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과 통화내용 공개하는 곽종근 전 특수전 사령관. 연합뉴스'12·3 내란사태'를 수사를 두고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앞다퉈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중복수사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경우 신병은 검찰, 증거는 경찰이 쥐었고, 동일한 피의자를 상대로 같은 날 출석을 요구하거나 오전에는 공수처가, 오후에는 검찰에 출석하는 일도 벌어졌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13일 오후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지난 9일 김 전 장관 혐의와 관련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지 나흘 만이다.
곽 전 사령관은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후 특수전사령부 산하 1공수여단과 3공수여단, 707특수임무단 등 병력을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투입하도록 지시한 인물로 지목돼 내란 등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날 곽 전 사령관 혐의 사실을 다지기 위해 박정환 특수전사령부 참모장과 김정근 3공수여단장 등 참모들을 불러 조사했다.
곽 전 사령관은 검찰 출석에 앞서 이날 오전에는 공수처 조사를 받았다. 공수처 비상계엄 TF(팀장 이대환 수사3부장)는 곽 전 사령관을 모처에서 만나 내란 사태 당시 상황에 관한 진술을 확보했다. 공수처는 전날 김창학 전 수도방위사령부 군사경찰단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데 이어 이날 나승민 방첩사령부 신원보안실장도 소환하는 등 군 관련자를 상대로 수사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문제는 기관 간 중복 수사 문제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곽 전 사령관은 이날 오전에는 공수처, 오후엔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한 피의자를 두고 여러 수사기관이 동시에 수사를 벌인 전례가 없다"며 "수사 비효율은 물론 중복수사로 인한 피의자 방어권에도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미 김 전 장관은 검찰이 구속했지만, 주요 증거는 경찰이 확보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검찰 청구 이후 공수처가 뒤늦게 재청구하는 일도 있었다. 법원은 수사 효율을 이유로 들며 "협의를 거쳐 조정해 영장을 청구하라"고 교통 정리에 나서기도 했다.
수사기관들의 각개전투 양상 속에서 지난 11일에는 경찰과 공수처, 국방부 조사본부가 검찰을 뺀 공조수사본부(공조본)를 꾸리기도 했다. 합동수사본부(합수본) 구성을 공수처와 경찰에 각각 제안하고 협의를 기다리던 검찰은 공조본 출범 소식을 전혀 모르다 언론 보도를 통해 접했다. 수사기관 사이 주도권 다툼이 과열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