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황진환 기자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로 발부된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측이 "체포영장이 아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라"며 수사 주체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압박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이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빠져나와 제3의 장소로 도피했다는 의혹에 관해서는 "악의적 소문"이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 법률 대리를 맡은 윤갑근·배보윤·송진호 변호사는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불법·무효인 공수처의 체포영장에 의한 수사에는 응할 수 없다.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 대통령이 불법 수사를 용인하면 굉장히 나쁜 선례, 나쁜 역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리인단은 "강추위에 고생하는 국민들과 경찰, 경호처 직원 등 수많은 이들이 고생하고 있고 너무 많은 갈등과 혼란, 분열이 생기고 있다"며 "체포영장에 응할 수는 없지만, 사전구속영장 청구나 공소제기에 따른 법원 재판 절차에는 응하겠다"고 말했다.
공수처에는 대통령의 내란죄 수사권이 없으므로 공수처의 모든 수사 절차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기존 윤 대통령 측 입장에 일정 수준 변화가 생긴 것이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가 지난달 31일 서울서부지법에서 발부받은 체포영장 집행에 한 차례 불응했고, 법원에 영장 집행에 대한 이의신청까지 제기했다. 윤 변호사는 "전날 윤 대통령을 관저에 가서 직접 만났고 의견을 나눴다"며 "이것은 대통령의 결정과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윤 변호사는 공수처를 향해 "많은 국민들을 피곤하게 하지 말고 전향적으로 다른 방안을 찾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기를 촉구하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공수처의 관할권은 서울중앙지법에 있다. 서울서부지법이 아닌 중앙지법에 청구한 사전영장에 관해서만 인정하고 대응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측의 요구와 관계없이 전날 법원에서 기간이 연장된 체포영장을 애초 계획대로 집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수처는 지난 6일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체포영장 집행을 일임하겠다고 밝혔다가 경찰 반발로 한나절 만에 철회했다. 공수처는 1차 영장 때와 달리 2차 체포영장의 연장 기간과 집행 방식, 일시 등에 관해 함구하면서 윤 대통령을 상대로 한 영장 집행을 준비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가 8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대리인단은 또 "오늘(8일) 오전 10시쯤 정부과천청사에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려고 갔지만 출입을 거부당해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수처는 "변호인 선임계를 내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팀과 면담을 요청해 '면담할 상황이 아니'라고 응대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윤 변호사는 앞서 서부지법이 발부한 체포 및 수색영장에 형사소송법 110조·111조 적용이 배제된 것을 두고선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자 '사법 입법' 행위"라면서 "서부지법 영장판사의 판단은 (법리적으로) 틀린 의견"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대통령 도피설'에 대해서는 "국회가 악의적 소문을 퍼뜨리며 거짓 선동을 하고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자괴감이 든다"라면서 "어제 저녁 관저에 가서 대통령을 만나고 나왔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