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1일 0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일대에서 제야의 종이 울리자 사람들은 한해의 시작을 축하하며 새해 소망을 빌었다. 나채영 기자2025년 1월 1일 0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일대에서 제야의 종이 울리자 사람들은 새해의 시작을 환영하며 저마다 소망을 빌었다. 지난해 유독 사건·사고도 많고, 연말 내란사태에 이어 대형참사까지 겹쳤던 만큼, 시민들은 일상의 평온함을 되찾길 바라며 서로에게 위로를 건넸다.
비상계엄에 참사까지…다사다난했던 2024년 지나가
이번 제야의 종 타종 행사는 제주항공 참사와 맞물린 국가애도 기간에 이뤄진 만큼 보신각 일대에는 예년과 달리 차분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공연 없이 축소 진행된 이번 행사에 앞서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도 이뤄졌다. 당초 행사에는 최대 10만여 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시민들은 보신각 인근에만 운집했다.
남동생과 함께 서울 동작구에서 온 최은혜씨는 "1년 전에도 제야의 종 행사에 왔었지만, 이번에는 예전에 비해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다. 사람들도 훨씬 없는 편이다"라며 "아무래도 무안에서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1일 타종을 앞두고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도 이뤄졌다. 나채영 기자
시민들은 작년 한 해를 돌아보며 "그야말로 다사다난 했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비상계엄 선포와 제주항공 참사를 꼽는 시민이 많았다. 타종 행사를 보기 위해 대전에서 KTX를 타고 왔다는 김민기(23)씨는 "2024년은 정말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희망적인 소식도 물론 있었지만 제주항공 참사처럼 그렇지 않은 소식이 더 많았다"고 기억했다.
최은혜(29)씨는 "계엄으로 다들 힘들었을 시기에 그래도 연말을 즐겨 보자고 가족과 같이 떠난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참사가 발생한 것을 보며 마음이 착잡했다"며 "역사적으로 혼란스러운 순간을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걸 느끼면서 무엇보다 무탈하고 가족과 함께 평안한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쏟아지는 사건·사고 뉴스에선 절망을 느꼈지만, 탄핵 집회 등 거리에선 희망을 봤다는 시민도 있었다. 서울 성북구에서 아내와 함께 행사에 온 김호철(67)씨는 "뉴스만 틀면 우울하고 답답했다. 특히 군대 시절을 1980년 광주에서 겪은 나는 계엄 뉴스를 보면서 심장이 크게 뛰고 우울감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그러다가 탄핵 집회에 아내와 함께 나가면서 거리에서 희망을 봤다. 탄핵안이 가결되던 순간에 아내와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브라보'라고 외쳤다"고 말했다.
새해 희망 품은 시민들…"일상의 평안 되찾는 한 해 됐으면"
제야의 종이 울리며 새해의 시작을 알리자 여러 시민들은 '희망'을 얘기했다. 일상의 평온함을 되찾길 바란다는 이들도 많았다.
3살 아들, 그리고 아내와 함께 보신각을 찾은 박준규(34)씨는 "새해에는 둘째를 순산하고, 복만 가득했으면 좋겠다"며 "괴로웠던 일들을 잊어버리고, 사고나 큰 일 없이 안전한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은혜씨는 "일상적으로 평안하게, 아무 일 없이 지내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고 있다. 올해는 그저 가족, 친구들과 일상에서 함께 잘 지낼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올해 농생명학과에서 첫 대학 생활을 시작하는 이정욱(20)씨는 "20살이 된 게 신기하고 실감이 안 난다"면서 '남중, 남고를 나와서 대학에 들어가면 연애도 해보고 싶고, 열심히 공부도 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학생 신아현(23)씨는 "교환학생 생활을 한 뒤 (독어독문학과) 전공을 살려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올해는 진짜 진로를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야의 종 타종 행사에는 시민대표 10명도 참여했다. 시민대표에는 작년 11월 안동시 고속도로에서 교량과 충돌한 대형 트레일러 운전자를 맨손으로 구한 소방교 박준현씨, 45년간 700회의 헌혈로 많은 생명을 살린 이승기씨 등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