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류영주 기자'12·3 내란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전담하게 됐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있다. 공수처가 고질적인 인력난과 경험 부족에서 벗어나지 못해서다. 사상 첫 현직 대통령의 피의자 소환을 앞둔 공수처가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려면 검·경 협조를 통해 폭넓은 수사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비상계엄 TF(팀장 이대환 수사3부장검사)는 조만간 대검찰청으로부터 윤 대통령 관련 사건 기록을 넘겨받아 검토에 나설 방침이다.
전날 오동운 공수처장과 이진동 대검 차장검사는 긴급 회동을 갖고 검찰이 윤 대통령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건을 공수처로 넘기는 대신, 나머지 피의자 사건에 대한 이첩 요청을 공수처가 철회하기로 협의했다.
공수처의 이첩 요구에 답을 내지 않던 검찰이 돌아서면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 사이 아귀다툼은 일단락됐다. 경찰도 검찰보다 먼저 윤 대통령 사건을 공수처에 보냈기 때문에,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내란죄 수사를 책임질 전담 수사기관이 됐다. 향후 윤 대통령에 대한 피의자 조사와 강제수사 전환의 키가 공수처 손에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수처가 2021년 1월 출범 이래 내내 '수사인력과 경험 부족'에 시달리며 비판을 불식하지 못한 것은 내란죄 수사의 새로운 위험 요소라는 평가가 일각에선 제기된다.
공수처는 오 처장의 지휘 아래 수사인력 전원(검사 15명·수사관 36명)을 투입해 신속한 수사에 필요한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2명이 신규 임용을 위한 대통령 재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공수처는 당장 수사팀 규모가 경찰 특별수사단(150명)과 검찰 특별수사본부(100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처장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인력이 뛰어들었지만 경찰의 3분의 1, 검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수사 경험 부족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공수처는 내란사태 수사 국면에서 문상호 정보사령관을 상대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출범 3년 11개월 만에 공수처가 청구하고 법원에서 발부받은 최초의 체포 영장이다.
연합뉴스법조계에선 공수처가 수사력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공수처법을 근거로 검·경에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공수처법 제17조는 '처장은 필요한 경우 대검찰청, 경찰청 등 관계기관의 장에게 수사기록 및 증거 등 자료의 제출과 수사활동의 지원 등 수사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지난 9일 브리핑에서 '역량 부족 극복 방안'에 대한 질문에 "공수처법에 따라 검찰과 경찰에 수사 지원 등을 요청할 수 있다. 사건을 이첩받아도 관계기관 수사 방식과 인력 등에 대해 효율적으로 협조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미 선례도 있다. 공수처와 함께 공조수사본부(공조본)을 꾸린 경찰은 공수처에 수사관 2~3명을 파견했다. 이들 파견 수사관은 문 전 사령관 관련 수사에 한해서 공수처 수사를 돕게 된다. 또 조만간30~40명을 추가 파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검찰이다. 검찰 역시 공수처와 수사기록 등을 어디까지 넘길 것인지, 검찰 인력 파견 등 지원 활동을 얼마나 할지에 대해 추가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공수처 지원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감지된다. 윤 대통령 사건을 이첩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대검 지휘부와 검찰 특수본 사이에 이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검찰이 수사에서 손 떼라 정치권부터 각계가 목소리를 높였다"라며 "사건까지 넘기는 마당에 뭐하러 검사를 보내겠나. 검찰은 수사를 하면 한다고, 안 하면 안 한다고 욕을 하는가"라고 토로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단독으로 수사할 자신이 있으니 사건 이첩을 요청한 것 아니겠나"라며 공수처 지원에 부정적인 내부 기류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