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4차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증인신문을 하자(사진 왼쪽), 김 전 장관이 답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글 싣는 순서 |
①최상목 쪽지도, 끌어내라한 것도 '나는 아니다' 탄핵 변론한 尹 ②尹 측, 탄핵심판서 "대통령, 고립된 약자…난도질당해" 주장 ③왜 대통령 탄핵심판을 먼저 하냐고요?[법정B컷] ④尹 불출석에 탄핵심판 4분 만에 종료…재판관 기피신청 기각 ⑤심판정 들어온 8명의 재판관, 尹 재판 방해 '칼차단' ⑥尹측 "평화 계엄" 궤변에 "반드시 파면해야"…탄핵심판 본격 설전 ⑦尹 "인권유린" 반발에 "변경 안해"…헌재, 탄핵심판 속도 ⑧尹 탄핵심판서 드러난 '그들만의 망상, 그들만의 세상'[법정B컷] ⑨최상목 쪽지도, 끌어내라한 것도 '나는 아니다' 탄핵 변론한 尹 ⑩탄핵심판 '물타기' 나선 尹…부정선거 의혹 재탕 ⑪대면한 尹·김용현…'실패한 계엄 아냐' 통했지만, 엇갈린 진술 ⑫'웃으며' 벌인 계엄? 꿰맞춰지지 않는 퍼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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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대한민국 내부에 암약하고 있는 반국가 세력의 대한민국 체제전복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2024년 12월 3일 23:00 부로 대한민국 전역에 다음 사항을 포고합니다."국회의 정치활동 금지부터 언론 통제까지, 지난해 12월 3일 밤 난데없이 선포된 '계엄 포고령 1호'는 온 국민을 불안과 공포에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정작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열린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웃으며' 작성한 포고령이라면서 포고령의 실행 가능성을 일축했다.
전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던 계엄이 그들에겐 '장난'에 불과했던 걸까. 하지만 이날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발언들을 낱낱이 살펴보면, 그들의 주장이 사후적으로 만들어진 변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계엄과 포고령을 사전에 '분명히', '철저히' 준비한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서 국회 측은 김 전 장관 증인신문에 나서 포고령 작성 경위를 캐물었다.
김 전 장관은 국회 측 질문에 "직접 관사에서 워드로 포고령을 작성했다"며 "과거에 2018년도 계엄령 문건 파동이 있었던 자료를 갖고 있던 게 있었고, 10.26 사태 때도 계엄이 있었고, 12.12 사태도 계엄이 장기화됐는데 그 과정에서 계엄을 10호 이상 했는데 그런 것들을 참고했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역사에 큰 상처를 준 10.26 사태나 12.12 사태 당시의 계엄 포고령을 참고해서 썼다고 '당당히' 진술한 것이다.
김 전 장관은 또 '윤 대통령은 어차피 계엄이 하루를 넘길 수 없을 것이고, 포고령 실행을 위한 기구 설치가 어렵고 합동수사본부 구성도 어려울 거라 포고령이 형식적인 것이라 말한 바 있지 않냐'는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의 질문에는 "그렇게 의미가 전달된 것 같다"고 말하며 '포고령은 형식적인 것이었을 뿐'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4차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가운데)에게 직접 증인신문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윤 대통령도 김 전 장관 신문에 가세해 포고령은 형식적·상징적이었을 뿐이라는 주장에 힘을 보탰다. 윤 대통령은 "제 기억에는 12월 1일 혹은 2일 밤에 김 전 장관이 관저에 포고령을 가지고 온 것으로 기억된다"며 "포고령을 법적으로 검토해서 손댈 건 많지만, 어차피 이 계엄이 길어야 하루 이상 유지되기도 어렵고 그러니, 집행 가능성은 없지만 상징적이라는 측면에서 그냥 놔두자고 말하고 놔뒀는데 기억나냐"고 김 전 장관에게 물었다.
