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소식을 듣고 무안으로 달려온 가족들 모습. 김수진 기자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여객기 활주로 이탈 사고로 탑승자 대부분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탑승객 가족들은 사고 소식을 듣고 모두 공항으로 달려왔고 이곳에서 눈물을 보이며 주저앉거나, 공항 관계자들을 향해 울분을 토로했다.
29일 전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무안공항 청사에서 탑승자 가족을 대상으로 현장 브리핑을 열어 "총탑승자 181명 중 구조된 2명을 제외하고 대부분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전남 장흥군 장평읍의 한 마을에서 남편들을 기다렸던 부인 2명은 소식이 없는 남편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보였다.
방콕으로 골프여행을 떠난 남편을 기다리던 A(62)씨는 "남편이 마을 사람들과 함께 지난 24일 골프여행을 갔다"며 "오늘 오기로 했는데 이상하게 연락이 되지 않았고 뉴스를 보자마자 이 곳으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이어 "골프치러 갔고 어제 저녁에 연락을 했다"며 "오늘 아침 8시면 도착한다고 했는데, 좀 늦은가 보다 했는데 이렇게…"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무안공항 여객기 사고. 연합뉴스여동생과 매제의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B(46)씨는 여동생과 매제의 사고 소식을 믿지 못한 채 주저 앉아 흐느꼈다. B씨는 "(여)동생과 매제가 여행을 갔다고 해서 '너무 부럽다' '잘 놀고 오라고 했다'는 게 어제(28) 연락이었다"며 눈물을 보였다.
또 자신의 남동생이 당시 여객기 탑승객이라고 밝힌 한 50대 여성 C씨는 "자신의 남편이 사고 즉시 공항으로 왔지만 아무 고지도 받지 못했다"며 "공항 1층으로 오라고 하고선 브리핑을 다른 곳에서 하고 있는데 어떻게 유가족에게 한 마디가 없을 수 있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50대 탑승객 김모씨의 친구라고 밝힌 한 부부는 "사망자를 병원으로 일부 이송했다고 말했지만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며 "사망자의 신원 확인이 어렵다고 하면서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말이 되냐"고 혼란스러워 했다.
이어 "정작 유가족들은 사고 소식조차 듣지 못해 사고 4시간이 지나서야 뒤늦게 현장에 온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사고 소식을 뒤늦게 접한 유가족들이 점차 공항으로 오면서 3층 가족 대기실에 모두 수용할 수 없게 되자 무안국제공항 측은 대기 공간을 1층 대합실로 옮겼다. 이미 대합실 좌석 수를 넘은 숫자의 수백명의 유가족들은 오열하며 바닥 등에 쓰러져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무안공항에서 뉴스를 보고 있는 가족들 모습. 김수진 기자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181명을 태운 여객기가 29일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가 구조물과 충돌해 폭발했다. 이 사고로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96명이다.
소방청은 이날 오후 1시56분 기준 무안공항 여객기 사고 사망자가 96명이며, 이들의 성별은 남성 47명, 여성 48명, 1명은 확인불가라고 밝혔다. 구조된 생존자는 2명이며 모두 승무원이다.
사고 여객기는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로, 이날 오전 9시 3분쯤 무안국제공항 활주로로에 동체 착륙을 시도하던 중 구조물과 충돌해 폭발했다.
사고 여객기 기종은 B737-800으로,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총 181명이 타고 있었다. 승객 175명 중 한국인은 173명, 나머지 2명은 태국인이다. 항공기 꼬리 칸을 제외하고는 크게 훼손된 상태여서, 시간이 지날 수록 사망자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