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X인월드AI가 만든 Covert Protocol에 나온 AI의 모습. NVIDIA GeForce 유튜브 캡처'인공지능 활용 게임을 집중적으로 지원해 미래 시장 선점을 돕겠다'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국정감사 업무현황 보고서)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인공지능(AI) 게임'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게임 산업의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정부는 그동안 규제의 대상으로만 여겨졌던 게임에 대한 지원책을 대대적으로 발표해 왔습니다. 이번엔 'AI 게임'을 콕 집어 이례적이라는 반응도 있었는데요.
당장 게임 이용자들이 즐길 수 있는 AI 기술 중심의 게임은 많지 않지만, 알고 보면 AI 기술이 활용된 게임들도 간간히 엿볼 수 있습니다. 온갖 분야에서 AI가 화두에 오른 시점에서 과연 게임엔 AI가 어떻게 쓰일 수 있을까요.
'실제 인물보다도 더 현실적인' NPC 역사의 진화
바람의 나라 속 NPC 주모 '왈숙'. 넥슨 제공"사면해 주세요"
"이 돈은 좋은 일에 쓰일 것이다"
이 대화를 기억하고 계신가요?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규모다중사용자온라인게임(MMORPG)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한 '바람의 나라'에 나오는 대사인데요. 바람의 나라에서는 이용자의 캐릭터가 범죄를 저지르면 감옥에 수감됩니다. 이때 캐릭터가 '사면해주세요'라는 명령어를 입력하면 '감옥장'은 일정 금전을 받은 뒤 풀어주게 됩니다.
바로 이 감옥장, 이용자의 캐릭터가 게임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며, 아이템을 사고 팔거나, 게임 스토리를 설명해주는 역할은 바로 NPC(Non Player Character)가 담당하는데요. 전통적으로는 NPC들은 각자의 역할에 맞는 복장과 이름을 부여받고 정해진 장소에서 이용자가 말을 걸어주기만 기다리는 수동적인 존재에 그쳤습니다. 대다수가 한정된 입력어 안에서만 반응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지요.
AI가 게임 속 NPC에 입혀진다면, 그 역할은 무궁무진해 질 수 있습니다. 엔비디아와 게임 인공지능 전문 개발 업체인 '인월드 AI'가 만든 '커버트 프로토콜'에서 인공지능 NPC가 바로 그 예입니다. 게임 속 등장인물보다는 실사에 가까운 고도화된 그래픽으로 구현된 인공지능 NPC는 음성에 따라 표정이 자연스럽게 바뀌는 오디오투페이스(Audio2Face) 기능이 지원됩니다. 유럽 게임 개발사 유비소프트는 인공지능 NPC가 접목된 데모 버전의 게임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AI 심문해 사건 풀어나가는 '언커버 더 스모킹 건'
탐정: 유산 받으려고 아버지를 해한 것 아니야?
에코: 아니, 아빠를 유산 때문에 해할 리가 없지.
탐정: 유산이 아니면 어떤 이유 때문에 아버지를 해했어?
에코: 진짜? 무슨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 아빠는 내 유산 보증인인데 그걸 왜 깨뜨려.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로봇을 끝까지 추궁하다 보면 진실을 들을 수 있게 됩니다. 앞서 소개한 NPC의 역할이 극대화돼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는 게임, 바로 크래프톤 산하 렐루게임즈의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인데요.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은 오픈AI가 출시한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대화형 AI 서비스인 GPT-4o가 접목됐습니다.
크래프톤 산하 렐루게임즈가 개발한 '언커버 더 스모킹 건' 게임 화면 캡처게임 이용자들은 탐정이 돼 주변 용의자를 심문해 사건을 해결해야 합니다. 기존 추리 게임과 큰 차이점은 바로 심문 과정에서 NPC 기능을 하는 인공지능 '로봇'들이 심문 방식과 강도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겁니다. 실제 플레이를 해보면 '로봇'에게 미묘하게 질문을 바꿀 때마다, 다른 대답을 내놓아 흥미진진한 심리전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로봇에게 심문해 민감한 질문에는 답변을 회피하는 '시스템 과부하', 정확한 내용을 보장하는 '확인 정보'의 반응으로 사건의 '스모킹 건(핵심 증거)'를 확보하면 됩니다. 로봇의 답변에 따라 이어지는 집요한 꼬리 질문으로 '자백 모드'가 되면 속절없이 사건의 진실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물론 꼭 게임과 관련되지 않은 질문을 하더라도, 그에 맞는 답변을 내놓아 사건 추리에 지친 이용자들은 게임에 등장하는 로봇과 대화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기도 한다고 합니다.
캐릭터 이미지 생성하고 스토리 만드는 AI
VARCO 로고 이미지. 엔씨소프트 제공
게임 개발 과정에서도 AI가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부터 엔씨소프트는 AI 개발 툴 '바르코 스튜디오'를 운영해 왔는데요. 원래는 개발자들이 구현하고자 하는 캐릭터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직접 제작해야 했지만, 이미지 생성 AI 서비스 '바르코 아트'를 이용해 특징만 입력하면 이미지가 자동으로 제작됩니다. '바르코 텍스트'는 게임에 활용되는 캐릭터 대사, 퀘스트 자동 생성 기능을 통해 몰입도 높은 스토리라인을 창작하기도 합니다.
넥슨은 지난 2017년 '인텔리전스랩스'를 설립해 게임에 적용되는 부가기능을 고도화하기 위해 AI가 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활용한 시스템 개발에 나섰습니다. 그 중에서도 '게임스케일'은 데이터를 활용해 편의를 제공하는데요. 예를 들어 '카트라이더'에서는 이용자들 실력에 맞는 팀을 꾸릴 수 있도록 하고, 이용자 게임 이용 특징에 따라 맵도 자동으로 추천하고 있습니다. 이용자가 남긴 데이터를 모아 분석을 통해 더 재밌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셈이지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AI를 활용한 게임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전 업계에서 주목하는 'AI 열풍'에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연내에 국내 게임사들도 이용자들이 직접 AI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게임들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AI를 게임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