이에 김 전 장관은 "제가 느낀 건 대통령께서 평소보다 꼼꼼하게 안 보시는 것을 느꼈다"며 "평소 업무 스타일은 항상 법전 먼저 찾으신다. 참모들 보고가 조금 이상하면 법전부터 찾아보고 하시는데 (그때는) 안 찾으시더라"고 화답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하여튼 포고령이 실현 가능성, 집행 가능성이 없는데 상징성이 있으니까 놔두자고 얘기한 걸로 기억된다"며 "'전공의' 부분은 왜 집어넣었냐고 웃으며 얘기하니, '계도 측면에서 그냥 뒀다'고 해서 나도 웃으며 놔뒀는데 기억하냐"고 재차 물었다. 그러자 김 전 장관은 "말씀하시니까 기억난다"고 답했다.
또 김 전 장관은 "대통령의 말씀이 있었지만 (계엄을) 오래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있었고, 다수당의 패악질, 국회 패악질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이었다"고도 덧붙였다. 온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한 계엄의 선포가, '웃음꽃' 속에 핀 '상징적' 차원의 행위였다는 논리로 그 위헌·위법성을 축소하려고 한 것이다.
윤 대통령 또한 "계엄 선포 이유는 야당에 대한 경고가 아니고, 주권자인 국민에게 호소해서 엄정한 감시와 비판을 해달라는 것"이라며 "야당에 대한 경고가 먹힐 것이라면 비상계엄을 할 필요가 없다. 주권자인 국민에게 한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 3차 변론에서 '경고성 계엄'이라고 주장한 것과는 미묘하게 달라진 태도로, '국민 호소용 계엄'이었을 뿐이라는 취지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자리에 앉고 있다. 연합뉴스하지만 이어진 김 전 장관 증인신문에서, '포고령 실행 의사가 없었다', '상징적·형식적 계엄이었다'는 이들의 논리는 곧바로 깨지기 시작했다.
김 전 장관은 "(계엄 선포가 그저) 경고용이었다면, 국무위원들이 (계엄 당일 밤) 모였을 때 왜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았냐"는 국회 측의 질문에 "전략적 차원이다. 그런 얘기를 하는 건 맞지 않다"고 답했다.
또 김 전 장관은 '포고령 집행 가능성과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냐'는 질문에도 "대통령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셨지만, 주무장관인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효력이 있고, 실제 집행하는 게 당연히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전 장관은 "12월 3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에 전화해 '체포 명단'을 알려준 적이 있느냐"는 국회 측 질의에 "체포 명단이 아닌 '포고령 위반 우려가 있는 대상자'로, 동정을 잘 살피라고 지시한 것은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 전 장관은 정형식 재판관이 "포고령 위반 위험이 높아 동정을 감시하라고 했던 것은, 아직은 아니지만 추후에 체포하기 위한 조건들이 성숙되면 체포해야 한다는 것 아니냐"고 묻자, "(체포와 관련해) 그때 당시 이야기할 때 앞으로 어느 정도 지나야 합동수사본부가 구성이 되냐, 그래야만 체포조가 움직인다 그랬더니 '적어도 3~4시간은 더 있어야 한다'고 얘기했다"고 말하며 합수본과 체포조가 없어 체포를 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계엄 이후를 대비한 예비비 마련, 비상입법기구 설치 등을 철저히 준비한 사실 또한 모두 인정했다. 이날 김 전 장관은 '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확보' 지시 문건을 자신이 직접 작성해 실무자를 통해 최 부총리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상징적·형식적 계엄'이라기에는, 김 전 장관의 발언들에서 '포고령 집행 의지'가 강력히 읽혔다. 집행 의지도, 실행 가능성도 없었다면 계엄 이후를 대비한 문건을 만들 이유도, '포고령 위반 우려 대상자'를 추릴 이유도, 체포조 및 합수본 구성 시점을 알아볼 필요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계엄 목적은 거대 야당에 경종을 울리고 부정선거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러한 목적을 위해서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죠?"(이미선 헌법재판관)
"비상계엄 요건(에 대한 판단)은 대통령님의 몫입니다"(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형식적 계엄'이라는 궤변이 '철저한 사전 준비 정황'들에 의해 무너져 가는 가운데, 김 전 장관도 결국 최종 책임자는 윤 대통령임을 증언했다. 같은 듯 다른 말을 하며 꿰맞춰지지 않는 퍼즐을 애써 맞추려 하는 이들의 진실 공방은 오는 2월 4일 오후 계속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