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로 이적한 허경민. KT 위즈 제공KBO 최고 3루수의 이적은 전·현 소속팀 양쪽 모두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허경민(KT 위즈)은 오랜 기간 두산 베어스의 내야 한 자리를 차지했던 선수다. 2009년 2차 드래프트 1라운드 7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고 2012년 1군 무대에 데뷔했다.
뛰어난 수비 능력을 지닌 허경민은 단숨에 리그 최정상급 내야수로 거듭났다. 두산의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크게 기여했다. 2015년, 2016년, 2019년에는 챔피언 반지를 거머쥐었다. 2018년에는 3루수 부문에서 생애 첫 골든글러브 영예를 안았다.
최근까지도 허경민의 수비 능력은 모두가 인정하는 수준이었다. 2023년과 2024년 KBO 3루수 수비상을 수상하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두산 원클럽맨으로 프로 경력을 이어온 허경민은 2024시즌이 끝난 뒤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했고, 10년 이상 몸담았던 두산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새로 둥지를 튼 팀은 KT 위즈다. KT는 작년 11월 8일 허경민과 '4년 최대 40억 원'(계약금 16억 원, 연봉 18억 원, 옵션 6억 원)의 조건에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알렸다.
허경민의 이적으로 전 소속팀 두산, 현 소속팀 KT 모두 내야진을 새로 꾸려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두 팀은 스프링캠프에서 최적의 내야 조합을 찾아야만 한다.
두산 강승호. 연합뉴스먼저 허경민이 빠진 두산은 작년과는 완전히 다른 내야진을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2024시즌 두산은 1루수 양석환, 2루수 강승호, 3루수 허경민, 유격수 김재호로 주전 내야진을 꾸렸다. 하지만 허경민이 KT로 이적한 데다, 김재호는 작년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일단 이승엽 감독은 허경민이 빠진 3루를 강승호로 메울 셈이다. 2루수였던 강승호가 3루로 자리를 옮기고, 내야 센터에서 뛸 수 있는 선수를 새로 찾겠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지난 15일 "강승호가 3루로 들어가 주는 게 팀 전체를 봤을 때 가장 나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강승호는 작년 140경기에서 18홈런 146안타 타점 81개 득점 81개 도루 16개를 기록했다. 타율은 0.280을 남겼다.
키스톤 콤비는 미지수다. 이 감독은 "1년 내내 유격수를 지킬 수 있는 강한 선수가 필요하다"며 "쓸 수 있는 선수는 박준영, 이유찬, 박계범, 오명진, 박지훈, 여동건, 박준순 등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고민은 강승호의 타격이다. KBO리그 내 주전 3루수를 맡은 선수들은 대부분 장타력이 장점이 선수들이다. 김도영(KIA 타이거즈), 김영웅(삼성 라이온즈), 문보경(LG 트윈스), 최정(SSG 랜더스), 노시환(한화 이글스), 송성문(키움 히어로즈) 등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수준의 중장거리 타자들이 3루를 지키고 있다.
이 감독도 "강승호가 3루로 뛸 수 있는지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비적인 부분은 걱정하지 않는다. 다만 리그 전체로 보면 3루수에 장타력을 갖춘 선수가 많다"고 짚었다.
KT 황재균. 연합뉴스
허경민이 합류한 KT 내야진에도 큰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KT는 작년 가을야구에서 1루수 오재일·문상철, 2루수 오윤석, 3루수 황재균, 유격수 심우준을 주로 스타팅 라인업에 올렸다.
스토브리그를 거치면서 KT의 내야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최근 발표된 KT 스프링캠프 명단에 따르면 참가 선수 45명 중 내야수만 11명이나 된다.
우선 이적생 허경민은 주전 3루수를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간 3루를 봤던 황재균도 "글러브를 여러 개 준비하겠다"며 포지션 변경을 암시한 바 있다.
황재균이 자리를 옮긴다면 1루가 될 가능성이 크다. 황재균, 오재일, 문상철이 경쟁하게 된다. 강백호의 1루수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스프링캠프 명단에는 포수로 분류됐다.
심우준이 한화로 이적하면서 유격수 공백도 생겼다. 이 자리는 다행히 베테랑 내야수 김상수가 건재하다. 2루는 지난해에 이어 오윤석이 유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2024시즌 초반 좋은 활약을 보였던 천성호도 2루수와 유격수 모두 가능한 자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