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효근과 김종규. KBL프로농구에서 대형 트레이드가 터졌다. 원주 DB는 23일 빅맨 김종규를 안양 정관장으로 보냈다. 그러면서 정관장의 포워드이자 주장인 정효근을 영입했다.
정관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김종규 선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 센터 이다. 중장기적으로 확실한 인사이드 포지션 강화의 기회를 찾던 정관장과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즉시 전력감 빅맨이 필요했던 DB 농구단의 이해 관계가 맞아 전격 합의됐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DB는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부상으로 인한 포워드진의 공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정효근의 합류로 이선 알바노 선수와 시너지는 물론, 복귀 예정인 강상재, 서민수와 함께 다양한 포워드진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을 보도자료에 적었다.
두 선수의 이름값만 놓고 보면 밸런스가 맞지 않는 듯 보인다. 김종규가 보여준 게 더 많다. 계약 기간은 김종규가 두 시즌 더 남았고 정효근은 2025-2026시즌을 끝으로 다시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다만 김종규는 1991년생으로 정효근보다 두 살 더 많다.
성적을 노리는 팀과 미래를 원하는 팀의 트레이드다.
DB는 갈 길이 바쁘다. 현재 15승 16패로 포스트시즌 진출의 마지노선인 6위에 올라있다. 7위 부산 KCC(12승 17패)와 2.5경기, 8위 서울 삼성(11승 19패)과는 3.5경기 차다.
차이가 적잖지만 2024-2025시즌 정규리그가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는 점, KCC는 최준용, 송교창 등 부상자들이 대거 복귀할 예정이라는 점, 삼성은 최근 전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6위 수성을 안심하긴 이르다.
향후 일정도 만만치 않다. DB는 내년 2월 중순까지 삼성, KCC, 수원 KT, 창원 LG, 고양 소노, KT, KCC와 차례로 맞붙는다. 6위 경쟁팀은 물론 까다로운 상위권 팀들도 있다. 여기서 밀리면 6강 싸움도 힘들어진다.
그런데 강상재와 김종규의 부상 복귀가 지연되고 있다. DB 구단에 따르면 김종규의 복귀 시기는 2월 초중순 이후가 유력하다. 강상재를 비롯해 특히 빅맨 포지션 선수들의 부상이 많은 DB로서는 대안이 필요했다. 그게 정효근이다.
반면, 정관장은 미래를 원했다. 현재 성적은 8승 23패. 6위 DB에 7경기 차 뒤져있다. 냉정하게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기 어렵다. 김종규와 함께 꿈 꾸는 미래는 3월 이후가 아닌 차기 시즌으로 보는 게 맞다.
'성적을 노리는 팀 vs 미래를 원하는 팀' 사이의 전형적인 트레이드치고는 특이하다. 성적을 노리는 팀은 신인드래프트 지명권, 유망주 등 미래 자산을 주고 미래를 원하는 팀은 스타급 선수 혹은 즉시전력감을 내주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미래를 원하는 팀이 오히려 나이많은 선수를 영입했다. 양팀이 추구한 가치를 놓고 보면 각각 현재와 미래를 원했다는 점은 명확하지만 그래서 더 특이하다. 이번 트레이드에 대한 평가는 당장 내릴 수 없다. 김종규의 몸 상태, 정효근의 적응력 등 추후 발생할 여러가지 변수들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