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빅테크를 중심으로 2년째 오르며 강세장을 기록 중인 미국 주식시장이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AI(인공지능) 대장주인 엔비디아의 오름세가 꺾이면서 이전처럼 폭발적인 상승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S&P500 지수는 2022년 10월 3491을 저점으로 2년 넘게 71% 상승하며 '강세장'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1월 처음으로 6000을 돌파하며 고점 역사도 새로 썼다.
증권가는 S&P500의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집계한 9월 기준 S&P500은 어닝(실적) 기반의 펀더멘털(기초체력)보다 34% 높다. 이는 닷컴버블이 정점이던 1999년 12월 99%의 1/3 수준으로 '과열 상태'라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국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는 "현재의 미국 주식시장을 버블로 결론 내지 않는다"면서 "가격 부담이 커질수록 부정적인 뉴스에 취약해지기 때문에 향후 조정이 발생할 수 있으나 2001년 경기침체 사례와 같은 파급력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B증권 역시 미국 주식시장이 하락장 대신 '버블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핵심 이유는 기준금리 인하 기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내년 기준금리 인하 예상치를 기존 4회에서 2회로 축소했지만 긴축으로 돌아선 것은 아니다.
버블장세는 버블의 정점을 향해 달리는 기간으로 지난 30여 년 동안 두 차례 발생했다.
1997년 3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으로 강달러 현상이 나타나 아시아 외환위기가 발생했고, LTCM(롱텀캐피탈 매니지먼트) 파산 이후 월가 IB(투자은행)의 연쇄 부도 위기가 확산하자 연준은 예정에 없던 긴급 금리인하에 나섰다.
3차례에 걸쳐 0.75%p 금리 인하라는 '과잉 완화'로 1999년 닷컴버블이 시작됐다고 KB증권은 진단했다.
버블장세의 또 다른 사례는 2021년 코스피에서 나타났다. 코스피는 긴축 우려에 1분기 동안 10% 하락했는데, 연준 제롬 파월 의장이 4월 IMF 연설에서 '완화'를 천명하면서 이른바 '메타버스 랠리'가 시작했다.
이는 S&P500이 지난 7월 AI 고점론 확대로 9% 하락하며 일시적으로 조정받았지만, 9월부터 시작된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유동성 확대에 힘입어 반등에 성공한 것과 비슷한 흐름이다.
하지만 S&P500이 추가 상승하더라도 지금까지와는 분위기가 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승세를 이끈 엔비디아의 주가 전망에는 물음표가 붙었다.
KB증권 이은택 연구원은 "버블장세가 강한 증시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AI 투자의 성장 속도는 더 빨라지기 힘든 상황에 직면했고, 엔비디아 실적은 여전히 고공행진 하고 있지만 속도는 확실히 둔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실제 전년 대비 엔비디아의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 1분기 262%에서 2분기 122%, 3분기 93%로 낮아지고 있다.
따라서 엔비디아 주가가 조정에 들어가면 투자금이 기존의 하드웨어 AI 섹터에서 소프트웨어 AI로 이동할 수 있다고 이 연구원은 예상했다.
기술적 분석으로도 엔비디아의 상승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주가 하락의 전조인 이른바 '헤드앤숄더' 패턴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DB금융투자 강현기 연구원은 "헤드엔숄더가 완성될 경우 주가는 하락으로 전환하는데, 왼쪽 어깨는 5월, 머리는 11월에 만들어졌고 아직 오른쪽 어깨가 갖춰지지는 않았다"면서 "펀더멘탈과 엮어서 볼 때 (헤드엔숄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