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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오줌 싸고 출입금지 무시…추태로 한라산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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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금지 구역 들어가 사진 찍거나 뛰어놀고…소변 보는 외국인까지

출입금지 구역인 산정호수에 들어간 탐방객. 고상현 기자출입금지 구역인 산정호수에 들어간 탐방객. 고상현 기자
"얼음 깨질 거 같은데, 호수에서 나오게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지난 24일 오후 서귀포시 남원읍 사라오름 정상에 있는 산정호수. 큼지막한 글씨로 '출입금지' 푯말이 걸려있지만, 어린이 2명이 울타리를 넘어 꽁꽁 언 호수를 마구 뛰어다녔다. 두 어린이의 언니가 부모에게 "말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지만, 부모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 모습을 촬영했다.
 
'사라오름'은 한라산 동북쪽 경사면에 자리 잡고 있다. 한라산 등반코스인 성판악 시작점에서 약 5.8㎞ 떨어진 곳에 있다. 정상에는 둘레 250m, 지름 약 100m의 접시 모양 호수가 있다.
 
여름에는 물이 고여 있지만, 최근 한라산이 영하권 날씨를 보이며 물이 꽁꽁 얼었다. 많은 눈이 내리며 그 위로 눈이 쌓였다. 2019년 7월 탐방객들이 출입금지 구역인 호수에서 수영한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샀지만, 최근에는 꽁꽁 언 호수에 들어가 사진을 찍거나 노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어린이들이 출입금지 구역인 산정호수에서 뛰놀고 있다. 고상현 기자어린이들이 출입금지 구역인 산정호수에서 뛰놀고 있다. 고상현 기자
실제로 폭설 직후인 지난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사람들 수십 명이 호수에 들어가 사진을 찍고 눈사람을 만들고 있다. 이 영상에는 '눈으로만 봐도 예쁜데 다들 왜 그럴까' '이건 좀 심하다' '안 들어가야 사진 찍을 때도 예쁜데' 등의 비난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이날 취재진이 직접 산정호수를 찾았았을 때도 몇몇 탐방객이 호수에 들어가 사진을 찍거나 어린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호수 한가운데는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눈사람도 보였다. 산정호수는 명승 제83호로 지정된 문화재로 안에 들어갈 경우 5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충북 제천에서 아내와 함께 한라산 등반을 하기 위해 왔다는 오세종(55)씨는 "출입금지 구역에 들어갔다가 사고라도 나면 소방대원이 출동해야 하고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다. 주변 사람에게 피해주기도 한다. 자신의 안전을 생각해서라도 하지 말라는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 중국인이 탐방로에서 어린 자녀의 소변을 도와주고 있다. 고상현 기자한 중국인이 탐방로에서 어린 자녀의 소변을 도와주고 있다. 고상현 기자
국립공원인 한라산에서 탐방객의 추태는 이뿐만이 아니다. 방문객 대부분이 시민 의식을 가지고 산을 오르고 있지만, 쓰레기를 버리거나 흡연을 하는 등 불법행위가 매해 잇따르고 있다.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자연공원법 위반으로 적발된 건수는 2022년 155건, 2023년 59건, 지난해 78건, 올해 1월 중순까지 5건이다. 대부분 흡연이나 무단출입으로 적발되는 경우가 많지만, 불을 사용해 음식을 해먹거나 자연을 훼손하는 등의 추태도 벌어지고 있다.
 
취재진이 5시간가량 산을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곳곳에 휴지와 과자 봉지가 버려져 있거나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탐방객이 있었다. 중국인 아빠가 어린 자녀 소변을 보게 하기도 했다.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와 성판악 재활용센터에 버렸다는 박준희(29)씨는 "친구랑 서울에서 한라산에 오르기 위해 왔다. 누군가가 바닥에 버린 쓰레기가 보여서 주워왔다. 한라산이 국립공원으로 잘 보전해야 하는 만큼 쓰레기를 버리거나 훼손하는 행위는 자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라산 탐방로에 버려진 쓰레기들. 고상현 기자한라산 탐방로에 버려진 쓰레기들. 고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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