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현직 대통령 최초로 구속 수감된 윤석열 대통령은 3평 남짓한 구치소에서 이번 설을 맞이한다. 아침 식사로 떡국이 제공되고 야외운동은 1회만 가능하며 TV시청은 지상파 채널로 제한된다.
하지만 설 연휴 직후인 다음달 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예정돼 있고, 내란 사건 역시 재판부가 정해질 전망이어서 윤 대통령은 명절 동안 재판 준비에 전념할 것으로 예상된다.
尹, 3.6평 독방서 설날 맞이…아침 식사는 떡국
수인번호 10번, 피고인 신분인 윤 대통령은 29일 설 명절을 서울구치소에서 보낸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체포된 이후 서울구치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생활하는 독방은 3.6평 규모로, TV와 관물대 등이 비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정당국이 설 특선영화는 방영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윤 대통령은 지상파 채널 4곳의 생방송이나 교화방송만 시청할 수 있다.
설날인 이날 서울구치소의 아침 식단은 떡국과 김자반, 배추김치다. 윤 대통령은 명절 동안 한 차례 실외운동이 가능하며, 다른 수용자들과는 동선이 겹치지 않는 선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구치소에서 설날을 보내는 상황에 대해 특별한 심경을 내비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석동현 변호사는 전날 윤 대통령과 접견을 마친 뒤 "설 명절을 차디찬 구치소에서 보내는 심정과 관련해 다른 말은 안 했다"라면서도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느껴졌다"고 밝혔다.
연휴 끝나면 탄핵심판…"尹이 지시" 줄줄이 증인
사진공동취재단윤 대통령은 일주일에 가까운 연휴 동안 재판 준비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설 명절 이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 내란 사건의 형사재판이 줄줄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우선 다음달 4일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이 열린다. 이날에는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증인으로 참석한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탄핵심리뿐 아니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인물들이다. 이들은 계엄 당일인 지난해 12월 3일 윤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병력을 이끌고 국회로 출동했다. 윤 대통령이 우원식 국회의장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는 진술도 이들의 입에서 나왔다.
때문에 국회 측은 증인신문을 통해 윤 대통령이 내란을 주도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이끌어 낼 변론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윤 대통령은 "야당의 횡포와 국가적 위기상황을 알리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는 기존 주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전날에도 변호인과의 접견에서 "거대 야당이 지배하는 국회 독재 때문에 나라가 위기인 상황이어서 국민들에게 위기상황을 알리고자 헌법상 권한으로 계엄을 선포한 것"이라는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또 계엄선포 당일 유혈사태가 일어나지 않았고, 국회가 계엄해제를 요구하자 헌법에 따라 곧장 응했다며 내란이 아니라는 취지의 기존 입장을 5차 변론기일에서도 이같은 주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내란 수괴' 재판부 배당도 임박…檢-尹 공방 예상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될 내란 우두머리 재판도 함께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26일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윤 대통령을 구속기소했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등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윤 대통령 측은 내란죄 수사권한이 없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이 윤 대통령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한 뒤 '관련 범죄'를 수사한다는 명분으로 위법수사를 했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곧 시작될 재판에서도 윤 대통령 측은 수사 권한을 문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측은 검찰의 구속기소 이후 입장문을 내고 "공수처의 수사가 불법이므로 검찰의 기소 또한 불법의 연장일 뿐"이라며 "독이 있는 나무에는 독이 있는 열매가 맺힐 뿐"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공수처의 위법수사 논란에 더해 구속기한 연장 불발로 윤 대통령을 직접 수사하지 못한 채 기소했다는 부담까지 떠안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혐의 입증에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김 전 장관 등 공범 10명을 이미 기소한 만큼 윤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상당수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국회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계엄군이 투입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도 분석해 내란죄 근거로 삼았다. 검찰이 작성한 윤 대통령의 공소장은 100쪽 분량으로 알려졌다.
공수처의 위법수사 논란과 관련해서도 검찰은 내란죄 수사 권한이 있는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수사자료를 중심으로 기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필요한 논란은 잠재우고 공소유지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내란 사건 재판부는 이르면 이번주 정해질 전망이다. 현재 김 전 장관 등 재판은 모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지귀연 부장판사)가 담당하고 있다. 내란 사건 재판이 시작될 경우, 윤 대통령은 형사재판과 탄핵심판에 출석하기 위해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을 서울중앙지법과 헌법재판소를 오고 가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