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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 오디션, 김희원 감독도 노래해" '조명가게' 음악감독의 노력[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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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시리즈 '조명가게' 김해원 음악감독 일문일답

'조명가게'는 공개 후 12일간 올해 디즈니+에서 선보인 한국 시리즈 콘텐츠 중 최다 시청 기록을 거뒀다. 이는 디즈니+ 론칭 이후 공개된 한국 콘텐츠 중 두 번째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조명가게'는 공개 후 12일간 올해 디즈니+에서 선보인 한국 시리즈 콘텐츠 중 최다 시청 기록을 거뒀다. 이는 디즈니+ 론칭 이후 공개된 한국 콘텐츠 중 두 번째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지난달 대미를 장식한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조명가게'의 음악 작업 뒷얘기가 공개됐다.

9일 월트디즈니 컴퍼니에 따르면 김해원 음악 감독은 5화에서 버스 사고 직전 등장하는 노래의 보컬을 정하기 위해 작업실에서 즉석 오디션을 열었다고 떠올렸다.

김해원 음악 감독은 "김희원 감독님과 저까지도 노래를 불러보며 다양한 톤과 스타일을 테스트했다"며 "결국 김보아 보컬리스트가 곡의 정서를 완벽히 살려냈고, 덕분에 곡이 장면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완성됐다"고 웃었다.

'조명가게'는 어두운 골목 끝에 있는 조명가게에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펼쳐지는 내용을 다룬다.

가게를 지키는 사장 정원영(주지훈)과 경계에 있는 사람들을 보는 간호사 권영지(박보영), 버스 정류장에서 매일 김현민(엄태구)을 기다리는 이지영(김설현), 딸 주현주(신은수)를 매일 조명가게에 보내며 전구 심부름을 시킨 정유희(이정은) 그리고 시나리오 작가 윤선해(김민하)와 그 주위를 맴도는 박혜원(김선화) 등이 등장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김해원 음악 감독은 "그동안 영화 작업만 해왔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시리즈라는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다"며 "각각의 효과적인 전달과 연결을 음악으로 드러내는 것이 큰 도전이자 즐거움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컨셉을 구축해 나가는 과정과 숨겨진 비하인드까지 전했다. 다음은 김해원 음악 감독의 일문일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공포, 미스터리부터 드라마적인 서사로 이어지며 변주하는 장르에 따라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조명가게'의 음악이 다른 작품과의 차별화된 포인트는.

=작품의 음악은 단순한 감정의 전개가 아닌, 그 세계관과 캐릭터의 고유성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원작에서 느껴졌던 독특한 감정을 꼭 음악으로 돕고 싶었고, 강풀 작가님의 만화에서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시그니처 표정 같은 음악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김희원 감독님은 사후세계에도 일상이 존재하는 공간으로 설정하며, '조명가게'만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음악으로 담아내기를 원하셨다. 익숙한 일상 속에서도 낯섬과 무서움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의도했고, 단순한 감정의 다이내믹을 넘어 공포와 감동의 교차를 조화롭게 그려내고자 무조성 음악과 폴리리듬 같은 실험적인 접근법을 활용했다.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두었는지.

='조명가게'는 심리적 공포를 강조하는 작품이다. 강풀 작가님이 과거 표현하신 "미스터리 심리썰렁물"이라는 개념을 음악적으로 실현하면서도 김희원 감독님의 연출 방향에 맞추어 과도한 스케일이나 직관적인 공포 트랙 대신, 일상 속에서 느껴지는 불안을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첫 장면에서 현민이 버스 차창에 기대어 꾸벅꾸벅 졸고 있을 때 들리는 음악이 '조명가게' 세계의 디폴트라고 느끼게 하고 싶었다. 극 중 골목길은 매우 중요한 배경이 되는 장소다. 이 공간에서는 직접적으로 들리는 음악보다는 음향적인 음악을 많이 사용하여, 시청자 분들이 환경의 이상함을 자연스럽게 느끼고 벌어지는 일들에 예민하게 반응하도록 유도하려 했다.

-2화에 혜원의 키가 비현실적으로 커지며 공포감을 끌어올린 장면이 나온다. 아쟁, 징이 활용됐다는데.

='조명가게'는 한국적인 장례문화와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아쟁과 징 같은 전통 악기는 이러한 주제를 표현하는데 적합한 소리를 가지고 있어 활용했다. 악기의 음정을 미세하게 변화시키는 기법을 지속적으로 사용하여 선율에 낯선 느낌을 부여했다. 특히 징은 저희 팀 지박 작곡가의 제안으로 시작되어 주요 장면에 신선함을 더했다.

