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체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오늘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었지만 불발됐습니다.
윤 대통령 측이 조사를 전면 거부한 채 소환에 불응하고 있기 때문인데, 조금 전 오후 5시부터 열리는 체포적부심사에 적극적으로 나서 반전을 꾀하고 있습니다.
현장 기자 연결합니다.
박요진 기자!
[기자]
네, 공수첩니다.
[앵커]
윤 대통령이 10시간 40분 정도 조사를 받고 밤 9시 40분쯤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구금된 것으로 아는데, 오늘 조사는 거부했다면서요?
연합뉴스[기자]
공수처는 원래 오늘 오전부터 윤 대통령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었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이 건강상의 이유로 연기를 요청해, 공수처가 조사 일정을 다시 오후 2시로 잡았는데, 별안간 윤 대통령 측이 언론에 '조사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런 소식을 언론으로만 접한 공수처는 일단 예정된 시간까지 기다리겠다고 했지만, 오후 1시 50분 결국 불출석 통보를 받았습니다.
[앵커]
이유가 뭔가요?
[기자]
어제 할 얘기 다 했다는 겁니다. 더 이상 할 얘기도 없고, 애초 공수처의 수사가 불법투성이기 때문에 응할 이유도 없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어제 조사에서 그렇게 많은 얘기를 했나요?
[기자]
전혀 아닙니다. 윤 대통령은 과거 공직자 탄핵 남발과 예산 삭감 등 야당의 폭거 때문에 비상계엄을 선포하게 됐다고 밝힌 적이 있는데, 이런 취지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말한 뒤에 계속해서 진술 거부, 즉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름이나 주소를 묻는 말에도 대답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조사 이후 조서 열람은 물론 날인도 거부했습니다.
[앵커]
그러면 조사가 잘 진행되지 않았을 수도 있겠네요.
[기자]
다행히 그렇지는 않다고 합니다. 공수처는 조사가 상당 부분 진행됐다고 밝혔습니다. 준비한 200여 쪽의 질문지를 모두 소화하지는 못했지만, 필요한 수사는 진행이 되고 있다는 분위기로 해석됩니다. 아마 윤 대통령의 묵비권 행사가 예상됐던 만큼 이에 맞춰 공수처도 질문 방식과 유형 등을 준비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공수처는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입장은 분명히 전했습니다.
[앵커]
함구하는 윤 대통령을 상대로 조사가 그나마 진행됐다는 소식은 다행스럽네요. 그런데 윤 대통령은 오늘 체포적부심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수처 수사에 응하지 않으면서 다른 한편으로 반격을 꾀하는 모양샙니다. 체포적부심은 체포영장의 적법성을 다시 한번 따지는 절차로 만약 법원에서 윤 대통령 측의 손을 들어주면 곧바로 석방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을 적부심사를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다는 점입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서울서부지법에 두 차례 청구해 발부 받았는데요. 이를 두고 윤 대통령 측에서는 공수처 관할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하지 않은 것은 불법이라는 주장을 이어오고 있으며, 공수처에 수사 권한이 없다는 점과 함께 가장 비판했던 부분입니다. 그래서 결국 체포영장의 적법성을 중앙지법에서 받아보겠다는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15일 한남동 관저에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수사처로 들어서고 있다. 과천=박종민 기자[앵커]
윤 대통령 수사의 중요한 기로겠네요. 체포 적부심 결과는 그럼 언제 나옵니까?
[기자]
네. 이르면 오늘 밤에 나올 수도 있습니다. 담당 판사(형사32단독 소준섭 판사)는 심문을 한 뒤 24시간 이내에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사실 체포적부심이 중요한 건 공수처의 수사와도 연관이 있는데요, 체포적부심 일정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시한이 멈추게 됩니다. 그리고 법원이 적부심을 기각하고 공수처로 자료를 보내면, 그때 다시 멈췄던 체포 기한이 다시 흐르게 되는 겁니다. 공수처는 이 과정에서 빠진 시간을 제외하고 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합니다.
[앵커]
공수처가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어느 법원에 청구할지도 관심입니다.
[기자]
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윤 대통령 측은 중앙지법을 주장하고 있는데, 공수처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서부지법에 구속영장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윤 대통령의 주소지 관할이 서부지법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공수처는 체포 적부심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체포 적부심사에서 윤 대통령 측이 기각 판단을 받을 경우 공수처의 체포영장을 지속적으로 공격해 오던 윤 대통령 측의 주장이 무색해지게 됩니다. 반대로 법원이 윤 대통령 측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면, 단순히 체포영장 논란을 넘어 공수처의 수사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앵커]
체포적부심사 결과가 중요하겠네요.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