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서울의 밤' 화면 일부인간은 역사를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합니다. 글로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노래를 만들어 부르기도 하죠. 지난 3일 밤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12·3 내란사태'도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한번 기록됐습니다. 바로 게임으로 말이죠.
'서울의 밤', 6시간의 계엄에 맞서 국회를 지켜라
게임 '서울의 밤' 화면 일부게임의 이름은 '서울의 밤'입니다. 제작자 'firstseethesun(인스타그램 계정 이름)'은 '부당한 계엄 시도에 맞서 국회를 지키세요!'라고 게임을 소개합니다. 소개처럼 지난 3일 계엄이 선포된 10시 29분부터 계엄이 해제된 새벽 4시 30분 사이의 사건을 게임으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웹과 모바일 접속 첫 화면에서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와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중에서 한 명을 고르면 바로 게임이 시작됩니다. 이재명 캐릭터는 "위헌적 계엄선포! 국민 여러분, 국회로 와주십쇼!', 한동훈 캐릭터는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입니다. 국민과 함께 막습니다"를 외칩니다.
당시 계엄 상황의 비유적으로 게임 속 장치로 반영됐습니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계엄군에게 자동으로 하트가 발사되는데, 이는 바로 '민심'입니다. 화살키나 터치를 이용해 캐릭터를 이동시키며, '민심'으로 계엄군을 물리치면 됩니다.
게임 '서울의 밤' 화면 일부난도는 제법 높습니다. 계엄군을 물리치면 국회의원 배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계엄 당시 국회 계엄해제안 의결을 위해 국회의원들을 소집했던 상황이 반영됐습니다. 게임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모으면 추가 아이템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 권리인 헌법을 상징하는 '법전', 국민들의 시선이 되는 '카메라', 진입을 지연시키는 '소화기'가 있습니다.
당시 상황도 보여줍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국회로 모여들었던 시민들을 상징하는 주먹 모양의 '항명'을 통해 계엄군의 움직임을 멈출 수 있습니다. 국민들의 지지인 '촛불'을 얻으면 체력이 회복되기도 합니다.
'서울의 밤' 대학생 제작자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게임 '서울의 밤' 제작자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게임 '서울의 봄' 제작자 'firstseethesun'은 CBS노컷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게임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제작자의 인스타그램 계정 이름 'first see the sun'도 '일단 해 보자'라는 뜻입니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인 제작자는 제작경위에 대해 "간단한 기술로 사람들에게 가치를 주는 것에 관심이 있었다"며 "역사적인 사건이 발생해 생각 말고 일단 해보자고 생각해 빠르게 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게임의 완성도와 별개로 '현실이 잘 반영됐다'는 평가처럼 제작자는 현실 속 요소들을 게임에 녹여내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그는 "가치 평가를 넣지 않기 위해 총알 대신 민심을 사용하고 경험치는 국회의원 배지를 이용했다"며 "대사도 긍정적인 어록들만 선별했다"고 밝혔습니다.
게임에 대한 설명 외에는 본인이 알려지긴 원치 않는다며, "주변에서도 제가 만든 지 모르고 있다"며 "3일 동안 밤새며 빠르게 만드느라 모든 순간이 시행착오였다"고 말했습니다. 배포 후에도 몇 가지 미흡한 부분은 실시간으로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받으며 수정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처음 게임이 나온 뒤에 이용자들은 "올해의 게임"이라며 "초등학생 교육용으로 써야 한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제작자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게임을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의도대로 이용자들이 즐겨주니까 기분이 좋다"며 "꾸준히 이런 분야의 개발을 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12·2 내란사태' 반영한 다른 게임들도 나와
게임 '12월7일' 게시글 갈무리'서울의 밤'이 나온 뒤로도 '12·3 내란사태'를 반영한 다양한 게임들이 나왔습니다. 지난 16일엔 국회의사당에서 튀어나오는 국회의원을 도로 집어넣는 '퐁2024'가 공유됐습니다. 하단의 인물을 조작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거부한 105명의 국회의원을 다시 국회로 들여보내는 방식의 게임입니다.
'12·3 내란사태' 이후의 정치 상황이 재현된 '12월7일' 게임은 국회의원이 돼 직접 윤 대통령의 탄핵의 찬성과 반대를 눌러 투표하는 게임입니다. 실제 1차 탄핵소추안 의결이 있었던 지난 7일의 상황이 반영됐습니다. 밖으로 나가는 선택을 하게 되면 당시 탄핵 표결에 불참한 국회의원 105인의 명단을 볼 수 있게 됩니다.
게임 '12월7일' 화면 일부"시위에 가지 못하는 제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럽고 큰 빚을 진 것 같아 105인의 이름이라도 잊지 않고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들었다. 그 외 아무런 목적도 없다. 게임의 소리는 없으며 여러분 주변의 소리가 곧 게임의 소리다." '12월7일'을 개발한 제작자는 제작경위에 대해 이렇게 밝혔습니다. 단순히 재미를 추구하는 것을 넘어선 게임의 또 다른 의미가 엿보이는 대목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