또 개 짖는 소리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강병진(박정표) 장면에서는 음악팀 회의를 하던 날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를 아이폰으로 녹음한 것을 그대로 사용한 경우도 있다. 계산되어 있지 않은 즉흥의 신선한 느낌을 살리고자 이러한 방법을 사용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웹툰 원작에서도 등장했던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 노래가 큰 화제를 모았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원작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곡으로, 드라마에서도 자연스럽게 사용되기를 바랐다. 권영지가 안원철(김지훈)에게 아이팟으로 노래를 들려준다는 설정에 집중해 사운드 에디팅을 통해 보시는 분들이 곡을 더 생생히 느낄 수 있도록 조정했다.

곡의 어느 지점부터 어느 지점까지 재생되는지 역시 중요했기에, 이러한 부분들과 더불어 7회에서 원철이 복도를 헤맬 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어떤 효과로 전달할지에 대해 사운드 이펙팅을 여러 가지로 실험하며 감독님과 상의했다.

-5화 버스 사고 장면이 나오기 직전 흘러나오는 발라드 곡 '이 비가 그칠 때쯤' 노래도 인상적이다.

=이 곡은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록 발라드 스타일로 시청자들에게 친숙함과 동시에 여운을 주고자 했다. 이를 위해 황현우 작곡가와 협업했으며, 보컬로 설득력을 더하는 데 공을 들였다.

-5회 에피소드를 기점으로 전체적인 장르의 변화가 있다.

=초반부의 불안정한 음악 구조에서 점차 안정적인 멜로디와 편곡으로 변화했다. 현악기의 섬세한 선율이 등장인물의 감정을 어루만지고,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보편적인 감정으로 확대되는 음악으로 변주했다. 초기에는 '조명가게'만의 분위기 조성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후에는 감정의 깊이와 모멘텀을 만들어내는 음악의 역할이 강조됐다.

-7, 8화에 각 캐릭터들의 감정이 가장 고조되어 있는 장면들이 모여 있는데.

=7, 8화에선 캐릭터들의 테마와 음악적 모티브를 정리하며, 이를 현악기 중심으로 편곡해 감정의 강도를 높였다. 초기에는 흩어진 퍼즐처럼 보였던 음악의 요소들이 후반부에서는 완결성을 가지도록 설계했다. 이로 인해 감정의 깊이와 몰입도를 극대화하고자 했다.

-지영-현민, 선해-혜원, 유희-현주 등 극 중 다양한 인물들의 서사에 따라 차별점을 뒀나.

=각 인물들의 관계성에 고유한 테마를 부여했다. 다만 지영과 현민은 '조명가게'의 시작과 끝을 잇는 중심 역할을 담당해 조금 더 메인 테마로도 기능할 수 있는 테마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선해와 혜원은 공포와 사랑이라는 상반된 감정을 하나의 모티브로 표현했으며, 이 밖에도 유희와 현주, 원영, 병진과 구조견 등 각각의 관계의 톤을 정하고 서브 테마들을 만들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개인적으로 만족스럽거나, 가장 공들인 장면은?

=1화에서 지영과 현민이 만나 집으로 가는 구간에서 두 사람의 미묘한 감정을 어떻게 음악으로 표현할지 고민했다. 보시는 분들이 이들의 만남을 신선하고 흥미롭게 받아들인다면 이후 다른 장면들에도 설득력이 더해질 것이라 믿었다.

4화에선 염습실에 누워있는 유희가 '나는 죽은 건가요?'라고 말하며 시작되는 대화 신의 음악에 많은 애착을 가지고 있다. 이 장면은 굉장히 비현실적인 연출 속에서도 이정은 배우님의 탁월한 연기와 어우러져 시청자분들에게 강한 울림을 주는 음악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작품을 좋아해주시는 시청자들에게.

='조명가게'는 작업이 끝난 후에도 제 마음속에 깊은 여운을 남긴 작품이다. 이 여운이 시청자분들께도 닿아, 작품을 다시 보며 초반부에서 놓쳤을 수 있는 디테일 속 새로운 감동을 발견하시길 바란다.

특히, 작업 과정에서 저 스스로도 저에게 소중한 빛과 같은 사랑하는 존재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됐다. 여러분도 각자의 빛을 찾는 여정에 함께해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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