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무파사: 라이온 킹' 배리 젠킨스 감독.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라이온 킹'이라는 영화 제목은 하나의 고유 명사가 되어 전 세계인의 기억 속에 각인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어린 사자가 야생의 왕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라이온 킹'의 프리퀄 '무파사: 라이온 킹'은 그 의미를 확장해 현시대에 진정한 '리더'란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하는지 묻는다.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1994) 탄생 30주년을 맞이해 제작된 '무파사: 라이온 킹'(이하 '무파사')은 거대한 야생에서 고아가 된 어린 사자 무파사가 왕의 혈통이자 예정된 후계자 타카(스카)를 만난 후, 주어진 운명을 뛰어넘어 세상의 왕이 되는 전설적인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우리가 몰랐던 심바의 아버지 무파사와 삼촌 스카가 어떻게 대립하게 됐는지 그 기원을 살펴보는 '무파사'의 이야기 안에는 진정한 왕, 즉 리더란 어떻게 탄생하는가에 대한 메시지를 품고 있다.
외화 '무파사: 라이온 킹'의 타카(사진 왼쪽)와 무파사.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19일 화상 기자간담회로 만난 연출자 배리 젠킨스 감독은 '무파사'에 관해 "선악 대결 구도가 명확한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 복잡성을 더해 현대의 맥락에 맞는 작품으로 거듭났다"라고 소개했다.
타카는 태어나길 왕위 계승자, 즉 왕이 될 운명을 타고난 사자다. 타카는 아버지이자 왕 오바시로부터 기만을 해서라도 권위를 내세우고 다른 생명체 위에 군림하는 것이 왕이 갖춰야 할 덕목이라 배우며 자란다.
반면 갑작스러운 홍수로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고 혼자가 된 무파사는 '떠돌이'다. 무파사는 자신을 받아 준 타카의 어머니 에셰로부터 사자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가르침을 받는다. 에셰는 무파사에게 권위가 아닌 지혜와 용기, 군림이 아닌 조화와 상생을 알려준다.
에셰라는 암사자가 왕의 스승이라는 점 역시 오리지널 애니메이션과 다른 지점 중 하나다. 시대의 변화를 수용한 '무파사'는 '어머니'의 역할을 중요한 지점으로 가져왔다.
감독은 "오리지널에서는 아버지와 아들만 나왔다. 그래서 마치 남자들만이 위대한 지도자를 배출하는 것처럼 보였다"라며 "하지만 이번엔 어머니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온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큰 존경심을 표출하는 부분이 보였다. 그게 굉장히 아름답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외화 '무파사: 라이온 킹'의 빌런 키로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서로 다른 운명을 타고난 두 새끼 사자는 다른 가르침을 받으며 다른 사자로 자라난다. 여기에서부터 오리지널 '라이온 킹'과 차별점을 갖는다. 단순하게 선악을 이분법적으로 가르는 게 아니라 어떻게 선과 악이라는 다른 길을 걸어가게 되는지 그 여정을 보여준다. 이 과정을 통해 진정한 왕이란 어떤 자질을 갖추고, 어떻게 탄생하는지 그려낸다.
배리 젠킨스 감독에게 영감을 준 지점 역시 이러한 부분이다. 그는 "무파사는 고아임에도 위대한 리더가 되기까지 필요로 하는 기량을 본인이 얻어야만 한다. 그 여정을 보면서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준다는 부분이 나한테 중요하게 다가왔다"라고 말했다.
특히 젠킨스 감독은 누구에게 어떤 가르침을 받는지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는 점을 보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는 "에셰는 조화를, 오바시는 군림을 가르친다. 이를 통해 무파사는 더 나은 인물로 거듭나고, 타카는 악인의 길로 들어선다. 이를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어떤 걸 배울 수 있는지가 중요했다"라며 "태어난 기질과 양육 방식 차이로 사람의 인생이 달라진단 부분도 흥미롭다. 만약 무파사는 아버지가, 타카는 어머니가 양육했다면 오히려 타카카 위대한 왕이 되지 않았을까 질문을 던지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환경적인 차이로 인해 다른 길을 걷게 되는 두 사자의 운명을 바라보며 젠킨스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떠올랐다.
그는 "그 가족(기택의 가족)이 만약 최하층이 아니라 특권층이었다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람을 속여가며 그런 식으로 행동하지 않았을 수 있다"라며 "사회적 지위나 환경에 따라 사람이 어떻게까지 변할 수 있는지에 관해 '무파사'가 아주 흥미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외화 '무파사: 라이온 킹'의 무파사(사진 왼쪽)와 타카.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타카뿐 아니라 새로운 사자이자 강력한 빌런 키로스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무파사, 타카, 키로스, 라피키는 '아웃 사이더'라 부를 수 있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을 모두 다르다.
젠킨스 감독은 "키로스는 생명의 순환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부숴버리겠다고 공격한다"라며 "똑같은 주제가 여기서도 반복된다. 키로스도 하얀 털을 갖고 태어났다는 이유로 박해받지 않았다면, 빌런이 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우하느냐에 따라 더 나은 인간이 되느냐 나쁜 인간이 되느냐를 결정할 수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두 사자의 여정과 이를 통해 선인의 길과 악인의 길로 갈라지는 모습, 그리고 무파사가 왕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현시대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배리 젠킨스 감독은 "타카가 악인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는 아버지가 좋은 리더가 되고 싶다면 남 위에 군림해야 한다고 가르쳤기 때문이다. 반면 무파사는 좋은 리더가 되고 싶다면 성장하고 다른 사람과 조화로운 삶을 추구해야 한다고 배웠다"라며 "그런 점에서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가 어떤 리더인지 생각할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