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여야가 진통 끝에 '내란특검법' 협상 국면을 맞았다. 국민의힘 분열이 깊어지는 기류에서, 칼자루는 더불어민주당이 쥔 모습이다. 민주당은 특검법을 이번주내 속전속결로 처리해야 한다는 기조인 만큼, 협상 문은 열어두더라도 주도권은 확실하게 쥘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내 일각에서 협상을 통해 특검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신중론도 있어, 향후 협상 국면에서 무게추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
野 "與 한도 끝도 없이 기다릴 수 없어" 으름장
민주당은 국민의힘과의 특검법안 협상에는 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적인 협상안이 나올지는 미심쩍은 눈초리다.
민주당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13일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를 들어보면 비상계엄의 위헌 여부, 선관위와 국회 침탈이 내란 해당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하는데 이것은 결국 지연전술이고 협상을 안 하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일단 기다려보겠지만 한도 끝도 없이 기다릴 수는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앞서 국민의힘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자체 특검법안을 만들지 못하고 지도부에 일임했다. 이에 민주당은 자체 특검법안 강행을 염두에 두며 확실하게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기류다.
이같은 배경에는 늘어나는 여당 이탈표 흐름으로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검법 통과를 위해서는, 최 대행이 거부권을 쓴다는 점을 가정하에 여당에서 최소 8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한다. 앞서 1차 표결 때는 5명이, 이후 재표결에서는 6명의 이탈표가 나왔다.
이탈표 증가 추세를 볼 때 여당이 확실한 단속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이 매력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민주당에서 굳이 주도권을 내려놓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여권 결집 흐름 고려해 '속전속결' 추진 전략
여권의 결집 흐름도 고려 사항이다. 최근 국민의힘 지지가 급상승하면서 계엄 이전 지지율을 회복했다는 조사들이 나오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9~1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료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3.0%포인트(P) 낮아진 42.2%로 4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반면 4주 연속 상승세인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6.4%P 오르며 40.8%를 기록했다.
황진환 기자민주당 내에서는 허술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가 여권 결집의 빌미를 제공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내에서 더 이상 여권이 결집하기 전 특검을 통해 빠르게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여기에 특검안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가 자칫 논의가 장기화할 경우 여권 결집에 대응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도 존재한다.
이재명 대표도 빠른 특검법 처리를 압박하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이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특검 수용을 촉구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최 대행이 앞선 특검법을 거부하며 여야 합의를 요청했던 점에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이번에 발의한 '제3자 특검'은 수용해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일각서는 협상 힘 싣자는 신중론도…"독주 이미지 좋지 않아"
다만 민주당내 일각에서는 조금 더디더라도 협상에 힘을 실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민주당이 의석을 앞세워 강경하게 밀어붙이기만 할 경우, 중도층을 중심으로 거부감이 일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다. 여권이 결집하는 요인 중에는 반민주당·반이재명 정서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도 최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다수당이 독주하는 이미지는 좋지 않다"라며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여당의 안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국민 보기에도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