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대 대한배드민턴협회장 선거운영위원회가 위원장을 비롯한 다수의 위원들이 애초부터 결격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현직 변호사인 오재길 위원장은 올해 초까지 무려 15년 가까이 정당인으로 활동해 자격이 없었음에도 회장 후보에 대한 결격 공고를 밀어붙이는 무리한 결정을 내려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13일 모 정당의 서울시당에 문의한 결과 오 위원장과 A 위원이 최근까지도 당원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오 위원장은 2011년 12월부터 올해 1월 9일까지 무려 10년 넘게 당원으로 활동했고, A 위원도 지난 2023년 7월부터 지난 10일까지 당적이 확인했다.
모두 선거위원 자격이 없는 인물들이다. 협회장 선거 관리 규정 제4조 2항은 정당의 당원은 위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정당의 당원임을 속이고 위원 활동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다. 협회는 7명의 위원들에게 지난달 선거위원 위촉 당시 정당의 당원이 아님을 본인 스스로 확인하는 자격 요건 등을 포함한 취임 승락서를 받았다. 당시 오 위원장과 A 위원은 모두 당원이었다. 애초부터 결격자였던 셈이다.
오 위원장은 지난달 20일 선거위 1차 회의 이후부터 정당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협회가 확인서를 요청했지만 오 위원장은 차일피일 미루다 지난 10일에야 해당 정당이 아닌 본인이 자필 서명한 문서만 제출했다.
협회는 13일 오후 1시까지 오 위원장에게 정당 가입 여부에 대한 해당 정당의 확인서를 제출해달라고 했지만 받지 못했다. 결국 협회가 직접 확인한 결과 두 위원이 정당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CBS노컷뉴스는 지난 11일
'[단독]초유의 후보 박탈 사태는 적반하장? 韓 배드민턴 회장 선거위원장부터 심각한 결격 의혹' 기사를 보도했다. 오 위원장은 지난 8일 다른 선거위원들의 만류와 상위 단체인 대한체육회의 무리한 규정 해석이라는 의견에도 김택규 후보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이유로 결격 공고를 밀어붙였다.
그런데 오 위원장부터 선거위 출범 당시부터 정당인으로 결격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고, 여기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다. CBS노컷뉴스도 11일 오후 정당 가입 의혹 제보와 관련한 의견을 듣기 위해 연락했지만 오 위원장은 "행사 참석으로 통화하기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 한 가지만 물어보겠다고 거듭 질문했지만 오 위원장은 "오늘은 답하기 어렵다"고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이후 문자를 남겼지만 13일까지도 답은 오지 않았고, 전화 연락을 시도해도 연결이 되지 않고 있다. 해명을 미루다 본인이 아닌 타의에 의해 정체가 드러난 모양새다.
특히 오 위원장은 정당인 의혹에도 사퇴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A 위원은 정당인 의혹에 대해 해당 정당에 당비를 내고 있다고 밝힌 뒤 사퇴 의사를 전했다. B 위원 역시 당원임을 인정하고 사퇴 수순을 밟았다.
이미 협회 선거위는 2명의 위원이 사퇴했다. 이들 중 1명은 지난해 모 언론과 인터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김 회장에 대해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심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어 협회로 다수의 민원이 접수되면서 자진 사퇴했다. 종목 단체장은 1회 연임할 경우 공정위 심사 없이 도전할 수 있는 규정이 있어 논란은 컸다. 다른 1명은 다른 단체 스포츠 공정위 소속으로 역시 애초부터 위원 자격이 없었다.
이런 가운데 오 위원장은 지난 8일 선거위에서 언론 인터뷰에 응해 사퇴한 문제의 위원이 준비한 자료를 토대로 무리한 결정을 내렸다. 현 회장인 김택규 후보에 대한 결격 공고였다.
대한배드민턴협회장 선거 후보 등록이 박탈된 김택규 현 회장. 윤창원 기자당시 선거위원들은 김 후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문화체육관광부가 김 회장에 대한 해임 건의 사유는 협회와 상당한 의견 다툼의 여지가 있는 상황이라 결격은 무리한 결정이라고 만류했다. 협회 사무국과 체육회 담당자도 김 후보의 결격 결정에 우려를 드러냈다. 그럼에도 오 위원장은 "변호사인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며 결격을 공고했다.
그런데 오 위원장 본인부터 위원 결격자였던 것이다. 특히 오 위원장은 협회 사무국의 정당인 확인 여부를 끝까지 미루다 들통이 난 모양새다. 현직 변호사인 까닭에 더욱 황당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난 8일 선거위의 결정은 실효성이 없게 됐다. 위원장을 비롯해 선거위 절반 이상이 결격인 까닭이다. 여기에 선거위 결정 자체도 규정을 잘못 적용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체육회 실무자는 "사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은 후보가 등록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미 김 후보는 지난 9일 법원에 회장 선거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후보자등록무효결정 효력정지등 가처분 신청서'는 "1. 제32대 회장 선거 관련 후보자 등록 무효 결정의 효력을 정지한다. 2. 제32대 회장 선거에서 회장 후보자의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한다. 3. 2025년 1월 16일 개최 예정인 회장 선거에서 김택규 회장을 후보자에서 제외하고 선거 절차를 진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선거위원장의 결격이 밝혀진 상황. 법원의 배드민턴협회장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 인용 여부가 14일 결정된다.
이번 회장 선거는 오는 16일 대전 선샤인호텔에서 개최된다. 현재 대구배드민턴협회 최승탁 전 회장과 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 전경훈 전 회장,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원광대 김동문 교수(이상 기호 순)가 일단 후보로 등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