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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수 없던 모범생' 박종준 왜 '내란 호위무사'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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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이 꼭 무죄는 아니다

尹체포 저지 위해 경호처 한남동 관저 '요새화'
"위법한 체포영장" 박종준 경호처장 주도
"무리수 안 두는 모범생 스타일"…지금은 왜?
尹과 운명 공동체, 예스맨, 정치적 후일 도모 등 갖가지 '해석'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이 5일 오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지역에서 지난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경호처 제공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이 5일 오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지역에서 지난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경호처 제공
윤석열 대통령 체포 저지를 위해 한남동 관저를 사실상 '요새화' 시킨 경호처에 대해 '사병화'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위법한 체포영장이라며 결자항전 태세를 주도하는 박종준 경호처장의 행보를 두고 배경에 대한 갖가지 해석이 나온다.

엘리트 경찰 출신인 박 처장을 과거부터 지근거리에서 봐왔던 관계자들은 그의 '변신'이 의아스럽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무리수 안 두는 모범생 스타일"…지금은 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유효기간이 연장되고 이튿날인 8일 한남동 관저는 철조망과 버스벽으로 무장하며 요새화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분명히 한 것이다.

박종준 경호처장은 지난 5일 카메라 앞에 서서 직접 대국민 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편법, 위법 논란 위에서 진행되는 체포영장 집행에 응할 수 없다"며 "대통령 경호를 포기하는 것이자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경호처장이 직접 대국민 입장을 발표한 것은 1963년 경호처 창설 이래 처음이다. 그만큼 이례적이었는데, 박 처장의 현재 모습을 두고 놀랍다는 반응도 나왔다.

과거부터 박 처장을 지켜봐 온 관계자들은 그가 '무리수'를 두지 않는 성향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전직 고위급 경찰 관계자는 "성실하고 무리수를 안 두는 모범생 스타일"이라며 "조직에 있을 때 '기획통'으로 정평이 났는데, 합리적이고 꼼꼼하고 어떻게 보면 소심했다. 대범함이랑은 거리가 멀었다"고 밝혔다.

박 처장은 경찰대 2기를 수석 졸업하고, 재학 당시 행정고시 29회에 최연소로 합격했다. 경찰 재직 중에는 주요 기획 부서 및 총괄 조정 부서를 거쳤다. 40대 중반이라는 이른 나이에 경찰에서 두 번째로 높은 계급인 치안정감을 달고 경찰청 차장에 오르기도 했다.

후배들 사이에선 "잘 나가는 선배"라는 인식이 있었고, 동기들은 "앞에서 끌어줘 덕을 많이 봤다"는 전언도 나온다. 퇴임 때 박수받고 떠난 엘리트 경찰이었다고 한다.

퇴임 후에 그는 정치에 도전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경찰청 차장을 지낸만큼 보수정당행이 수순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2012년 19대 총선에선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로 충남 공주에 출마했다가 낙선했고, 2016년 20대 총선 때 세종시에서 다시 출마했지만 또 고배를 마셨다.

경찰대 재학 시절이나 조직 생활을 하며 정치색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정치적 야심을 일부 봤다는 얘기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서장 취임식 때 마틴 루터킹 목사의 'I have a dream' 연설을 갖고 변형시켜 연설을 했다고 한다"며 "현장 경찰관들은 처우 개선이 가장 관심사라 연설 내용이 의아하긴 했는데, 그런 부분이 지금보니 정치인을 꿈꿨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가 경호처장에 임명된 건 지난해 9월이다. 김용현 전 처장이 국방부 장관으로 이동하면서 후임으로 공직에 복귀한 것이다. 경찰 출신이 경호처장에 임명된 것은 지난 2013년 어청수 전 처장 이후 11년 만이었다.

박 처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청와대 경호실 차장을 지냈다. 경력을 인정 받아 임명됐다는 분석과 함께 그의 출신과 출신지 등에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박 처장은 충남 공주 출신으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동향이다. 윤 대통령 부친 고향 역시 공주다.

박 처장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3시간 전쯤 윤 대통령이 주재해 열린 안가 회동에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호출했다고 지목된 인물이기도 하다.

계엄을 앞두고 경호처장이라는 최측근 자리에 경찰 출신을 앉히면서 경찰 조직과 소통을 꾀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박 처장이 계엄 사실을 미리 알았거나 관여했다는 의혹도 여전하다. 

이에 경호처는 "박 처장은 12·3 비상계엄과 관련된 내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찰청장과 서울청장에게 접견 연락을 취했다"며 "(박 처장은) 접견 자리에 배석하지 않아 접견 내용을 알 수 없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박 처장은 이번 계엄을 사전 기획한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경호처 차장 시절 근무 인연이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경호처 군사관리관으로 일했다. 

경호처는 이에 대해서도 "노 전 정보사령관과는 2015년 경호실 차장 퇴임 이후 전혀 연락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지지층은 '장비' 칭송…운명 공동체, 예스맨, 후일 도모 갖가지 '해석'

8일 오전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2·3 계엄 사태' 관련 현안 질의 증인으로 채택된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 등 불출석 증인들의 자리가 비어 있다. 연합뉴스8일 오전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2·3 계엄 사태' 관련 현안 질의 증인으로 채택된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 등 불출석 증인들의 자리가 비어 있다. 연합뉴스
경호처의 핵심 임무가 대통령 신변을 보호하는 것이지만, 법원 체포영장 발부에 의한 적법 절차 실행까지 막을 수 있는 권한이나 규정은 없다는 비판은 거세게 일고 있다.

때문에 박 처장의 현재 행보를 두고 갖가지 해석은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 지지층은 그를 삼국지의 '장비'에 빗대며 칭송하고 있지만, 체포에 찬성하는 여론은 박 처장이 이번 내란 사태에 깊숙이 연루돼 윤 대통령과 사실상 '운명 공동체'로 묶인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제기하고 있다.

체포를 완강히 거부하는 윤 대통령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는 성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처장과 함께 경찰청에서 근무했다는 한 관계자는 "경찰청 차장으로 조직 내 2인자인데도 당시 조현오 경찰청장에게 꼭 해야 할 조언이나 싫은 소리들을 하는데 많이 주저했던 기억이 난다"며 "이러한 점에서 현재 윤 대통령 지시를 거역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박 처장이 엘리트 경찰이자, 정치에 도전한 경력이 있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 마지막 '호위무사'로서 후일을 도모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박 처장과 인연이 있다는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에서 연거푸 떨어지고 정치를 접으려고 생각까지 했는데 어떻게 흘러가다 보니 이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머리도 똑똑하고 굉장히 합리적인 인물"이라며 "차라리 지금은 극우 세력에 어필하는 게 향후를 대비한다는 측면에서 나을 수 있어서 '정치적 베팅'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박 처장은 현재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로 피의자 입건됐으며, 고발에 따라 내란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2차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고, 경찰은 10일 오전 10시까지 출석하라는 3차 요구서를 발송했다. 박 처장이 3차 출석요구도 불응할 경우 경찰은 체포영장 신청 등 강제수사 수순으로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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