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 윤창원 기자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 등 이른바 '계엄 사령관'들이 '12·3 내란사태'가 벌어질 것을 사전에 알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부하들에게는 '북한 도발에 대비하라'는 취지의 거짓 지시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4일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구속기소)의 공소장에 따르면, 곽 사령관은 계엄 선포 이틀 전인 지난달 1일 오후쯤 김 전 장관으로부터 "정국이 혼란해 계엄 상황이 있을지 모르니 비상 상황에 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김 전 장관은 곽 사령관에게 "계엄 상황이 발생하면 국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민주당 당사, 여론조사업체 '꽃'에 육군특수전사령부 부대를 투입시켜 시설을 확보하라"고 구체적인 장소를 특정해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곽 사령관은 국회, 선관위 등에 각각 투입할 부대를 특정해 계획을 미리 세운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후 곽 사령관은 계엄 전날인 지난달 2일 오전 인천에서 진행된 군 행사에서 공수1특전여단장과 9공수특전여단장을 만나 "다음 주에 북한 오물 풍선 등 도발 가능성이 아주 크다는 정보가 있다"며 "출동 준비태세는 갖추고 있으라"고 지시했다.
같은 날 오후 3시 30분쯤에 곽 사령관은 707특수임무단장을을 불러 "서울 지역에 북한에 의한 직간접적인 도발이 있을 수 있다"며 "서울 지역 동시다발 테러에 대해 총 없이 비살상무기를 이용한 진압 작전을 준비해 보자"고 주문했다.
곽 사령관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부하들에게는 이를 숨긴 채 '북한 도발에 대응하라'고 거짓 지시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화하는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그날 저녁 윤석열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의 비화폰으로 곽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며칠 이후로 준비되면 보자"고 말했고, 곽 사령관은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김 전 장관 또한 곽 사령관에게 잠시 후 전화를 걸어 "깜짝 놀랐지. 내일 보자"라고 말했다고 한다.
곽 사령관 외 이번 내란사태에 깊숙이 관여한 의혹을 받는 여인형 방첩사령관과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역시 비상계엄 전부터 부하들에게 '북한 도발 대비'를 명분으로 비상태세를 갖추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곽 사령관은 전날(3일) 내란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앞서 여인형·이진우 사령관은 지난달 31일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