심리적 압박을 우려해 대통령의 퇴정이나 가림막 설치를 요구했다.
내란 가담자들이 줄줄이 증언대에 오르면서 비상계엄 선포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시나리오와 그 의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계엄 3인방은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약 한 달 전인 11월 9일에도 국방부 장관 공관에서 김 전 장관과 함께 식사했다. 대통령도 중간에 합류했다. 이 자리에서 비상계엄 얘기가 나왔고, 장군들은 계엄이 선포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 질문에 모두 '준비·출동 태세를 갖추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반면 윤 대통령 측은 모르쇠 전략으로 변론에 임할 것으로 예측된다. 윤 대통령은 포고령 1호 작성도, 국회의원 끌어내리기도 자신은 잘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책임은 김 전 장관에게 쏠렸다. 김 전 장관 역시 4차 변론 증인으로 나와 포고령과 이른바 '최상목 쪽지'의 작성자는 본인이라며 윤 대통령에게 유리한 증언을 쏟아냈다.
윤석열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인 윤갑근 변호사. 사진공동취재단이번에는 윤 대통령 측에 불리한 증인이 대거 출석하면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설전을 벌일 수도 있다. 증언의 신빙성을 문제 삼을 수도 있다. 대통령 대리인단은 일찌감치 내란 가담자들의 진술이 오염됐다고 주장해 왔다.
곽 사령관에 더해 6일에는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과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증인석에 선다. 헌재는 다음 달 13일로 예정된 8차 변론 기일까지 미리 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